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발언대]「114유료」앞서 번호책부터 보급을

  • 입력 1996년 11월 13일 20시 39분


내년부터 114안내전화가 유료화할 예정이다. 한달에 3회를 초과할 경우 통화당 80원의 요금을 내야 한다. 물론 이용량이 폭주해 연간 2천7백억원이란 엄청난 비용이 들고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는 등 114가 앓고 있는 몸살을 감안한다면 이해도 간다. 하지만 114의 과도한 이용은 기본적으로 대체수단인 전화번호부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은 탓에 생기는 문제다. 따라서 114 유료화는 전화번호부의 철저한 공급이 전제돼야 한다. 전화번호를 가장 손쉽게 찾을 수 있는 수단은 전화번호부다. 그런데 보라. 전화번호부가 제대로 비치된 가정과 사무실이 얼마나 되는지. 「인명편」은 숫제 없고 기껏 해당지역의 「상호편」, 그것도 해묵은 책이 고작이다. 사정이 이러니 114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공급자는 소비자의 성의부족 탓이라고 둘러댄다. 가입자가 전화국에 오기만 하면 받아갈 수 있는데도 안 가져가니 말이다. 이게 말이 되는가. 『필요하면 전화국에 와서 가져가라』는 건 지독한 오만이다. 공급자의 서비스의식 결여를 단적으로 보여줄 뿐이다. 자유경쟁 시장이라면 이런 서비스로는 결코 살아남지 못한다. 거의 모든 가정과 사무실에 전화가 있는만큼 전화번호부의 발간 배포는 공급자의 당연한 의무다. 또 전화번호부에 광고를 실은 광고주에 대한 당연한 서비스이기도 하다. 비싼 돈을 받고 광고를 유치했으면 광고가 실린 전화번호부를 최대한 널리 배포해야 광고업자의 도리를 다하는 셈이다. 미국의 예를 보자. 전화회사는 지역번호내의 인명별 상호별 업종별 전화번호부를 매년 새로 발간해 즉시 모든 가입자에게 직접 또는 우편으로 배달해준다. 나아가 도서관에 전국 각지의 전화번호부를 모두 비치해 누구든 타지역의 전화번호까지도 어려움없이 찾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쯤 되니 전화번호 안내가 유료라고 왈가왈부하는 사람이 있을 수 없다. 대체수단이 부족해 114에 의존하는 소비자에게 요금을 물리는 행위는 정당하지 않다. 유료화의 전제로 모든 전화가입자에게 시내통화지역의 인명별 상호별 업종별 전화번호부를 빠짐없이 배포하고 공중전화 부스에도 예외없이 비치할 일이다. 그랬는데도 굳이 114를 이용하겠다면 이는 비용을 책임지겠다는 뜻이니 당연히 요금을 물릴 수 있다. 오히려 수익자 부담원칙을 철저히 적용하자. 통화당 80원이 아니라 현재의 원가라는 2백36원을 다 물린들 누가 뭐라 하겠는가. 하 상 묵(한국행정연구원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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