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수사]『첩보는 많은데 단서는 없고…』한숨

  • 입력 1997년 2월 1일 20시 15분


「첩보」는 많으나 뚜렷한 「단서」는 없다. 「한보특혜대출의혹사건」을 수사중인 검찰의 고민이다. 대검 중수부관계자는 1일 한보철강이 금융기관으로부터 무려 5조원이 넘는 자금을 대출받는 과정에서 정치권 실세들과 금융기관 임원들이 거액의 뇌물을 받았다는 소문은 난무하지만 뚜렷한 수사단서는 없다고 밝혔다. 정치권과 증권가 각 기업정보팀 등에서는 이른바 「한보리스트」 「정태수리스트」라는 제목으로 「39명설」 「56명설」 「80명설」 심지어 「1백명설」까지 나돌고 있지만 어느 것도 수사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80명설」은 정치권 인사 19명의 실명과 함께 구체적인 개인별 수뢰액수까지 밝혀놓고 있다. 검찰은 수사착수 이후 대검중수부의 범죄정보관리과 소속 수사관 10여명을 동원, 자체 정보수집에 나서 수백건에 달하는 첩보를 수집해놓은 상태다. 검찰관계자는 그러나 『수집된 첩보의 대부분이 시중에 나도는 루머성 정보로 쓸만한 것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신한국당의 모의원이 鄭泰守(정태수)총회장으로부터 수시로 10억∼20억원의 정치자금을 제공받고 대출에 압력을 행사해주었다」「야당의 모의원은 94∼96년 사이에 여러차례 정총회장을 만났는데 돈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식의 구름잡는 얘기들이 대부분이라는 것. 수집된 첩보가운데는 매우 구체적인 것들도 있다. 「95년초 모 은행장은 서울 강남의 모호텔에서 정총회장을 만나 대출사례비로 현금 1억원이 담긴 돈가방을 건네받았다. 얼굴을 알아보는 사람들의 눈을 피해 호텔 객실을 사전에 예약해 만났다」 「로비 돈심부름은 한보그룹내 모임원이 도맡아했다」는 것 등이 그것. 검찰은 그러나 구체적인 정황이 담긴 첩보의 경우 출처를 쫓아가보면 상당수가 내부 반대자가 상대방을 음해하기 위해 퍼뜨린 것으로 확인되는 등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분석하고 있다. 검찰은 또 익명의 제보도 하루 10여건씩 들어오고 있지만 막연히 상대방을 음해하는 내용이거나 구체적인 내용은 있지만 추적할 단서가 없는 제보가 많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설령 첩보의 내용이 사실이라고 가정하더라도 돈이 건네진 구체적인 정황과 관련자의 진술, 계좌추적을 통한 물증 등이 없으면 결국은 수사에 성공하지 못한다』며 『첩보내용에 추적이 가능한 구체적인 단서가 없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따라서 현재로서는 정총회장이 입을 열거나 검찰이 자체적으로 로비자금의 규모나 흐름을 파악해 추적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金正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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