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부도/당진제철소 총정리]가동-死藏 기로에

  • 입력 1997년 2월 1일 20시 15분


당진제철소 처리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정부와 채권은행단은 어떤 수를 써서라도 당진제철소를 완공, 조기에 경영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공장을 완공한 다음의 처리방식인데 정부내에서 조차 아직 일관된 방침은 없는 상태. 이미 당진제철소는 鄭泰守(정태수)한보총회장의 손에서 떠났다. 거대한 철강공장의 시설만 남게 됐다. 한보사태의 정치적 의혹 처리와는 별개로 당진제철소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가 국민경제적인 차원에서의 현안이 되고 있다. 제삼자인수방식이 유력하나 일각에선 국민기업화가 바람직하다는 방안도 나오고 있어 처리문제는 아직 유동적이다. 당진제철소는 지난 89년부터 지금까지 무려 4조9천6백억원의 투자자금이 집행돼 공정이 90% 진척된 상태. 계획대로라면 오는 6월경 완공예정이다. 완공후 연간생산규모가 6백만t으로 국내2위의 철강공장. 따라서 경제적인 관점에서 의혹문제와는 전혀 별개로 당진제철소 처리문제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거대 철강공장을 완공해서 가동시키는 것이 장기적으로 국가경제에 바람직한지, 아니면 사장(死藏)시키는 게 향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인지 근본적인 검토부터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당진제철소의 비중 ▼ 당진제철소의 현재 생산능력은 조강기준 3백만t으로 국내 조강생산의 9.5%를 차지한다. 완공 후에는 6백만t으로 확대돼 비중이 98년엔 14.2%로 높아진다. 통상산업부 金均燮(김균섭)기초공업국장은 『당진공장의 생산능력 확대는 철강장기수급계획에 이미 반영돼 있어 예정대로 건설되지 않으면 국내 철강 장기수급계획에 큰 차질이 빚어진다』고 우려했다. 게다가 당진공장건설을 중단하고 이 규모의 공장을 고로(高爐)방식으로 다시 지을 경우 추가로 6조∼7조원의 건설비가 들뿐만 아니라 건설기간도 3,4년이 걸려 누가 주인이 되든 당진제철소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게 통산부의 설명이다. ▼ 당진제철소의 경제성 ▼ 문제는 당진제철소가 완공된뒤의 조기 경영정상화 여부며 이의 관건은 역시 경쟁력 확보다. 현재 한보철강이 은행 및 제2금융권에서 빌린 돈과 회사채발행등으로 조달한차입금은 4조9천4백29억원. 연평균 금리를12%로 잡을 경우 한보철강은이자만 연간 6천억원씩을 물어야 한다. 게다가 완공때까지 추가로 투입될 1조원을 감안하면 원리금상환이 본격화하는 98년 이후엔 연간 1조원이상의 금융비용부담이 생긴다. 이같은 원리금부담액은 웬만한 대기업의 연간 매출액과 맞먹는다. 일부에서는 당진제철소를 완공하여 정상화하려면 추가로 4조원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같은 한보철강의 자금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조치가 없는 한 기술적으로 경쟁력이 있다 해도 견디기가 어렵다는 평가다. 그래서 국민기업화나 채권은행들의 대출금 출자전환같은 방식으로 금융비용을 덜어줄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 신공법의 기술성 ▼ 당진제철소의 코렉스공법은 신기술인 것은 분명하나 아직 상업성이 완전히 검증되지 않은 것이 문제. 통산부는 코렉스공장은 포철이 지난 95년에 완공해 현재 가동률 95%수준에서 완전 가동상태이므로 포철의 기술지원과 약간의 시험기간을 거치면 기술적으로 큰 어려움이 없다는 입장. ▼ 남은 쟁점들 ▼ 전문가들은 『당진제철소의 정상화는 앞으로 금융비용 등 원가요인을 줄이는 것이 관건이므로 제삼자인수든 국민기업화든 이 문제를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당진제철소를 제삼자에게 인수시킬 경우 정상화가 가장 빠르겠지만 워낙 덩치가 크기 때문에 금융부담 및 세금경감조치가 불가피한데 이경우 특혜시비에다 경제력집중의 문제를 피할 수 없다. 그렇다고 거대기업을 국민기업화할 경우 특혜시비는 피할지 모르지만 국민부담으로 「거대 부실덩어리」를 계속 지원해야 하는 악순환을 초래할 우려도 있다. 또 포철 등 공기업을 민영화하겠다는 문민정부의 정책방향과도 맞지 않다. 이상의 여러 요인을 고려하면 당진제철소 처리문제는 정치논리가 아닌 경제논리로 풀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白承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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