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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귀향[이준식의 한시 한 수]〈210〉](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3/04/28/119049803.1.jpg)
영남 밖으로 내몰려 가족과 소식 끊기고, 겨울 나고 또다시 봄이 지나네.고향 가까워지자 한결 두려워지는 심정, 그곳서 온 사람에게 차마 집 소식 묻지 못하네.(嶺外音書斷, 經冬復歷春. 近鄉情更怯, 不敢問來人.)―‘한수를 건너며(도한강·渡漢江)’·송지문(宋之問·약 656∼712)
![돈독한 형제애[이준식의 한시 한 수]〈209〉](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3/04/20/118934936.7.jpg)
성군의 은덕 하늘 같아서 만물에 봄기운 가득한데, 이 몸만은 우매하여 스스로를 망쳤구나.제 명도 못 채우고 죗값을 치를 처지, 여남은 가족 갈 데 없으니 네게 누가 되겠지.어느 청산에든 내 뼈야 묻히겠지만, 언젠가 밤비 속에 너 홀로 상심하고 있으리.너와 함께 세세손손 형제가 되어, …
![억지로 시를 짓다 [이준식의 한시 한 수]〈208〉](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3/04/14/118830869.2.jpg)
따스한 강변 정자에 엎드려, 느릿느릿 시 읊으며 들판을 바라본다.강물 흘러도 겨루고픈 생각이 없고, 구름 떠 있으니 마음 함께 느직하다. 가만가만 봄날은 저물어가는데, 생기발랄 만물은 저 홀로 활기차다.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이 신세, 시름 잊고자 억지로 시를 짓는다.(坦腹江亭暖, …
![풋내기 풍류객[이준식의 한시 한 수]〈207〉](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3/04/06/118719091.7.jpg)
포도주, 금 술잔. 작은 말에 실려 온 열다섯 남방 미녀.검푸른 눈썹 화장, 붉은 비단 신발. 말소리 투박해도 교태로운 노랫소리.이 화려한 연회에서 내 품에 취했으니, 연꽃무늬 휘장 안에서 내 그대를 어찌할거나.(葡萄酒, 金叵羅, 吳姬十五細馬馱. 青黛畫眉紅錦靴, 道字不正嬌唱歌. 玳瑁筵…
![참화를 부른 시[이준식의 한시 한 수]〈206〉](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3/03/31/118603430.9.jpg)
반딧불이 불빛이 작다 마시라. 그래도 어둠 속 내 마음을 밝혀 주나니.청풍(淸風)은 글자도 모르면서 왜 제멋대로 책갈피를 뒤적이는가.(莫道螢光小, 猶懷照夜心. 淸風不識字, 何故亂飜書.)―‘맑은 바람(청풍도·淸風濤)’ 서준(徐駿·?∼1730)
![무희 예찬[이준식의 한시 한 수]〈205〉](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3/03/23/118489398.7.jpg)
비단 소매 휘날리자 향기는 끝없이 피어오르고, 붉은 연꽃 하늘하늘 가을 안개 속에 피어난 듯.산 위의 가벼운 구름 잠시 바람에 흔들리듯, 여린 버들 연못가에서 살짝 물결을 스치듯. (羅袖動香香不已, 紅蕖裊裊秋煙裏. 輕雲嶺上乍搖風, 嫩柳池邊初拂水.) ―‘장운용의 춤에 보내는 노래(증장운…
![봄날의 이별[이준식의 한시 한 수]〈204〉](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3/03/16/118367462.7.jpg)
술잔 앞에 두고 돌아갈 날 알리려는데, 말도 꺼내기 전 고운 임이 목메어 울먹인다.인생이 원래 정에 약해서 그렇지, 이 응어리가 바람이나 달과는 아무 상관없지.이별가로 새 노래는 짓지 말게나. 옛 곡 하나로도 애간장이 다 녹아나거늘. 낙양성 모란이나 실컷 즐기세. 그래야 봄바람과도 쉬…
![혹평을 부른 시[이준식의 한시 한 수]〈203〉](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3/03/09/118256812.7.jpg)
허공에서 떨어지는 천 길 곧은 물줄기, 우레 소리 내며 쉼 없이 강으로 흘러드네.예나 지금이나 흰 비단 자락 휘날리듯, 한 줄기 폭포수가 푸른 산빛을 가르네.(虛空落泉千仞直, 雷奔入江不暫息. 今古長如白練飛, 一條界破靑山色.)―‘여산 폭포(廬山瀑布)’ 서응(徐凝·당 중엽)
![남달랐던 큰 그릇[이준식의 한시 한 수]〈202〉](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3/03/02/118144432.7.jpg)
산은 가깝고 달은 멀기에 달이 작다고 생각해서이 산이 저 달보다 크다고들 말하네. 사람이 하늘만큼 큰 안목을 가졌다면아마도 산은 작고 달은 더욱 장대해 보이리.(山近月遠覺月小, 便道此山大於月. 若人有眼大如天, 還見山小月便闊.)―‘산방에 가린 달(폐월산방·蔽月山房)’ 왕수인(王守仁·14…
![막다른 골목에서[이준식의 한시 한 수]〈201〉](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3/02/24/118046335.5.jpg)
굶주림이 나를 밖으로 내몰지만, 어디로 가얄지 알 수 없구나.걷고 또 걸어 도착한 이 마을, 대문 두드리고는 우물쭈물 말을 못한다.주인이 내 마음 알아채고, 음식을 내왔으니 헛걸음은 아니로다.종일토록 즐겁게 담소를 나누고, 술이 나와 드디어 잔까지 기울인다.새로 사람을 사귄 흐뭇한 마…
![동요풍의 한시[이준식의 한시 한 수]〈200〉](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3/02/16/117921239.7.jpg)
반짝반짝 밝디밝은 모습으로, 연못이나 대숲 가에 살지. 어지러이 날 땐 불을 끌고 가는 것 같지만, 한데 다 모여도 연기는 나지 않지. 가랑비 뿌려도 사라지지 않고, 미풍이 불 때면 불타는 듯하지. 옛날엔 책상 위에다, 자주 주머니에 담아 매달아놓았지.(熠熠與娟娟, 池塘竹樹邊. 亂飛如…
![완곡한 청원[이준식의 한시 한 수]〈199〉](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3/02/09/117815322.7.jpg)
조정에 못 나간 지 이미 오래, 고향집에 머물며 편안하게 잘 잔다오.새벽꿈에 아득히 수도까지 갔었는데, 깨어 보니 초승달 걸리고 성 가득 닭 울음소리.되짚어보니 꿈속 우리의 대화 귓전에 쟁쟁한데, 덧없는 인생 꿈만 같군요.산도(山濤), 왕융(王戎)처럼 이제 존귀해지신 그대, 대숲 새 …
![한 풍류객의 허세[이준식의 한시 한 수]〈198〉](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3/02/02/117713014.5.jpg)
화려한 대청에서 열리는 오늘 이 성대한 연회,어느 분이 낙양 감찰어사인 이 몸을 초대하셨나.갑자기 허튼소리 한마디 했더니 온 좌석이 놀라고양쪽에 즐비한 미녀들 일제히 나를 돌아보는구나.(華堂今日綺筵開, 誰喚分司御史來. 忽發狂言驚滿坐. 兩行紅粉一時回.)―‘병부상서의 초대연에서 짓다(병부…
![간곡한 술 유혹[이준식의 한시 한 수]〈197〉](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3/01/26/117592952.5.jpg)
남쪽 동산 위 작은 정자, 조금씩 산꽃들이 차례로 피고 있으니내 다정한 친구 웅소부여, 쾌청해도 꼭 오시고 비가 와도 꼭 오시게.우리 마음껏 술잔을 기울이세. 푸른 이끼 위에 앉더라도 봄옷이 물들까 아까워 마세.내일 아침 비바람이 지나가겠거니 기다렸다간, 우리가 서로 멀리 헤어지거나 …
![젊은 선비의 자부심[이준식의 한시 한 수]〈196〉](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3/01/19/117516919.5.jpg)
대붕은 언젠가 바람과 함께 일어나, 회오리바람 타고 구만리 높이 솟구치리.바람이 멎어 아래로 내려오면, 날갯짓으로 바닷물도 뒤집을 수 있으리.사람들은 유별난 내 행동을 보거나, 내가 큰소리치는 걸 듣고 냉소를 보내지만공자도 후배를 경외할 줄 알았나니, 대장부라면 절대 젊은이를 홀대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