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산철교 12년만에 『퇴역』…31일밤 11시 철거

  • 입력 1996년 12월 30일 20시 20분


「梁泳彩기자」 병자년(丙子年) 마지막 날인 31일 밤11시. 서울 지하철 2호선 당산철교가 부실시공의 오명을 뒤로 한 채 12년7개월의 「짧은 생」을 마감하고 긴 휴식에 들어간다. 철거와 재시공을 거쳐 전동차 운행이 재개되는 날은 3년뒤인 오는 99년말. 이 기간 중 30만명의 2호선 승객들은 불편함과 번거로움을 고스란히 감내할 수밖에 없게 됐다. 부실공사의 후유증은 항상 서민들의 몫이다. 한강다리중 성수대교에 이어 두번째로 재시공되는 당산철교에서 이상이 발견된 것은 92년10월. 전동차 하중을 직접 받는 세로보에서 발견된 균열은 시간이 갈수록 늘어났다. 94년11월부터는 전동차가 정상속도(시속 80㎞)를 내지 못하고 30㎞로 달려야 했다. 국내외 전문기관으로부터 여섯차례에 걸쳐 안전진단을 받은 서울시는 결국 전면 재시공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반대여론도 만만치 않았다. 한국강구조학회 등에서는 유지 보수를 하면 10년이상 사용할 수 있는데도 성급히 재시공키로 해 시민불편을 초래하고 예산을 낭비한다고 지적했다. 재시공을 위한 철거는 궤도신호 통신시설을 제거하는 작업부터 시작돼 내년 4월부터는 상부구조물과 교각 해체작업으로 이어진다. 철제트러스는 절단기로 잘리고 교각은 다이아몬드줄톱으로 해체된다. 59억원을 들여 시공된 다리는 12년여만에 12억원어치의 고철로 변한다. 철거 및 시공은 현대중공업과 진흥기업이 맡았다. 하루 두번꼴로 12년간 당산철교를 건너다닌 기관사 李政浩(이정호·39)씨는 『새 다리는 백년이 지나도 끄떡없도록 만들어야 한다』며 『새해부터는 정말 이땅에서 「부실시공」이라는 단어가 영원히 사라지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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