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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식의 한시 한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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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울분을 나누다[이준식의 한시 한 수]〈234〉

    울분을 나누다[이준식의 한시 한 수]〈234〉

    날 버리고 떠난 지난 세월 붙잡을 수 없고, 내 맘 어지럽히는 지금 시간 근심만 가득하네.세찬 바람에 만 리 먼 길 날아온 가을 기러기, 저들 바라보며 높은 누각에서 술을 즐긴다.그대 문장엔 건안(建安) 시대의 강건한 기개, 내 시엔 그 다음 시대 사조(射眺)의 청신한 기풍.우리 함께…

    • 2023-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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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풍에 빠지다[이준식의 한시 한수]〈233〉

    단풍에 빠지다[이준식의 한시 한수]〈233〉

    차가운 산 시월의 아침, 서리 맞은 나뭇잎 일시에 바뀌었다.타는 듯해도 불이 난 건 아니요, 꽃 핀 듯하지만 봄이 도래한 건 아니라네.가지런히 이어져 짙붉은 장막을 펼친 듯, 마구 흩날려 붉은 수건을 자른 듯.단풍 구경하려고 가마 멈추고, 바람 앞에 선 이는 우리 둘뿐이려니.(寒山十月…

    • 2023-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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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외된 이들에게[이준식의 한시 한 수]〈232〉

    소외된 이들에게[이준식의 한시 한 수]〈232〉

    둥근달 찬 하늘에 떠오르면 사람들은 세상이 다 같다고 말하지만,천 리 밖 비바람이 몰아치지 않는다고 어찌 장담하리오.(圆魄上寒空, 皆言四海同. 安知千里外, 不有雨兼风.)―‘한가위 보름달(중추월·中秋月)’ 이교(李嶠·약 644∼713)

    • 2023-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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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름달 예찬[이준식의 한시 한 수]〈231〉

    보름달 예찬[이준식의 한시 한 수]〈231〉

    하늘은 오늘 밤 저 달을 띄워, 온 세상을 한바탕 씻으려 하네.더위 물러나자 높은 하늘 더없이 깔끔하고, 가을 맑은 기운에 만상이 산뜻하다.뭇 별들은 달에게 광채를 양보하고, 바람결에 이슬은 영롱하게 반짝인다.인간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건, 유유자적 저 신선의 세계이려니.(天將今夜月,…

    • 2023-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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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생[이준식의 한시 한 수]〈230〉

    인생[이준식의 한시 한 수]〈230〉

    책은 마음에 들수록 금방 다 읽히고, 손님은 뜻이 맞을수록 기다려도 오질 않네.세상사 어긋나기가 매번 이러하니, 인생 백년 맘 편할 때가 얼마나 되랴.(書當快意讀易盡, 客有可人期不來. 世事相違每如此, 好懷百歲幾回開.) ―‘절구(絶句)’ 진사도(陳師道·1052∼1101)

    • 2023-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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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결연한 결별[이준식의 한시 한 수]〈229〉

    결연한 결별[이준식의 한시 한 수]〈229〉

    산 위의 눈처럼 고결하고, 구름 사이 달처럼 밝아야 하거늘.당신이 두 마음을 품었다기에, 결별을 고하러 찾아왔소.오늘은 술잔 놓고 마주하지만, 내일 아침엔 작별하려 저 도랑가에 있겠지요.도랑가 주춤주춤 배회할 때면, 도랑물도 동으로 흘러가 버릴 테지요.처량하고 또 처량한 이 마음, 시…

    • 2023-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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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가을 유감[이준식의 한시 한 수]〈228〉

    초가을 유감[이준식의 한시 한 수]〈228〉

    어느새 초가을이라 밤 점차 길어지고, 청풍 산들산들 더더욱 서늘하네.이글이글 무더위 사라진 고요한 초가, 계단 아래 풀숲엔 반짝이는 이슬방울.(不覺初秋夜漸長, 清風習習重凄凉. 炎炎暑退茅齋靜, 階下叢莎有露光.)―‘초가을(초추·初秋)’ 맹호연(孟浩然·689∼740)

    • 2023-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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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백을 그리며[이준식의 한시 한 수]〈227〉

    이백을 그리며[이준식의 한시 한 수]〈227〉

    이백을 못 본 지 오래, 미친 체하는 그가 참으로 애처롭네.세상 사람들 모두 그를 죽이려 하지만, 나만은 그 재능을 몹시도 아끼지.민첩하게 지은 시 일천 수나 되지만, 떠도는 신세 되어 술잔이나 기울이겠지.광산 옛 마을 그가 공부하던 곳, 머리 희었을 지금이 돌아오기 좋은 때이려니.(…

    • 2023-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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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순박한 대화[이준식의 한시 한 수]〈226〉

    순박한 대화[이준식의 한시 한 수]〈226〉

    “댁은 집이 어디세요? 전 횡당(橫塘)에 사는데.배 멈추고 잠깐 묻겠는데, 혹시 고향 사람 아닌가 싶어서요.”“우리 집은 구강(九江) 강변이에요. 늘 구강 근처를 오가지요.같은 장간(長干) 사람인데도, 어려서부터 서로 알지 못했네요.”(君家何處住, 妾住在橫塘. 停船暫借問, 或恐是同鄕.…

    • 2023-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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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기 이야기[이준식의 한시 한 수]〈225〉

    모기 이야기[이준식의 한시 한 수]〈225〉

    실컷 먹고 떠나니 앵두처럼 무겁구나. 굶주리고 올 땐 버들솜처럼 가볍더니.먹은 뒤엔 이곳을 벗어나기 바빠서, 제 앞길은 전혀 따지지 않는구나.(飽去櫻桃重, 飢來柳絮輕. 但知離此去, 不用問前程.)―‘모기에 대하여(영문·詠蚊)’ 범중엄(范仲淹·989∼1052)

    • 2023-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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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운의 미[이준식의 한시 한 수]〈224〉

    여운의 미[이준식의 한시 한 수]〈224〉

    지난해 오늘 이 집 대문 안, 그 얼굴 볼그스레 복사꽃이 아른댔지. 그사람 어디 갔나 알 길이 없고, 복사꽃만 여전히 봄바람에 웃고 있네. (去年今日此門中, 人面桃花相映紅. 人面不知何處去, 桃花依舊笑春風.) ―‘도성의 남쪽 어느 농장에서(제도성남장·題都城南莊)’ 최호(崔護·772∼84…

    • 2023-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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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모곡[이준식의 한시 한 수]〈223〉

    사모곡[이준식의 한시 한 수]〈223〉

    두견새 소리마저 슬프지 않고, 애끊는 원숭이 울음조차 애절하지 않네.달빛 아래 뉘 집에서 다듬질하나. 소리 소리마다 애간장이 끊어진다.다듬이 소리 이 나그네 위한 건 아니련만, 듣는 나그네 머리카락 절로 하얘진다.그 소리 옷을 다듬질하려기보단, 나그네더러 어서 귀향하라 재촉하는 것인지…

    • 2023-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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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인의 파격[이준식의 한시 한 수]〈222〉

    시인의 파격[이준식의 한시 한 수]〈222〉

    까마득히 먼 쓸쓸한 산길, 콸콸 흐르는 차가운 산골짝 개울.재잘재잘 언제나 새들이 머물고, 적적하게 인적이 끊긴 곳.쏴 쏴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펄펄 눈송이 내 몸에 쌓인다.아침마다 해는 보이지 않고, 해마다 봄조차 알지 못한다.(杳杳寒山道, 落落冷澗濱. 啾啾常有鳥, 寂寂更無人. 淅…

    • 2023-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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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학자를 향한 일갈[이준식의 한시 한 수]〈221〉

    유학자를 향한 일갈[이준식의 한시 한 수]〈221〉

    노나라 땅 노인들 오경(五經)을 논하지만, 백발이 되도록 경전 구절에만 매달린다.나라 경영의 책략을 물어보면, 안개 속에 빠진 듯 흐리멍덩. 발에는 먼길 오갈 때 신는 무늬 새긴 신발, 머리엔 젠체하기 좋은 네모난 두건.느릿한 걸음으로 큰길만 다니고, 걷기도 전에 먼지부터 일으킨다.…

    • 2023-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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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부의 노래[이준식의 한시 한 수]〈220〉

    어부의 노래[이준식의 한시 한 수]〈220〉

    늘그막엔 고요함을 좋아할 뿐, 만사에 다 관심이 없다오.스스로를 돌아봐도 좋은 계책이 없어, 그저 옛 숲으로 돌아올 수밖에.솔바람 불면 허리띠 풀고, 산 달빛 비추면 거문고 타지요.그대 곤궁과 영달의 이치를 묻지만, 어부의 노래가 포구 깊숙이 사라지고 있잖소.(晚年惟好靜, 萬事不關心.…

    • 2023-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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