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분들에게 조그마한 위로라도 되기를 소망합니다.” 지난달 31일 나태주 시인(77)은 시 ‘못다 핀 꽃들이여… 어여쁜 영령이여’(동아일보 1일자 A1면)와 함께 이런 문자메시지를 보내왔다. 시는 이태원 핼러윈 참사 피해자들과 유족들을 위로하기 위해 나 시인이 슬픔을 참아…
절약이 미덕인 시대다. 배달 음식을 시키려다 집에서 밥을 해 먹고, 과일은 사치라 여기며 장바구니에서 슬쩍 뺀다. 물가가 치솟는 이때 자린고비 정신만이 보릿고개를 버틸 방법. 지독한 짠돌이가 쓴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소비단식 일기’는 경영학 박사 출신인 저자가 자신의 소비를 극…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매 에피소드를 구성하는 법정 사건들이 탄탄하고 현실적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우영우’의 법정 에피소드가 매력적인 건 드라마 대본을 쓴 문지원 작가가 법조인들이 출간한 에세이에 기반을 뒀기 때문이다. 제작진은 실제 각 사건을 맡았던 변호사들이…
최근 재미 삼아 했던 2022년 버전의 신조어 테스트에서 처참한 성적을 받아 들었다. 67개 문제 중 9개의 정답만 맞혔다. ‘어쩌라고, 가서 TV나 보라’는 뜻의 ‘어쩔티비’, 유튜브 등의 구독을 취소한다는 뜻의 ‘구취’는 알고 있던 신조어다. 반면 갑자기 통장을 보니 알바를 해야 …
낯선 언어가 울려 퍼졌다. 모르는 시어는 음악처럼 들렸다.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7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시집 ‘그 여자는 화가 난다’를 읽어 내려간 이는 덴마크 작가 마야 리 랑그바드다. 그는 1980년 한국에서 태어나 덴마크에 입양됐다. 2007∼2010년 서울에 살며 자신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엔데믹 국면으로 접어들었지만 해외여행을 떠나기엔 조금 부담스럽다. 비행기와 숙소 값은 치솟고, 해외여행 중 코로나19에 걸리면 어쩌나 걱정된다. 전 세계에서 유행 중인 원숭이두창이 국내에도 유입됐다는 소식엔 다시 공항 문이 닫힐지 모른다는 불안…
이달 1∼5일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을 지켜보며 아쉬운 점이 있었다. ‘국제’ 도서전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국내 작품이나 작가 위주로 주목받았다는 것이다. 작가 김영하의 강연엔 300여 명의 청중이 몰렸지만 주빈국인 콜롬비아 전시관엔 관람객이 붐비지 않았다. 콜롬비아 작가 30여 명이…
19일 오전 ‘저주토끼’(Cursed Bunny·아작)의 정보라 작가(46)에게 메시지가 왔다. 26일(현지 시간) 영국에서 열리는 부커상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해 런던으로 떠난다는 안부 인사였다. 그는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 설명하고 이렇게 덧붙였다. “한국문학 열심히 홍보하고 오겠습니…
6일 경기 파주시 파주출판도시 지혜의숲. 사계절출판사의 창립 40주년 기념 전시 ‘사계절 40, 책·사람·자연’이 열리는 이곳엔 수십 명의 아이들이 붐비고 있었다. 어떤 아이들은 동화책 ‘마당을 나온 암탉’의 원화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고, 다른 아이들은 그림책 ‘누가 내 머리에 똥…
차분한 목소리로 시인을 소개한다. 시 한 편을 천천히 읽는다. 자신이 느낀 감상을 풀어놓는다. 개천에서 용이 난다는 속담을 파고든 최정례의 시 ‘개천은 용의 홈타운’을 낭독하곤 “요즘 집값이 어마어마하게 비싸 나도 당혹스럽다”고, 홀로 사는 삶을 노래한 이원하의 시 ‘제주에서 혼자 살…
7일 오후 7시 반 정보라 작가(46)에게 다급하게 전화를 걸었다. 그가 단편소설집 ‘저주토끼’(Cursed Bunny·아작)로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선정된 직후라 소감을 묻기 위해서였다. 지하철 안 시끌시끌한 소음 때문에 그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어디를 다녀오…
약 10년 전 박상영(34)과 한 대학에서 소설 창작 수업을 같이 들으며 그의 작품을 읽은 적이 있다. 그가 등단하기 전이기 때문에 소설은 정식 작품이 아닌 연습용으로 지은 습작이었다. 하지만 그의 작품엔 독특한 기이함(?)이 묻어있어 뇌리에 깊게 남아 있다. 박상영의 소설 주인공은 …
지난달 26일 별세한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을 생전에 만난 건 두 차례였다. 지난해 12월엔 문화창조자로서 그의 삶과 젊은 세대에 대한 조언을, 올 1월엔 성큼 다가온 병과 고통을 들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딸 이민아 목사(1959∼2012)에 대해선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다. 그런데 …
“21세기 한국에 새로운 세계문학전집이 필요하다는 것은 명백하다. 우리의 지성과 감성의 기준에 부합하는 세계문학을 다시 구상할 때가 됐다.” 10년 전 대학에서 문학 수업을 들었을 때다. 담당 교수는 수업 첫날 학생들에게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에 실린 발간사를 소리 내 읽으라고 했다. …
주인공 김독자는 늘 패배자의 삶을 살아왔다. 중학교 땐 왕따를 당했고, 20대인 지금은 대기업 계열사의 계약직 직원으로 살고 있다. 김독자의 유일한 희망은 웹소설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세 가지 방법’을 읽는 일이다. 10년간 연재된 이 인기 없는 웹소설의 독자는 오직 김독자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