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機 참사]눈물로 하루 보낸 유가족들

  • 입력 1997년 8월 8일 19시 46분


KAL기 추락사고 희생자 유족들은 8일 괌 현지에서 미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가 벌이고 있는 시신의 신원확인 작업에 협조하는 한편 NTSB의 현장조사를 참관하는 등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유족들은 이날 오전 NTSB와 기체에 접근하지 않는다는 협의아래 대표 5명을 현장에 보내 NTSB의 현장조사를 직접 참관. 유족대표 5명은 현장에서 돌아와 『비행기안의 30여 좌석은 NTSB가 조사를 위해 손을 대지 않은 시신이 많았는데 얼른 보기에 수십개의 시신이 바닥에 놓여 있었다』며 『일부 시신은 한번도 건드려지지 않은 듯 안전벨트를 맨 상태 그대로 보존되고 있었다』고 전언. 유족대표들은 또 『NTSB의 현장조사가 매우 과학적이고 철저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 ○…유족들은 신원확인을 위해 NTSB와 인터뷰를 하면서 치밀한 조사에 놀라는 표정. 지문이나 간단한 인상착의만을 물을 것이라는 당초 기대와는 달리 NTSB 요원들이 희생자의 신체특징은 물론 희생자가 끼고 있던 반지의 모양, 양말의 색깔까지 1시간 이상이나 자세히 물어보자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 이에 따라 유족들은 인터뷰 도중 밖으로 나와 서울의 가족들에게 전화로 자세한 인상착의를 물어보느라 전화기마다 장사진. 일가족이 모두 희생당한 유족들의 경우에는 직계가족이 아니어서 희생자들의 사고당시 복장 등 자세한 사항을 몰라 안타까워 하는 모습. ○…사고발생 사흘째인 8일 비행기 잔해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위에는 유족들이 두고 간 국화꽃 다발이 비에 젖어 있었고 한 유족은 아직 찾지 못한 딸의 시체가 비에 젖는 것이 마음에 걸리는지 딸의 이름이 적힌 우의(雨衣)를 언덕위에 놓고 가 보는 사람의 가슴을 에게 했다. 또 사고직후 괌지사에게 구조돼 생존자 중 가장 먼저 퇴원한 일본인 소녀 마쓰다 리카(11)가 일본에서 달려온 아버지 마쓰다 다츠오와 칼 구티에레스 괌지사 등과 함께 조사현장에 나와 아직 발견되지 않은 한국인 어머니 조성녀씨에게 국화꽃을 바치며 오열. 리카는 비행기 잔해 더미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아직 믿어지지 않아요. 저기 어디엔가 엄마가 살아계실 것 같아요』라며 하염없이 눈물. ○…괌 퍼시픽스타호텔내의 합동분향소에는 이날 괌 한국부인회 회원 10여명이 분향소앞에서 의료봉사실을 차려놓고 유족들에게 응급약품과 속옷 등을 제공. 또 괌 교민회원들도 집에서 마련한 음식과 떡 등을 유족들에게 나눠주는 모습. 한편 괌에서 가정의학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임태웅씨(33)는 이날 자신의 병원을 임시휴업한 뒤 약품 등을 가지고 분향소를 찾아 지친 유족들을 진료.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