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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식의 한시 한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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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정[이준식의 한시 한 수]〈315〉

    모정[이준식의 한시 한 수]〈315〉

    뭇 생물의 목숨이 미미하다 누가 말하나. 똑같은 뼈와 살, 똑같은 가죽 가졌거늘.그대여, 부디 가지 위의 새를 잡지 마시라. 새끼가 둥지에서 어미 오길 기다린다네.(誰道群生性命微, 一般骨肉一般皮. 勸君莫打枝頭鳥, 子在巢中望母歸.)―‘새(조·鳥)’ 백거이(白居易·772∼846)생명체에는…

    • 2025-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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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돈독한 불심[이준식의 한시 한 수]〈314〉

    돈독한 불심[이준식의 한시 한 수]〈314〉

    동산의 아리따운 아가씨에게 전하노니,꿈속의 밀회로 초 양왕을 유혹한 무산 신녀를 좋아하시나 본데,불도 닦는 이 몸은 이미 진흙에 적셔진 버들솜,봄바람 따라 마구잡이로 흩날리진 않는다오.(寄語東山窈窕娘, 好將幽夢惱襄王. 禪心已作沾泥絮, 不逐春風上下狂.)―‘즉흥적으로 읊은 절구(구점절구·…

    • 2025-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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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위자연의 변[이준식의 한시 한 수]〈313〉

    무위자연의 변[이준식의 한시 한 수]〈313〉

    태양이 동쪽 산모퉁이에서 솟으니, 마치 대지의 밑바닥에서 올라오는 듯.하루 만에 또다시 바다로 들어가거늘, 태양 실은 수레를 끈다는 육룡이 어디에 머문단 말인가? (중략)그 누가 사계의 운행을 채찍질하고 독려할까? 만물의 흥망성쇠는 전적으로 자연에서 기인하는 법이라네.희화(羲和), 희…

    • 2025-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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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비의 지조[이준식의 한시 한 수]〈312〉

    선비의 지조[이준식의 한시 한 수]〈312〉

    푸른 측백나무 열매 쓰긴 해도 먹을 만하고, 아침노을 높다래도 마실 수 있네.세상 사람 모두가 분별없이 설쳐대고, 나의 길은 지금 힘들기만 하구나.아침 지을 불도 못 지핀 데다 우물은 얼었고, 밤엔 변변한 옷이 없어 침상이 싸늘하다.주머니 비면 남부끄럽고 난처할까 봐, 한 푼 남겨둔 …

    • 2025-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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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아의 횡포[이준식의 한시 한 수]〈311〉

    관아의 횡포[이준식의 한시 한 수]〈311〉

    아이들이 채찍질하며 관청 흉내를 내자, 아버지는 철없는 아이들을 측은해하며 곁에서 웃는다.관아에 앉아 채찍질하고 호통도 치는 아버지, 아이들보다 얼마나 현명하다 하리오?아이들의 채찍질은 유희지만, 아버지가 분노하여 채찍질하면 백성의 피가 땅에 낭자하지.똑같은 이런 유희 누가 먼저 시작…

    • 2025-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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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양이 예찬[이준식의 한시 한 수]〈310〉

    고양이 예찬[이준식의 한시 한 수]〈310〉

    호랑이같이 나무는 잘 타도 망아지처럼 수레는 끌지 못하지.쥐구멍 소탕 하나는 능숙해도, 고기반찬에는 무덤덤하지.박하잎에 때때로 취하고, 담요 속에서 밤마다 온기를 즐기지.전생엔 시중드는 아이였을 듯, 산골에서 늙어가는 내 곁을 지킨다네.(似虎能緣木, 如駒不伏轅. 但知空鼠穴, 無意爲魚餐…

    • 2025-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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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이로운 발견[이준식의 한시 한 수]〈309〉

    경이로운 발견[이준식의 한시 한 수]〈309〉

    산 아래 난초 싹 오종종히 개울에 잠기고, 솔밭 사이 모랫길 흙도 없이 정갈한데,쓸쓸한 저녁 비에 소쩍새 운다.그 누가 인생은 다시 젊어지지 않는다 하는가, 문 앞 개울물은 외려 서쪽으로 흐르거늘, 백발이 다가와도 제발 ‘누런 닭 새벽을 재촉하네’라 노래하지 마시라.(山下蘭芽短浸溪, …

    • 2025-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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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오한 화두[이준식의 한시 한 수]〈308〉

    심오한 화두[이준식의 한시 한 수]〈308〉

    내가 가진 좋은 방책 하나, 그 값은 흰 비단 백 필짜리.서로 싸워도 언제나 약한 척 엎드리고, 죽어도 고발하러 관아엔 들지 않는 것.(我有一方便, 價値百匹練. 相打長伏弱. 至死不入縣.)―‘누락된 시제(궐제·闕題)’·왕범지(王梵志·약 590∼660)단순화하면 그지없이 단순하고 파고들려…

    • 2025-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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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가운 예우[이준식의 한시 한 수]〈307〉

    살가운 예우[이준식의 한시 한 수]〈307〉

    상서성 낭관이 되신 지 40년, 지금껏 명사 중에 귀하 같은 분 더 없었다오.세상사 잘되고 못되고는 접어두고, 술동이 앞에서 건강 과시하며 한번 즐기시지요.주옥은 분명 귀하의 말과 글로 이루어지고, 산천은 오히려 귀하의 정기를 통해 더 잘 드러났을 터.술에 기댄 제 말이 경솔하다 탓하…

    • 2025-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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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술잔과의 대화[이준식의 한시 한 수]〈306〉

    술잔과의 대화[이준식의 한시 한 수]〈306〉

    “술잔아, 너 앞으로 나오너라. 이 늙은이가 오늘 몸을 점검해 봤지. 오래도록 갈증이 심하고 바싹 탄 솥처럼 목구멍이 마르는구나. 지금은 곧잘 졸음이 몰려오고 코골이도 우레 치듯 하지.” 너의 대답. “음주광 유령(劉伶)은 고금을 통틀어 통달한 분이지만, 술 취한 뒤에야 죽는다 한들 …

    • 2025-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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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산한 작별[이준식의 한시 한 수]〈305〉

    스산한 작별[이준식의 한시 한 수]〈305〉

    천리 아득한 누런 구름, 어슴푸레 빛을 잃은 해.북풍은 기러기를 몰아치고 눈발은 어지러이 흩날린다.그대 가는 길에 지기 없을까 걱정은 마시라.천하에 그 누군들 그댈 모르겠는가.(千里黃雲白日曛, 北風吹雁雪紛紛. 莫愁前路無知己, 天下誰人不識君.)―‘동대와 작별하며(별동대·別董大)’ 제1수…

    • 2025-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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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옥의 파장[이준식의 한시 한 수]〈304〉

    여옥의 파장[이준식의 한시 한 수]〈304〉

    그대여, 그대여! 침상엔 골풀 방석이 깔리고 쟁반엔 생선이 있구려.북쪽에는 착한 형이 살고 동쪽엔 어린 여동생이 살고 있소.밭에는 푸릇푸릇한 기장과 마늘, 술단지엔 거품이 동동 뜨는 탁주.기장 먹을 수 있고 탁주 마실 수 있으니 그대여, 그대여, 살만하지 않은가요.머리 풀고 강물로 내…

    • 2025-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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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화의 추억[이준식의 한시 한 수]〈303〉

    매화의 추억[이준식의 한시 한 수]〈303〉

    해마다 눈 속을 노닐며, 자주 매화 꽂고 그 향기에 취했었는데.매화 꽃잎 손으로 산산이 부수는 심란한 마음, 옷깃에는 말간 눈물만 그득.올핸 바다와 하늘의 끝자락에서 성긴 귀밑머리 두 가닥이 어느새 희끗희끗.저물녘 몰아치는 바람세 보아하니, 분명 매화 구경은 어그러질 것만 같아.(年年…

    • 2025-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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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억울한 사연[이준식의 한시 한 수]〈302〉

    억울한 사연[이준식의 한시 한 수]〈302〉

    뜰 안 오래된 오동나무 한 그루,우뚝한 줄기는 구름까지 닿을 듯.가지는 남북에서 날아드는 새들을 맞고,잎사귀는 오가는 바람을 배웅하네.(庭除一古桐, 聳幹入雲中. 枝迎南北鳥, 葉送往來風.)―‘우물가 오동나무(정오음·井梧吟)’ 설도(薛濤·768∼832)이 소박한 풍경화 속에는 억울한 사연…

    • 2025-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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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라진 동반자[이준식의 한시 한 수]〈301〉

    사라진 동반자[이준식의 한시 한 수]〈301〉

    뜰 앞 하얀 눈이 사라진 건, 세찬 바닷바람에 날려갔기 때문.높은 하늘에서 분명 제 짝을 얻은 듯, 사흘 밤을 둥지로 돌아오질 않네.푸른 하늘 구름 너머로 사라진 울음소리, 밝은 달 속으로 가라앉은 그림자.내 관사에서 이후로는, 그 누가 이 백발노인의 벗이 되려나.(失為庭前雪, 飛因海…

    • 2025-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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