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몰지역 미사리 당정섬,최근 퇴적물 쌓여 모습 드러내

  • 입력 1997년 10월 27일 06시 58분


팔당댐 아래 미사리쪽 한강에 있는 당정섬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 독특한 섬이다. 인간이 없애버린 섬을 자연이 다시 섬으로 살려낸 곳이 바로 당정섬이기 때문이다. 이 섬은 조선시대 한성부 좌윤을 지낸 조필방(趙弼邦)이 정자를 짓고 살았다 해서 당정(堂亭)으로 이름지어졌다. 선사시대 이래 인류가 거주해온 것으로 알려진 이 섬에 대재앙이 닥치기 시작한 때는 1925년. 을축대홍수로 거주지의 대부분이 잠기고 엄청난 재산피해가 나면서 1백여가구가 고향을 등졌고 대홍수가 또다시 닥친 72년에는 당국의 강제이주조치로 남아있던 20여가구마저 떠나 무인도로 변했다. 수난은 여기서 그치지 않아 86년 시작된 한강종합개발사업의 골재채취장으로 당정섬이 활용되면서 섬은 야금야금 사라져 결국 94년 물밑으로 없어져 버렸다. 그러나 이후 놀라운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한강의 거센 물살은 수면아래 암반층 위로 퇴적물을 남겼고 한해 두해 쌓이던 퇴적토에 버드나무 등 물에 강한 나무와 풀이 뿌리를 내리면서 3년만에 섬모양을 다시 갖추게 됐다. 팔당대교에서 미사리 조정경기장쪽 한강을 바라보면 10여개의 모래톱이 머리를 내밀고 있는 곳이 바로 당정섬 자리다. 동서방향 2.3㎞, 남북방향 1.25㎞, 전체면적 2.8㎢였던 「거대한」 섬이 10여개의 모래톱으로 부활한 셈이다. 한편 하남시는 섬을 떠나 신장동 망월동 창우동 등에 흩어져 살고 있는 원주민들의 향수를 달래주기 위해 신장동에 당정섬모양을 본뜬 기념석을 세우기로 하고 20일부터 공사에 들어갔다. 다음달 중순이면 한때 역사속으로 사라졌던 당정섬은 수면위로 솟아오른 모래톱과 함께 이 기념석으로 사람들 가슴속에 남아있을 것이다. 〈하남〓성동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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