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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호의 짧은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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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기호의 짧은 소설]<52·끝>다시 봄

    [이기호의 짧은 소설]<52·끝>다시 봄

    그는 아들과 함께 터덜터덜 임대아파트 정문 밖으로 걸어 나왔다. 정문 옆 목련나무가 가로등 불빛에 훤히 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 보였다. 목련꽃은 빨리 지기도 하지. 어느새 꽃잎들은 하얀 빛깔을 잃고 젖은 수건처럼, 말린 가지처럼 축축 늘어져 있었다. 그는 마을버스 정거장 쪽으로…

    • 2016-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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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기호의 짧은 소설]<51>나의 폭풍 다이어트 돌입기

    [이기호의 짧은 소설]<51>나의 폭풍 다이어트 돌입기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사랑스러운 동생 슬기에게. 이렇게 가끔 늦은 시간까지 혼자 잠들지 못하는 밤이면 가족 생각이 많이 납니다. 될 수 있는 한 그러지 않으려고 하는데…. 사실 가족 생각을 하면 허기가 더 많이 지거든요. 그러면 또 잠들기도 어렵고 신경이 많이 날카로워지기도 합니…

    • 2016-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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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기호의 짧은 소설]<50> 아들의 기도

    [이기호의 짧은 소설]<50> 아들의 기도

    늦었다. 그는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계속 손목시계를 내려다보았다. 저녁 8시 25분. 담임목사 부부와 장로, 안수집사가 집으로 찾아온다고 약속한 시각은 저녁 8시. 저녁도 먹지 않고 최대한 빨리 온 것인데…. 그래도 또 아내는 찬바람 쌩쌩 날리면서 두 눈을 흘겨…

    • 2016-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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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기호의 짧은 소설]<49>“댁의 며느리는 어떠십니까?”

    [이기호의 짧은 소설]<49>“댁의 며느리는 어떠십니까?”

    아아, 이거 꼭 마이크에 대고 얘기해야 하는 겁니까? 아이고, 평상시 형님 동상, 하면서 허물없이 지내다가 이렇게 돌아가면서 마이크에 대고 한마디씩 하니까 여간 쑥스러운 게 아니네요. 그래도 우리가 이렇게 노인복지센터에서 만나 속풀이도 하고, 며느리들 흉도 보고 하니까, 정답기도 하고…

    • 2016-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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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기호의 짧은 소설]<48>喪家에서 생긴 일

    [이기호의 짧은 소설]<48>喪家에서 생긴 일

    “아무래도 겨울엔 부의금 나갈 일이 많지요?” “원래 꽃 필 땐 축의금이 많이 나가고, 눈 내리면 부의금이 많이 나가는 법이지….” 부산으로 향하는 KTX 안, 박 팀장은 건성건성 성 대리의 말에 대꾸를 해주면서 창 밖으로 시선을 던졌다. 천안아산역 근처를 지날 때부터 흩날리던…

    • 2016-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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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기호의 짧은 소설]<47>커트

    [이기호의 짧은 소설]<47>커트

    자를 것인가, 말 것인가? 두 시간을 기다렸다가 자를 것인가, 아니면 눈 감고 딱 이십 분 만에 후딱 자르고 나올 것인가? 나는 길 건너 상가를 바라보면서 잠시 그런 고민을 했다. 한 달에 한 번 머리를 자를 때마다 나로 하여금 갈등과 번민과 고뇌에 휩싸이게 만드는 이유는 단 하나. …

    • 2016-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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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기호의 짧은 소설]<46>그의 운세

    [이기호의 짧은 소설]<46>그의 운세

    “어디 보자, 77년 정사년 오월 생이라….” ‘해천 스님’이라고, 하지만 딱 보기에도 그냥 ‘해천이 아저씨’ 같은, 배가 불룩 튀어나온 대머리 사내가, 낡은 공책 한가운데 사주를 받아 적으며 작은 목소리로 웅얼거렸다. 앉은뱅이책상 뒤에 앉아 있는 ‘해천 스님’은, 아디다스 추리…

    • 2015-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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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기호의 짧은 소설]<45> 크리스마스에 임하는 우리의 자세

    [이기호의 짧은 소설]<45> 크리스마스에 임하는 우리의 자세

    모태 솔로 남자들에게 호환마마보다 더 두려운 크리스마스 연휴가 다가오고 있으니, 작년 이맘때 개별 사례들을 통해서 본, 가지 말아야 할 곳, 하지 말아야 할 일, 보지 말아야 할 것들을 여기에 따로 정리해두고자 한다. 해당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잘 새겨듣고 같은 우를 범하지 말기를 …

    • 2015-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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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기호의 짧은 소설]<44>너의 영혼에 불안이 깃들 때

    [이기호의 짧은 소설]<44>너의 영혼에 불안이 깃들 때

    그는 그때 분명 술이 조금 취해 있던 상태가 맞았다. 대학생 제자들과 1차로 중국 음식점에서 고량주를 마시고, 2차로 호프집에 들러 생맥주 네댓 잔을 기울인 이후였다. 그때까지 남아 있던 제자들은 일곱 명. 남학생이 세 명, 여학생이 네 명이었다. 그 자리에서 오고 간 이야기들은 무엇…

    • 2015-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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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기호의 짧은 소설]<43>입동 전후

    [이기호의 짧은 소설]<43>입동 전후

    고향에 계신 아버지가 생애 네 번째 오토바이 사고를 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그는 ‘아, 또 가을이 가고 겨울이 오는구나, 계절은 참 정직하기도 하지’ 대충 그런 생각을 하고 말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아버지가 오토바이 사고를 내는 것은 항상 이맘때쯤, 배추 농사 무 농사가 얼추…

    • 2015-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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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기호의 짧은 소설]<42> 동물원에서

    [이기호의 짧은 소설]<42> 동물원에서

    태어나서 서른 살이 될 때까지 단 한 번도 여자 친구를 사귀어 보지 못했던 그가, 기적적으로 여덟 살 연하의 주경 씨를 만나 연애를 시작하게 된 것은 지난달 말의 일이었다. 주경 씨, 그녀는 그가 다니고 있던 중장비 운전면허학원의 사무보조로 일하고 있던 여자였다. 나이는 이제 겨우 스…

    • 2015-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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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기호의 짧은 소설]<41>응급실에서

    [이기호의 짧은 소설]<41>응급실에서

    그가 일곱 살 된 아들을 둘러업고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응급실에 도착한 것은 밤 11시 무렵이었다. 미열이 있었지만, 저녁식사도 평상시처럼 하고 스스로 양치질도 하기에 가벼운 감기려니 생각했는데, 잠자리에 들 무렵 상황이 돌변했다. 가슴이 아프다고 하더니, 이내 구토를 하고 입술…

    • 2015-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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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기호의 짧은 소설]<40>어떤 상담

    [이기호의 짧은 소설]<40>어떤 상담

    아침저녁 불어오는 스산한 바람이 어떤 사람들에겐 아, 이제 또 어느새 가을이 왔구나 하는 신호로 읽히겠지만, 글쎄다, 초등학교 교사인 나에겐 아, 이제 또 그놈의 학부모 상담 주간이 돌아오겠구나 하는 압박감으로만 다가온다. 4월 둘째 주와 9월의 셋째 주. 해마다 돌아오는 이 학부모 …

    • 2015-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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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기호의 짧은 소설]<39>낮은 곳으로 임하라

    [이기호의 짧은 소설]<39>낮은 곳으로 임하라

    어째 처음부터 낌새가 이상하다 싶었는데… 그걸 눈치 채지 못한 내가 바보였다. 졸업유예 1년을 신청했다는 점 말곤 별다른 공통점도, 친분도 없던 대학 동기 준수가 며칠 자신의 고향집에 바람이나 쐬러 가자고 말했을 때, 그래, 그걸 함께 취업 못한 자들의 동지애적 손길쯤으로 생각한 것이…

    • 2015-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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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기호의 짧은 소설]<38>아내의 방

    [이기호의 짧은 소설]<38>아내의 방

    처음엔 단순히 열대야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것 말고는 딱히 다른 이유 같은 건 없어 보였거든요. 네, 맞습니다. 지난 6월 중순부터였어요. 사실… 저나 아이들이나 아내가 베란다에서 잠을 잔다는 사실을 꽤 오랫동안 알지 못했던 게 맞습니다. 그땐 아내가 잠만 그곳에서 잤거든요. 새…

    • 2015-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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