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철비리」수사 한달]50여개 혐의조사 성과는 미미

  • 입력 1997년 4월 25일 20시 11분


검찰이 金賢哲(김현철)씨 비리의혹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지 한달이 넘었지만 현철씨의 비리는 아직 그 본격적인 몸체를 드러내지 않고 있다. 검찰은 구체적인 비리혐의가 포착된 부분부터 항간의 풍설까지 50여개에 달하는 수사단서에 대해 모두 조사했지만 성과는 예상만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검찰이 현재까지 찾아낸 현철씨의 비리액수는 10억원 미만이다. 물론 이것만으로도 현철씨를 형사처벌할 수는 있다. 그러나 한보사건의 「깃털」을 자처한 신한국당 洪仁吉(홍인길)의원이 한보에서 받은 10억원에도 못미치는 액수다. 현철씨는 이에 고무된 듯 25일 국회 청문회에서 이권개입여부를 추궁하는 의원들에게 당당하게 사실무근임을 강변했다. 현철씨의 비리가 검찰의 끈질긴 추적에도 몸체를 완전히 드러내지 않는 이유는 뭘까. 검찰은 우선 현철씨가 이권에 개입한 대가를 곧바로 받지 않았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같은 추정은 현철씨를 등에 업고 이권을 따내거나 특혜를 받았을 것으로 보이는 기업들의 계좌를 추적한 결과 이들 기업에서 현철씨 쪽으로 들어온 뭉칫돈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물론 계좌추적을 피하기 위해 현금으로 돈을 주고 받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사과상자에 들어가는 돈이 고작 2억원에 불과하듯 현금으로 뭉칫돈을 주고 받는 것은 한계가 있다. 검찰은 현철씨가 자신이 도움을 준 회사의 지분을 받았거나 차명으로 투자형식을 빌려 돈을 숨겼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특혜를 준 기업을 믿지 못할 경우 자신이 신뢰할 수 있는 다른 기업을 지명, 투자형식으로 돈을 감춰두었을 수도 있다. 이같은 가능성은 현철씨가15년 뒤 대통령을 꿈꿨다는 G클리닉원장 朴慶植(박경식)씨의 주장과 맞물려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철씨의 비리가 쉽게 드러나지 않는 또다른 이유로 검찰이 꼽고 있는 것은 현철씨가 자신의 정치자금을 직접 또는 측근들에게 맡겨 관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40년 가량 야당정치인으로 당국의 감시를 받으며 활동해 온 아버지의 지근거리에서 돈관리 방식을 익혔을 현철씨가 그렇게 쉽게 돈의 꼬리가 밟히도록 관리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도 이같은 가능성에 대비해 대선자금중 쓰고 남은 돈과 이권개입을 통해 얻은 모든 자금을 관리했을 「제삼의 인물」을 찾기 위해 애쓰고 있다. 한편 지금까지 제기된 각종 의혹이 사실과 다르게 과장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검찰수뇌부의 분석이다. 〈하종대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