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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기네스」오른 「환경미화 41년」 백양기씨

입력 1996-10-18 22:06업데이트 2009-09-27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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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전 5시반 서울 구로구 수궁동 주택가 골목길. 한 60대 환경미화원이 어둠 이 채 걷히지 않은 새벽길을 쓴다. 집앞마다 놓인 쓰레기봉투를 수거해 손수레안에 넣는다. 일을 시작한 지 벌써 1시간반. 환경미화원 白洋基씨(60)의 하루는 오전 4시 빗자루를 드는 것으로 시작된다. 「 깨끗한 서울」을 만들기 위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변함없이 거리를 쓸며 지내온 천 직의 세월이 「청소부 외길 41년」. 白씨는 「서울시민의 날」(28일)을 앞두고 서울시가 작성하는 「서울 기네스」에 가장 오래 일한 환경미화원으로 등재된다. 『예나 지금이나 쓰레기가 많은 서울 거리지만 좀더 깨끗해졌으면 하는 게 저의 바람입니다』 수궁동의 조장인 그가 하는 일은 동료 11명의 청소 일을 책임지고 마무리하는 것. 따라서 손수레를 끌고 다니지 않아도 되지만 白씨는 굳이 끈다. 『젊을 때부터 시 작한 일이 몸에 밴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 그가 이 일을 시작한 것은 20세때인 지난 55년. 고향인 전북 고창에서 서울로 올 라와 일자리를 찾다가 경찰국에서 청소원을 고용한다는 공고를 보고 응시,합격했다. 白씨는 『먹을 것이 없어 이틀동안 굶다가 시험에 합격한 뒤 식당으로 달려가 외 상으로 밥을 두 그릇이나 먹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그뒤 청소업무가 경찰에서 시로 이관됐다가 다시 대행업체로 넘어가는 등 곡절은 있었지만 그는 빗자루를 놓지 않았다. 다른 기술이 없기도 했지만 처음 배고픔을 면 하게 해준 자리에 대한 고마움때문이었다. 그는 41년간 청소일을 하다보니 쓰레기를 통해서 세상의 변화를 실감한다. 『60,70년대만 해도 연탄재와 김장쓰레기로 골목길이 뒤덮였었는데 지금은 찾아볼 수 없어요. 요새는 옛날같으면 감히 버릴 생각을 못했던 말짱한 옷가지 등이 쓰레 기로 나옵니다』 그는 『잘살기 시작한 게 얼마나 됐다고 이래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어 안타까운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고 말한다. 白씨의 동료들은 『白씨가 지난 84년 위수술을 하던 날 아침에도 빗자루를 놓지 않을 정도였으며 얼마전에는 청소하다가 주운 8백만원짜리 어음을 그대로 돌려준 일 이 있다』고 전했다. 그는 내년 6월로 정년을 맞는다. 그렇지만 후회는 안한다. 내세울 것은 없지만 자 식들을 사람노릇할 수 있게 잘 키웠다고 자부하기 때문. 白씨는 현재 서울 강남구 수서동의 도시개발아파트 21평에서 부인, 두아들 내외, 아직 출가안한 딸과 함께 산다. 두아들은 집인근에서 함께 음식업을 하고 있다.〈윤 양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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