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機 참사]『생존자 후유증 심각…각별히 치료해야』

  • 입력 1997년 8월 8일 17시 30분


대한항공 801편 여객기 추락사고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생존부상자들이 악몽을 꾸거나 환청에 시달리는 등 정신적 후유증을 겪고 있어 이에 대한 각별한 치료가 요구되고 있다. 특히 정신과 전문의들은 생존자들이 「살았다」는 안도감으로 인해 처음에는 잘 느끼지 못하다가 신체적 치료가 끝날 무렵에는 수면을 제대로 취하지 못하거나 잠을 자더라도 악몽을 꾸는 등의 각종 후유증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더 나아가 생존자들이 언제 또 다시 이번과 유사한 불행을 겪을지 모른다는 정신적 압박감에 오랫동안 시달리다 우울증과 피해망상증 등으로 병세가 악화돼 자살 등의 극단적인 행동을 취할 수도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특히 부모와 자녀를 비롯, 함께 여행했던 가까운 친인척들을 순식간에 잃었다는 점에서 대부분 현실을 인정하지 않으려 들고, 인정한다손 치더라도 심한 우울증이나 죄책감에서 쉽사리 헤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게 전문의들의 분석이다. 서울대 신경정신과 河圭燮교수(36)는 『생존자들은 앞으로 조그만 일에도 굉장히 놀라거나 이유없이 식은 땀을 흘리는 등의 정서적 불안정 상태에 처하기 쉽다』며 『또 가족 등 다른 사람은 죽었는데 혼자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에 빠지거나 우울증에 시달리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또 생명을 잃을 뻔한 큰 사고를 겪은 사람들은 이따금 멍한 상태에 빠져 사고력과 판단력이 흐려지고 사고당시를 생각하거나 사고관련 이야기를 듣는 도중 심하면 일시적으로 기절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기적적으로 경상만을 입고 살아난 洪賢成씨(36)도 어린이들의 구조요청 소리가 자꾸 환청으로 들려 다른 사람과 이야기 나누는 것을 기피하고 있고 다른 생존자들도 잠을 자다가 여객기가 화염에 휩싸인 채 폭발하는 모습등의 악몽이나 환청등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95년 삼풍아파트 붕괴사고에서 극적으로 생환한 崔明錫군(22)과 柳智丸양(20)등도 구조이후 상당기간 천둥소리를 건물붕괴 소리로 착각하거나 악몽을 꾸는 등의 후유증을 겪었었다. 한양대병원 신경정신과 金光一교수(61)는 『대형사고 생존자의 70%정도가 사고후에 정신적 장애현상을 보인다』며 『더욱이 생존자들은 공포감과 절망 등의 증상을 보이면서도 자신이 정신적 문제를 갖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려들지 않고 치료마저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전문의들은 환자에게서 이같은 사고 후유증이 나타나기 전에 가족들이 환자를 정신과 의사에게 데려가 반드시 진료를 받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河圭燮교수는 『환자를 섣불리 위로하려 들면 오히려 역효과를 볼 수도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며 『생존자 가족들은 어렵더라도 슬픔과 고통 분노 등의 복잡한 감정표현을 보이는 환자의 입장에서 모든 것을 생각하고 이들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해주려는 자세를 가져야할 것』고 말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