[간첩사건 수사 이모저모]「부인 자살」알려주자 『당연』

  • 입력 1997년 11월 20일 20시 24분


○…안기부는 20일 안기부 청사에서 부부간첩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서울대 고영복(高永復)명예교수가 간첩이라는 사실을 처음에는 안기부조차 믿을 수 없었다고 누차 강조.

고성진(高星鎭) 안기부 대공실장은 『고교수의 저서 20권을 아무리 뒤져도 의심할 만한 내용은 하나도 없었고 안기부도 고교수를 믿었기 때문에 73년 대한적십자사 자문위원으로 추천하지 않았겠느냐』며 안기부도 충격을 받았다고 실토.

○…안기부는 수사결과 발표 후 부부간첩이 체포돼 비행기로 압송되는 순간부터 최정남이 신문받는 모습과 안기부 요원들과 함께 전국에 펴져있는 드보크를 발굴하는 모습 등을 담은 비디오테이프를 방영.

운동복 차림의 최정남은 안기부 요원들의 신문에 남한표준어에 가까운 말투로 침투경위와 침투목적을 차분하게 대답했는데 최정남은 『부인이 자살했다』는 말을 듣고도 『잡히면 자살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동요하는 눈치를 보이지 않았다고.

○…부부간첩이 소지한 주민등록증은 북한에서 지문 인쇄활자 비표가 진짜와 거의 일치할 정도로 정교하게 제작돼 눈으로는 식별이 불가능.

또 주민등록증에 나타난 인물도 남한에 사는 실제 인물이어서 조회를 하더라도 신분이 노출되지 않을 정도로 북한이 남한사회의 인물정보를 파악하고 있다는 것을 입증.

안기부는 이를 정밀 감식한 결과 비닐커버의 소재, 형광물질, 인쇄된 글자체가 진짜와 약간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부부간첩은 고정간첩과 접선할 때 일반인들이 알고 있는 것과는 달리 약속된 말을 사용하지 않고 메달에 글과 재북(在北) 친척의 이름이 새겨진 인식목걸이를 이용해 신분을 확인.

이 인식목걸이는 톱니식으로 두조각나 있어 이 조각이 들어맞아야 하므로 위조가 불가능.

○…안기부는 이번에 발표한 검거자 이외에 60년대에 북한의 공작금을 받아 활동해온 고정간첩 2명을 적발했으나 이들이 60년대 후반 무전기 암수표 등 공작장비를 모두 없애고 북한과 연락을 끊었다고 주장, 공소시효가 지나 기소하지 못했다고 설명.

〈하준우·공종식·조원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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