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X파일]현철씨 수사기록 「세탁」후 법원제출

  • 입력 1997년 7월 13일 20시 10분


검찰이 金賢哲(김현철)씨 비리사건 관련 기록을 법원에 제출하면서 공소사실과 직접 관련있는 것만 남기고 정치 사회적으로 민감한 조사내용은 대부분 삭제하는 이른바 「기록세탁」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동안 관례처럼 돼온 검찰의 이같은 「X파일」분류 행위는 검찰수사과정에서 제대로 드러나지 않은 진실이 재판과정에서 밝혀질 수 있는 길을 원천봉쇄했다는 점에서 기소독점주의와 기소편의주의의 남용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이 지난 8일 법원에 제출한 전 대호건설사장 李晟豪(이성호)씨 수사기록의 경우 모두 4차례나 참고인 진술을 받았으나 이씨 개인의 비리의혹에 대한 조사내용은 전혀 포함돼 있지 않았다. 특히 이씨의 포항제철 철강판매권 개입의혹과 7개 케이블TV 매집, 재산 해외밀반출시도 등 여러가지 의혹에 대한 수사기록이 전혀 남아 있지 않았다. 金己燮(김기섭) 전 안기부 운영차장의 경우에도 실제로 상당부분 수사가 이뤄진 안기부 정보유출 관련부분 등이 기록에서 모두 빠졌다. 이밖에 金德永(김덕영)두양그룹회장 등 나머지 피고인과 참고인들의 기록에서도 정치적으로 민감한 부분은 공소사실과 관련없다는 등의 이유로 대부분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관계자는 『기록을 법원에 제출하기 전에 추리는 작업을 했다』며 「기록세탁」사실을 사실상 인정했다. 검찰은 이에 대해 『수사가 끝난 뒤 검찰의 의무는 공소유지에 있는 만큼 공소유지와 관련없는 부분을 빼는 것은 당연하며 또 공소사실과 관련이 없는 기록을 법원에 제출할 경우 명예훼손시비가 일 수도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재야 법조계에서는 이같은 행위가 범죄축소 및 진실은폐의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車炳直(차병직)변호사는 『검찰의 「기록세탁」을 법적으로 비난할 뚜렷한 근거는 없지만 범죄행위를 축소은폐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검사의 기소독점주의와 기소편의주의의 소극적 남용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공종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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