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레종 소리는 天地人음향의 합창』…「神聲기법」 밝혀

  • 입력 1996년 11월 20일 09시 06분


신라 성덕대왕신종(국보 제29호·일명 에밀레종)의 소리의 신비가 1천2백여년만에 밝혀졌다. 에밀레종소리의 신비는 하늘로 소리를 전달하는 나팔통 모양의 음관(音管·종의 맨 위에 위치한 대나무모양의 관), 땅속으로 소리를 전달하는 종각 밑부분의 울림통, 맥놀이(종소리가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주기)를 길게 유지시켜주는 몸통부분 등 치밀한 설계로 하늘 땅 그리고 지상의 인간 등 천지인(天地人) 삼재사상(三才思想)을 음향공학적으로 실현시킨 고도의 범종 기술에 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사실은 국립경주박물관이 실시중인 성덕대왕신종 종합안전진단의 중간 결과에서 밝혀진 것으로 22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성덕대왕신종 국제학술회의」(국립경주박물관 종근당 고촌재단 주최)에서 공식 발표된다. 음향 조사를 맡은 陳庸玉경희대교수는 『에밀레종 밑에 설치된 울림통은 종소리를 안정된 음향으로 만들고 종소리를 땅 속으로 전달하는 기능을 하고 있음이 구체적으로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서양의 종들은 주로 하늘 방향으로만 소리가 전달된다. 또한 『에밀레종 윗부분에 위치한 음관은 나팔통처럼 출구는 넓고 입구는 좁게 설계됨으로써 비정상적인 주파수를 정상으로 되돌려놓는 기능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이 음관은 동시에 완충장치의 기능을 넘어 하늘로 가는 소리의 통로 구실도 한다는 것이다. 陳교수는 에밀레종 상부에 만들어진 36개의 연꽃형 돌기와 내면 상부의 커다란 사발모양 돌기(덤쇠)는 맑은 종소리를 내기 위한 고도의 장치로 추정했다. 맥놀이 현상을 만들려면 종을 비대칭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내면의 사발모양 돌기가 그같은 기능을 담당한다고 설명하고 『이는 신라 범종 공예기술의 탁월함을 입증하는 전무후무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음향학적으로 볼 때 1백㎐미만은 땅속으로, 1백∼2백50㎐는 지상의 인간에게로, 그 이상은 하늘로 전달되는 성분이라고 陳교수는 밝히고 에밀레종소리에서는 이같은 세가지 소리성분이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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