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평가원 천광호씨가 본 「수능시험 백태」

  • 입력 1996년 12월 13일 19시 37분


「申福禮기자」 1,2교시 시험보고 3교시 결시하고 4교시에 다시 들어오는 수험생, 답은 골랐으나 단 하나 제대로 찍은 것이 없는 「답사이로 막간」 수험생, 시험을 잘 치르곤 「결시자 난」에 떡하니 표시한 수험생….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성적채점 실무책임자인 국립교육평가원 전산실의 교육연구관 천광호씨(51)가 전해주는 답안지를 통해 본 수험생 백태다. 『3교시만 결시한게 이상해서 전화로 수험생에게 이유를 물어봤어요. 골치가 아파 화장실에 도망가 숨어 있었다는 거예요. 시험장 밖에는 엄마가 지키고 있어 나가지 못하고 자신없는 과목이라 시험지 앞에 앉아 있으면 돌아버릴 것같고. 시험 중압감이 엄청났던 거지요』 이처럼 점심 먹은 뒤 사라져버리거나 자신없는 과목은 치르지 않은 수험생이 79만여명중 1천1백4명. 이와는 반대로 몰라도 열심히 답은 표기했지만 하나도 맞추지 못하고 0점을 맞은 학생은 수학과목에서만 4백명이나 된다. 문제를 전혀 풀지않고 4교시 끝까지 앉아서 버틴 학생은 3명. 물어보니 『어차피 내 성적으로는 대학에 갈 수 없는데 구질구질하게 요행을 바라며 찍느니 자존심을 지키겠다』는 소신파였다는 것. 과보호로 나약해져서인지 너무 쉽게 포기하는 수험생도 나왔다. 『1교시 점수가 1백20점 만점에 1백점 이상을 맞았는데 2교시에는 안들어온 수험생도 있어요』 수험번호나 문제지유형을 잘못 표기하거나 시험을 잘 치르고도 「결시자란」에 자신이 결시자임을 떡하니 표기한 답안지만도 4천6백92건에 이른다. 이들을 일일이 원서대장에서 확인하고 시험지구에 조회해 구제했다. 천연구관은 『20명 직원이 3백30만장의 데이터를 24일만에 처리해내느라 일주일간은 거의 24시간 근무체제로 일을 해야했다』면서 『점수가 1백점 가까이 틀리게 나왔다고 엉뚱하게 항의하러 오는 학부모들을 보면 격무에 대한 보람을 어디에서 찾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천연구관은 지난 94년부터 수능시험 채점업무를 해왔으며 서울시 교육청 전산화 작업과 학생생활기록부 전산화작업을 실무 주도한 교육정보화 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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