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수사]「자물통」정태수씨 왜 입 열었나

  • 입력 1997년 2월 4일 20시 34분


입이 무거워 「자물통」이라는 별명이 붙어있는 鄭泰守(정태수)한보그룹 총회장의 입이 어떻게 열렸을까. 지난 91년 수서사건을 비롯, 5차례에 걸쳐 검찰수사를 받았지만 주요거물급에 대해선 한번도 입을 열지 않았던 정총회장이다. 이 때문에 정 관계 고위층사이에서는 『한보 돈은 안전하다』는 소문이 나기도 했다. 그런 정총회장이 이번에는 검찰에 소환된 지 며칠되지 않아 돈을 준 은행장과 여야정치인 일부의 이름을 밝히는 등 「입」을 열고 있어 그 배경을 놓고 여러 설이 나돌고 있다.먼저 「협상설」. 정총회장은 이미 부도가 난 뒤에도 『절대 재산만은 포기할 수 없다』며 재산에 대해 강한 집착을 갖고 있었다. 검찰은 이를 역이용, 「정부의 1조원 지원계획」등을 들이대며 『한보철강은 망해도 한보는 살 수 있다』며 수사협조를 요청한 것이 효과를 봤다는 분석이다. 또 정총회장이 가장 총애한다는 아들 鄭譜根(정보근)회장이 지금까지 한번도 검찰에 소환되지않고 있다는 점도 이 설(說)을 뒷받침하고 있다. 아들의 형사처벌을 면제 또는 약화시켜주는 조건으로 정총회장이 입을 열었다는 것. 이에 반해 검찰수사관계자들은 「자포자기설」을 주장하고 있다. 아무리 「자물통」인 정총회장이라 할지라도 74세인 노인으로서는 주력기업 한보철강이 부도난 마당에 모든 것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추위를 잘 타는 정총회장에게 「구치소로 보낸다」는 협박이 먹혀 들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설득설」도 나돈다. 검찰은 정총회장에게 盧泰愚(노태우)전대통령의 경우를 들며 『(자백하지 않으면)두번 죽는다』고 다그쳐 결국 입을 열게 했다는 것. 정총회장의 이번 자백도 계산된 각본에 불과하다는 「각본설」도 설득력있게 퍼지고 있다. 이번 사건은 수서사건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의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에 『이 정도는 불어야 된다』는 계산을 이미 정총회장이 했다는 것. 이 때문에 검찰내부에서는 이번 수사도 정총회장이 찍어주는 사람에 대한 형사처벌로 막을 내릴 것이라는 성급한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조원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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