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논술 「개성」중시…출제교수들이 말하는 고득점요령

  • 입력 1996년 11월 21일 08시 41분


『과외에서 인스턴트식으로 연습하고 준비한 틀에 답안내용을 짜 맞추지 말라. 자신의 생각이 담긴 자기만의 이야기를 써라』 서울대 논술고사 출제와 채점에 참여했던 교수들의 한결같은 조언이다. 서울대가 97학년도 논술고사에서 형편없는 답안에는 0점에 가까운 점수를 줘 변별력을 분명히 할 것이라고 밝힌 뒤 서울대 논술고사의 출제방향과 채점기준에 수험생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서울대의 한 입시관계자는 다른 대학과 달리 문제유형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문제유형이나 모범답안을 공개하면 그 해에는 거의 모든 응시생이 그 유형에 맞춰 비슷한 답안을 작성하기 때문』이라며 『공개했던 유형과 다른 문제를 출제하면 문제의 뜻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학생이 속출한다』고 설명했다. 수험생들이 되풀이하는 잘못 중 하나는 서술기법이나 문장력보다 개성적이고 창의적인 문제의식에 후한 점수를 주는데도 「소화하지 못한」 거창한 주제로 세련되게 글을 쓰려 한다는 것. 이 관계자는 『몇해 전 「오늘 날 해야 할 일을 제시하라」는 문제를 냈더니 대부분의 학생이 세대간 갈등이니 세계화니 하는 「큰 이야기」만 썼다』며 『논술과외를 받지 못해 서술방식은 다소 서툴지만 주변의 사회현상을 자신의 삶 속에서 소박하게 이해해서 쓴 시골 학생들이 높은 점수를 얻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남들처럼 적당히 쓰면 중간은 갈 수 있다」는 생각으로 틀에 박힌 답안을 작성하는 학생들이 꽤 많다』며 『일단 잘 쓴 답안과 그렇지 않은 답안을 대별한 뒤 다시 채점을 하기 때문에 그런 태도는 상당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또 『지난 해 「스포츠의 집단구획의식」에 대한 문제를 내면서 「갈등의 해결책을 제시하지 말라」고 명시한 것도 수험생의 참신한 문제의식을 보려고 했던 것』이라며 『연습한 틀에 맞춰 서론―본론―결론의 형식에 따라 「어설픈 결론」을 내린 학생은 「불경죄」(不敬罪)로 낮은 점수를 받았다』고 말했다. 논술문제가 지나치게 난해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12년간 학교수업을 받은 학생에게 「척 보면 뻔한 문제」를 내면 변별력이 생기겠는가』라고 반문해 올해 논술고사문제도 결코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이 관계자는 『논술고사는 국어시험이 아닌 만큼 평소 정치 경제 사회 예체능 등 다른 과목에도 관심을 가져야 논술고사에 대한 적응력을 높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夫亨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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