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수『속죄하는 길은 전향뿐』…옥중에서 쓴 반성문내용

  • 입력 1996년 11월 15일 20시 31분


『저는 각고의 자성과 신중한 고려를 거쳐 다음과 같이 전향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14일 자신의 3차 공판에서 재판부에 전향의사를 밝힌 남파간첩 鄭守一(62)이 옥중에서 작성 제출한 반성문에는 12년 동안이나 「적지」에서 암약해 온 그가 검거된 이후 북한체제를 전면부정하고 전향하기까지의 인간적인 고뇌와 전향의 변이 담겨 있었다. 편지지 3장에 작은 글씨로 깨알같이 쓰인 鄭의 반성문은 『저의 첩보활동이 대한민국의 국익에 대하여 엄중한 범죄행위였음을 솔직하게 인정하며 국민들에게 머리 숙여 사죄한다』는 내용으로 시작하고 있다. 鄭은 『검거후 참회의 뜻으로 전향할 것을 심사숙고했으나 평생을 지켜온 신념을 바꾸는 것은 지조가 없는 짓이며 북에 있는 사랑하는 가족을 참담한 고통속으로 몰아넣는 비정한 작태로 생각돼 망설여 왔다』고 최후까지 고뇌해 왔음을 내비쳤다. 그러나 鄭은 『이성적으로 문제를 생각한 결과 속죄하는 길은 전향 뿐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북한의 적화통일정책을 실현하기 위한 척후병이었던 자신의 행동에 대한 속죄는 이전의 신념을 그대로 가지고서는 불가능하다는 것. 그는 전향의 두번째 이유로 『전향만이 진정한 봉사의 길』임을 들었다. 그는 『자신이 이 나라와 겨레를 위해 봉사할 수 있는 밑천은 학문 뿐』이라며 『이 봉사의 기회는 전향에 의해서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이유는 전향만이 마땅한 보답의 길이라는 것. 그는 『그동안 정부와 몸담아 왔던 단국대 및 주위의 여러사람으로부터 배려를 받아 안정된 생활과 학문연구를 보장받았다』며 『양심과 지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들의 사랑과 기대에 응분의 보답을 해야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집사람은 엄청난 아픔을 가슴속에 묻어둔 채 여전히 아량과 사랑을 베풀고 있다』며 아내에 대한 사죄의 표시를 잊지 않았다. 그는 14일 열린 공판에서도 몇차례나 전향의 고뇌로 북받치는 감정을 억누르지 못했다. 현행법상 형이 확정된 기결수의 경우 「전향심사위원회」를 열어 전향을 공식 인정하나 鄭과 같은 미결수에 대한 전향규정은 없는 상태다. 이에 대해 검찰의 한 관계자는 『현재 법률을 검토중』이라고 말해 鄭의 전향은 조만간 법적으로 매듭지어질 전망이다.〈申錫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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