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양심수 있나 없나]개념-범위 해석 제각각

  • 입력 1997년 11월 4일 19시 53분


우리나라에 과연 「양심수」가 있는가 없는가. 국민회의 김대중(金大中)총재의 「양심수 사면 석방」발언 이후 양심수문제가 정치쟁점으로 등장,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번 논란은 기본적으로 양심수에 대한 정확한 개념이 확립돼있지 않은데서 비롯되고 있다. 즉 말하는 사람에 따라 개념과 범위가 천차만별인 것이다. 건국대 법대 손동권교수는 『법무부는 양심수의 개념을 가장 좁게 해석하고 있고 재야단체들은 지나치게 넓게 해석, 양심수를 군사독재시대의 반체제인사와 동일시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독일의 연방헌법재판소는 법적 의미의 「양심」을 「자율적이고 윤리적인 인격으로서 개인이 내린 선악에 대한 진지한 윤리적 결정」이라고 규정했다. 이는 개인적 척도에 의한 자의적 결정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객관적 일반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는 게 독일 헌재의 판례취지다. 예를 들어 병역거부의 경우 다른 사람도 자신과 같이 병역거부라는 결정을 내리기를 희망하지 않는다면 양심적 결정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또 폭력과 양심의 문제에 대해 많은 학자들은 『자신의 생각에 비추어 옳다고 믿는 바를 달성하기 위해 폭력수단을 사용하는 경우는 사회적으로 정당하다고 받아들여질 수 없으므로 양심범의 범주에 넣을 수 없다』고 말한다. 따라서 한총련의 폭력시위사태에 가담한 대학생의 경우 양심범이라고 할 수 없다. 법원이 이들에 대해 엄격한 판결을 내리는 추세는 당연한 것이다. 손교수는 『한국에 1백명이 넘는 양심수가 있다는 국제앰네스티의 주장은 상당한 수준으로 민주화한 우리의 법과 제도를 과소평가한 상태에서 나온 무리한 주장』이라고 말했다. 설령 양심범의 범주에 넣을 수 있다 하더라도 실정법을 위반한 경우는 불법이다. 실정법은 국민다수의 양심적 승인을 얻은 것이기 때문에 그에 위반한 행위는 불법이라는 것이 학자들의 설명이다. 따라서 양심범도 실정법 위반에 따른 처벌을 받을 수 있으며 역설적으로 처벌을 감수하지 않는다면 양심범이라고 부를 자격도 없다는 것이다. 학자들은 과거와 달리 현재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자유롭게 낼 수 있는 상황에서 『실정법이 「악법」이기 때문에 실정법을 위반한 양심수를 모두 석방해야 한다』는 주장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이수형·공종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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