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대교 붕괴2년]유가족·생존자 표정

  • 입력 1996년 10월 20일 20시 21분


코멘트
「宋平仁·韓正珍·夫亨權기자」 『사랑하는 아빠 보세요. 아빠 저는 요즘 얼마나 마음이 아픈지 모릅니다… 아빠가 저를 때리실 때 제 마음보다 1백배, 1천배나 더 아프셨을 것이라는 생각에 눈물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당시 딸로부터 전달받지 못한 이 편지를 가슴에 부여안고 오열했던 무학여고 2학 년 李娟受양(당시 16세)의 아버지 李植天씨(47)는 20일 부인 張淸子씨(46)와 단 둘 이서 딸의 묘소에 다녀왔다. 쓸쓸한 추모. 성수대교 붕괴사고 2주년의 표정이다. 지난해 서울시와의 보상문제가 끝난 뒤에는 유족회마저 활동을 중단했다. 유족회 총무를 맡았던 李계환씨(32)는 『지난해 21일에는 유족 30여명이 모여 성수대교에서 합동추모제를 지냈으나 올해는 그런 계획이 없다』며 『앞으로 성수대교가 완공되 면 그때 가서 희생자를 기념하는 추모제를 지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사고로 죽은 딸 李承英양(당시 21세·서울교대 재학중)의 시신을 고려대 안암병원 에 기증했던 金榮淳씨(46)는 지난해 서울시에서 받은 보상금으로 승영장학회를 만들 어 운영하고 있다. 당시 서울 안암초등학교 교사로 동료교사 4명과 함께 승용차를 타고 가다 떨어졌 으나 극적으로 생존한 金閔子씨(40)는 이듬해 서울 개포초등학교로 자리를 옮겼다. 동료교사들에 따르면 金씨는 성수대교에 관한 얘기를 꺼내는 것조차 기피하고 있으 며 후유증으로 여전히 통원치료를 받고 있다. 당시 소형승합차를 타고 모범의경표창을 받으러 가다 다리상판과 함께 떨어지는 바람에 목숨을 구한 「11인의 의경」은 지난해 모두 제대했다. 엘림 컨설팅회사에 근무하고 있는 金天雄씨(24)는 『이력서에 성수대교관련 포상 경력이 기재돼 있어 회사책임자들은 알겠지만 동료들에게는 굳이 얘기를 하지 않아 잘 모를 것』이라고 말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