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공유하기
기사 351
구독 177




![은밀한 연모[이준식의 한시 한 수]〈321〉](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5/06/19/131845210.1.jpg)
어젯밤의 별, 어젯밤에 불던 바람. 화려한 누각의 서편, 계수나무 안채의 동쪽.내 몸에 화려한 봉황의 두 날개 없어 다가갈 순 없지만,마음은 무소의 뿔처럼 영험하게 서로 통하는 데가 있었지.자리 띄어 앉아 고리돌리기 놀이하며 봄 술을 즐기거나, 편 갈라 물건 알아맞히기 놀이할 땐 촛불…
![공명심이 빚은 오욕[이준식의 한시 한 수]〈320〉](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5/06/12/131797928.1.jpg)
잠시 군왕의 옥 채찍을 빌려,연회석에 앉아 오랑캐 포로들을 지휘하리.남풍이 먼지 쓸 듯 오랑캐를 잠재우고,이 몸 서쪽으로 장안 황제 곁으로 나아가리라.(試借君王玉馬鞭, 指揮戎虜坐瓊筵. 南風一掃胡塵靜, 西入長安到日邊.)―‘영왕의 동쪽 순행을 찬양하다(영왕동순가·永王東巡歌)’ 제11수 이…
![별난 권주가[이준식의 한시 한 수]〈319〉](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5/06/05/131755432.1.jpg)
유리 술잔, 호박빛 짙은 술, 작은 술통에서 떨어지는 진주빛 붉은 술방울.용을 삶고 봉을 구우니 옥 같은 기름이 자글자글,비단 휘장 수놓은 장막에 감도는 향긋한 바람.용 문양 피리를 불고 악어가죽 북을 치면, 하얀 이의 미녀는 노래하고, 가는 허리 미녀는 춤을 춘다.하물며 푸른 봄날 …
![봄의 끝자락에서[이준식의 한시 한 수]〈318〉](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5/05/29/131714787.1.jpg)
가는 봄이 아쉬워 술에 젖은 나날들, 깨어 보면 옷자락엔 덕지덕지 술자국.꽃잎 뜬 작은 물줄기는 큰 시내로 흘러가고, 비 머금은 조각구름은 외로운 마을로 들어오네.한가해지니 꽃 시절은 더 원망스럽고, 외진 곳이라 옛 친구의 혼백조차 불러내기 어렵네.부끄럽구나, 꾀꼬리의 갸륵한 마음. …
![행운을 안긴 시[이준식의 한시 한 수]〈317〉](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5/05/22/131666633.1.jpg)
대갓집 자제들 앞다퉈 그대 뒤꽁무니 쫓았지만미녀 녹주(綠珠)가 그랬듯 그댄 그저 비단 수건에 눈물만 떨구었지.귀족 집안에 들어갔으니 거긴 바다처럼 깊은 곳.그로부터 이 몸은 완전 남이 돼버렸지.(公子王孫逐後塵, 綠珠垂淚滴羅巾. 侯門一入深如海, 從此蕭郞是路人.)―‘떠나버린 여종에게(증거…
![은근한 갈등[이준식의 한시 한 수]〈316〉](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5/05/15/131617885.1.jpg)
선생이 ‘시서(詩書)’를 가르치고 학생더러 익히게 한다.부모에게 효도하고, 형제 간에 우애롭게 지내라. 신하가 되면 충성을 다하고 친구의 허물을 지적하지 마라.종일 단정히 앉아 수양하면 남에게 아둔하고 미쳤다는 비아냥을 사지 않는다.선생은 학생이 부지런히 갈고닦아야 한다고 하는데, 학…
![모정[이준식의 한시 한 수]〈315〉](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5/05/08/131569172.1.jpg)
뭇 생물의 목숨이 미미하다 누가 말하나. 똑같은 뼈와 살, 똑같은 가죽 가졌거늘.그대여, 부디 가지 위의 새를 잡지 마시라. 새끼가 둥지에서 어미 오길 기다린다네.(誰道群生性命微, 一般骨肉一般皮. 勸君莫打枝頭鳥, 子在巢中望母歸.)―‘새(조·鳥)’ 백거이(白居易·772∼846)생명체에는…
![돈독한 불심[이준식의 한시 한 수]〈314〉](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5/05/02/131533931.1.jpg)
동산의 아리따운 아가씨에게 전하노니,꿈속의 밀회로 초 양왕을 유혹한 무산 신녀를 좋아하시나 본데,불도 닦는 이 몸은 이미 진흙에 적셔진 버들솜,봄바람 따라 마구잡이로 흩날리진 않는다오.(寄語東山窈窕娘, 好將幽夢惱襄王. 禪心已作沾泥絮, 不逐春風上下狂.)―‘즉흥적으로 읊은 절구(구점절구·…
![무위자연의 변[이준식의 한시 한 수]〈313〉](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5/04/25/131490386.1.jpg)
태양이 동쪽 산모퉁이에서 솟으니, 마치 대지의 밑바닥에서 올라오는 듯.하루 만에 또다시 바다로 들어가거늘, 태양 실은 수레를 끈다는 육룡이 어디에 머문단 말인가? (중략)그 누가 사계의 운행을 채찍질하고 독려할까? 만물의 흥망성쇠는 전적으로 자연에서 기인하는 법이라네.희화(羲和), 희…
![선비의 지조[이준식의 한시 한 수]〈312〉](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5/04/18/131442143.1.jpg)
푸른 측백나무 열매 쓰긴 해도 먹을 만하고, 아침노을 높다래도 마실 수 있네.세상 사람 모두가 분별없이 설쳐대고, 나의 길은 지금 힘들기만 하구나.아침 지을 불도 못 지핀 데다 우물은 얼었고, 밤엔 변변한 옷이 없어 침상이 싸늘하다.주머니 비면 남부끄럽고 난처할까 봐, 한 푼 남겨둔 …
![관아의 횡포[이준식의 한시 한 수]〈311〉](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5/04/10/131391335.4.jpg)
아이들이 채찍질하며 관청 흉내를 내자, 아버지는 철없는 아이들을 측은해하며 곁에서 웃는다.관아에 앉아 채찍질하고 호통도 치는 아버지, 아이들보다 얼마나 현명하다 하리오?아이들의 채찍질은 유희지만, 아버지가 분노하여 채찍질하면 백성의 피가 땅에 낭자하지.똑같은 이런 유희 누가 먼저 시작…
![고양이 예찬[이준식의 한시 한 수]〈310〉](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5/04/03/131346651.1.jpg)
호랑이같이 나무는 잘 타도 망아지처럼 수레는 끌지 못하지.쥐구멍 소탕 하나는 능숙해도, 고기반찬에는 무덤덤하지.박하잎에 때때로 취하고, 담요 속에서 밤마다 온기를 즐기지.전생엔 시중드는 아이였을 듯, 산골에서 늙어가는 내 곁을 지킨다네.(似虎能緣木, 如駒不伏轅. 但知空鼠穴, 無意爲魚餐…
![경이로운 발견[이준식의 한시 한 수]〈309〉](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5/03/27/131300070.1.jpg)
산 아래 난초 싹 오종종히 개울에 잠기고, 솔밭 사이 모랫길 흙도 없이 정갈한데,쓸쓸한 저녁 비에 소쩍새 운다.그 누가 인생은 다시 젊어지지 않는다 하는가, 문 앞 개울물은 외려 서쪽으로 흐르거늘, 백발이 다가와도 제발 ‘누런 닭 새벽을 재촉하네’라 노래하지 마시라.(山下蘭芽短浸溪, …
![심오한 화두[이준식의 한시 한 수]〈308〉](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5/03/20/131250701.1.jpg)
내가 가진 좋은 방책 하나, 그 값은 흰 비단 백 필짜리.서로 싸워도 언제나 약한 척 엎드리고, 죽어도 고발하러 관아엔 들지 않는 것.(我有一方便, 價値百匹練. 相打長伏弱. 至死不入縣.)―‘누락된 시제(궐제·闕題)’·왕범지(王梵志·약 590∼660)단순화하면 그지없이 단순하고 파고들려…
![살가운 예우[이준식의 한시 한 수]〈307〉](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5/03/13/131205502.1.jpg)
상서성 낭관이 되신 지 40년, 지금껏 명사 중에 귀하 같은 분 더 없었다오.세상사 잘되고 못되고는 접어두고, 술동이 앞에서 건강 과시하며 한번 즐기시지요.주옥은 분명 귀하의 말과 글로 이루어지고, 산천은 오히려 귀하의 정기를 통해 더 잘 드러났을 터.술에 기댄 제 말이 경솔하다 탓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