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억 수수설/청와대 반응]『레임덕현상 가속화』우려

  • 입력 1997년 3월 23일 19시 45분


[이동관 기자] 청와대와 검찰의 「관계」가 갈수록 묘해지는 느낌이다. 金賢哲(김현철)씨의 한보관련 「2천억원 리베이트 수수의혹」이 제기된 다음날인 22일 金泳三(김영삼)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하고 나온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리베이트 수수설을 영장에 기재하다니…. 정말 한심하다』고 검찰을 비난했다. 이 관계자는 『2천억원 수수설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게 본관(대통령집무실)의 분위기』라며 김대통령의 불편한 심기를 전했다. 아무리 한보수사 지휘탑(대검중수부장)이 바뀌었다고 해도 그런 내용을 현철씨 측근인 朴泰重(박태중)씨의 사무실 압수수색영장에 적시해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할 수 있느냐는 게 이 관계자의 얘기다. 검찰에 대한 청와대측의 원망은 「비난」 수준이 아니다. 청와대측은 현철씨의 2천억원 리베이트 수수의혹이 검찰이 청구한 영장에 기재됐다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직후 경위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민정수석실은 『압수수색영장에는 확실한 혐의사실만을 기재하는 구속영장과 달리 개연성있는 막연한 혐의도 포함된다. 2천억원 리베이트 의혹의 기재는 담당검사의 「실수」였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이같은 결론은 표면적인 분위기에 지나지 않는다. 속사정은 전혀 다르다. 『검찰의 「실수」가 아니라 고의성 짙은 「항명(抗命)」인 것 같다』는 의구심을 제기하는 청와대 관계자들이 한 둘이 아니다. 특히 영장기재내용이 보도된 데 대해서는 「분명히 청와대를 곤란하게 만들려는 의도가 그 배경에 깔린 것 같다」는 게 청와대내의 지배적 시각이다. 한 관계자는 『최근 검찰내에서 명예회복을 위해서도 현철씨 비리를 철저하게 파헤쳐야 한다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고 들었다』며 『이번 파문도 그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 아니냐』고 풀이했다. 그는 또 『高建(고건)총리가 崔相曄(최상엽)법무부장관에게 한보사태의 재조사와 수사팀 교체를 암시하는 내용의 지시를 할 때도 청와대측과 사전 교감(交感)이 없었다』면서 『임기말 레임덕 현상이 너무 가속화하는 것 같다』고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