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체드러낸 「한보리스트」]「로비기업」생생하게 입증

  • 입력 1997년 4월 5일 09시 20분


한보그룹이 작성한 「업무상 관리대상 및 지인관계 현황보고서」는 로비기업으로 불려온 한보의 면모를 확인시켜 준다. 관리대상 인물들은 정부부처 장차관에서부터 일선 하위직 공무원과 은행지점 실무자에 이르기까지 6백여명이나 돼 한보측이 사업을 위해 전방위(全方位) 로비를 벌여왔음을 보여주고 있다. 관계에서는 통상산업부 재경원 건설교통부 조달청 서울시청 등 인허가 관계부서는 물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감사원 공정거래위원회 검찰 경찰관계자도 조직적으로 관리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보고서에는 감사원의 경우 「영업정지조치 등에 대비」, 태안해양경찰서는 「해양오염관련」, 공정위는 「하도급관련」이라고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한보그룹이 최근 손대기 시작한 가스 석탄 철강관련 정부부처 관계자와 석유개발공사 관계자, 서울시의 공사발주부서 공무원들은 거의 모두 관리대상에 포함됐다. 관리대상자는 개별적으로 관련계열사의 임원을 담당자로 지정해 책임을 맡겼으며 일부 인사들의 경우 구체적으로 「소요비용」란에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의 액수를 구체적으로 기록해 두기도 했다. 통산부는 러시아 가스개발 등을 주로 담당하는 한보에너지 임원, 서울시청은 한보건설 임원, 조달청은 관급자재를 조달하는 한보철강 임원, 건교부는 한보 건설사업부 사장 등이 각각 담당자로 돼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한보그룹처럼 은행대출에 운명을 거는 기업으로서는 가장 중요한 신용평가업체도 관리대상이었다는 사실.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의 경우 임원급에서부터 연구원에 이르기까지 상당수가 관리대상에 포함돼 있었다. 이 보고서는 한보그룹이 재정난에 허덕이기 시작한 지난해말 鄭譜根(정보근)회장의 지시에 따라 작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보철강의 한 임원은 『그동안 계열사별로 관리하던 대상자들을 그룹차원에서 좀더 조직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며 『鄭泰守(정태수)총회장 부자가 직접 관리한 정치인과 관계 고위인사들을 포함하면 1천명이 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장급의 경우 평상시 관리대상 1명당 사용할 수 있는 돈이 2백만원 정도여서 임원 1인당 연간 로비비용이 수천만원이나 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금액은 구체적인 문제가 있을 때의 비용은 제외되기 때문에 담당자들이 실제로 사용한 돈은 연간 수십억원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양기대·공종식·조원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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