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동포 北가족상봉 비용]소재파악에 5천달러 안팎 기부

  • 입력 1996년 12월 8일 19시 56분


북한에 가족을 둔 재미동포가 가족 상봉을 하려면 어느 정도의 돈이 들까. 또 이들을 자유진영으로 탈출시키기 까지는 얼마의 자금이 소요될까. 金慶鎬(김경호)씨 일가족 등 17명의 탈북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진 김씨의 장인 최영도씨(뉴욕거주)가족들은 이번 일에 사용된 돈의 규모를 묻는 질문에 정확한 액수는 밝히지 않았다. 단지 『평생을 모은 돈을 썼다』고 대답해 그 규모를 짐작케 해주고 있다. 위험부담이 크기 때문에 그만큼 비용지출도 커지게 마련인 것이다. 이산가족을 만나려면 우선 그들의 소재를 파악하는 단계에서부터 많은 돈이 들어간다. 친북인사로 구성된 단체에 지속적으로 기금을 내야 하는데 그 액수가 보통 5천달러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돈으로는 4백여만원에 불과하지만 어려운 이민생활을 감안하면 선뜻 내키지 않는 규모다. 또 이 돈을 냈다고 모두 가족을 찾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반대로 어떤 경우에는 우연히 우표 몇장 값으로 쉽게 일이 풀릴 수도 있다. 가족을 찾고 나면 대부분의 경우 연락을 계속하기 위해 매달 수백달러씩 생활비를 송금해 주게 된다. 대개의 경우 가족 한명과 연결되면 북한내 사돈의 팔촌까지 미국내 친인척에게 돈을 보내 달라는 편지를 보내온다. 그 중에는 달러가 없으면 죽게 된다는 반협박성 편지까지 있어 미국내 가족을 괴롭게 한다. 이런 일은 요즘 특히 심해졌다. 그래서 일부 재미동포들은 가족을 찾지 않느니만 못하다는 후회를 하기도 한다. 보낸 돈도 과거에는 암시장에서 3백대 1까지 바꿀 수 있어 적은 액수로도 큰 도움이 됐지만 지금은 공식환율인 2대1로만 환전이 가능해 생색도 안난다는 것이다. 지방에 거주하는 이산가족의 소원은 대개 평양에 살아 보는 것인데 이를 위해서는 한 가구당 3만달러가 공정가격이다. 비밀 브로커를 통해 이 돈이 북한당국에 전달되면 신속하게 평양이주가 이뤄진다. 그러나 요즘에는 평양이 비대해졌다며 이들중 일부를 가려내 다시 지방전출을 시키고 있다는 것. 물론 또 돈을 보내면 평양입성이 다시 가능해 진다. 북한의 경제사정이 나빠지면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현상중 하나다. 가족을 만나기 위해 북한에 가려면 더 많은 돈이 든다. 북한이 평양 청소년축전 등 특정 행사의 선전을 위해 여행사를 통해 초청하는 경우는 그래도 낫다. 개인적으로 방북을 하기 위해서는 친북단체가 주관하는 행사에 정기적으로 참석해서 후원금을 내야 하고 북한관리들이 미국을 방문할 때는 반드시 얼굴을 내밀어야 한다. 참석을 하지 않으면 기피인물로 인정돼 비자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소요되는 경비도 만만치 않아 수백∼수천달러가 소요된다. 또 방북시 필수적으로 지출되는 항공료 및 북한당국에 공식적으로 내야 하는 기본경비만 해도 최소한 5천달러 이상이 된다. 뉴욕의 한 이산가족 재미동포의 경우 4년전 북한내 가족을 찾고 작년에 방북해서 만날 때까지 든 돈이 생활비 송금을 포함해 우리 돈으로 5천만원 가까운 6만달러에 달했다. 청과상을 하면서 어렵게 살고 있는 그는 지금 북한내 가족을 찾은 것을 후회하고 있다. 경제적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이번 김씨 일가 17명의 탈출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기 때문에 소요경비를 추산하는 것이 어렵다. 중국에서 지역별로 브로커에게 지급하는 돈은 공정가격이 없기 때문에 관련자들이 말하기 전에는 규모를 짐작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북한내 가족의 탈출을 시도해 본 적이 있다는 한 재미동포는 이번 경우 탈출에 소요된 직접적인 경비만도 최소한 30만달러(2억4천6백만원)이상일 것이라고 추측한다. 사실이 그렇다 하더라도 최씨가족은 이제 더 이상 북한가족 문제로 돈을 지출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다행이라고 재미 이산가족들은 말한다. 〈뉴욕〓李圭敏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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