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0년대 초 이탈리아 오페라계는 위기의식에 빠져 있었습니다. 국가적 영웅이었던 주세페 베르디가 새 작품의 발표를 줄이고, 쥘 마스네가 대표한 프랑스 오페라들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19세기 중반 90% 선이었던 오페라극장의 자국 작품 비율은 이 시기에 40%대로 떨어졌습니다. 특히…
“오케스트라 속의 하프 소리는 수프에 뜬 머리카락과 같다.” 오래전 음반 해설지에서 보고 충격을 받은 문장입니다. 작품은 덴마크 작곡가 카를 닐센(1865∼1931)의 교향곡 4번 ‘불멸’(1916년)이었습니다. 본디 오케스트라의 하프 소리는 풍성하고 부드러우며 요정이나 여신을 연상시…
26일 토마스 헹겔브로크 지휘로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내한공연을 갖는 북독일방송교향악단이 이 코너에도 자주 소개되었던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1번을 연주합니다. 바이올리니스트 아라벨라 슈타인바허는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합니다. 말러와 멘델스존, 단 두 곡입니다. 펠릭스 멘…
자코모 푸치니(1858∼1924)의 일생을 살펴보면 행운을 타고난 것처럼 보입니다. 1884년 첫 오페라 ‘빌리’를 내놓았을 때부터 선배 대작곡가 베르디의 전속사인 리코르디에 점찍혀 ‘베르디의 후계자’로 육성되었습니다. 1896년부터 4년 간격으로 내놓은 ‘라보엠’ ‘토스카’ ‘나비부…
대음악가들의 자취를 따라가다 보면 음악 거장들과의 친분으로 엮여 자주 나타나는 이름들이 있습니다. 스트라빈스키와 레스피기 등에게 걸작 발레곡을 위촉했던 디아길레프, 베르디와 푸치니의 성공에 큰 역할을 한 리코르디 등 공연 흥행사들은 특히 중요합니다. 리코르디는 악보 출판업자이기도 했죠…
25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는 두 곡의 ‘크로이처 소나타’가 연주됩니다. 바이올리니스트 이경선과 피아니스트 아비람 라이케르트가 협연하는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9번 ‘크로이처’(1803년), 그리고 이경선과 바이올리니스트 권혁주, 비올리스트 이한나, 첼리스트 김호정이 호흡…
“검은 A 흰 E 붉은 I 초록의 U 청색의 O, 모음들이여/나는 언젠가 너희들의 내밀한 탄생을 말하리라….” 프랑스 19세기 시인 아르튀르 랭보의 ‘모음시’입니다. 소리만으로 구성된 알파벳 모음에서 엉뚱하게도(?) 색채를 읽은 것입니다. 이렇게 다른 감각들 사이에 연관을 짓는 것…
‘라 폴리아’란 말을 들어보셨는지요? 이탈리아 작곡가 아르칸젤로 코렐리의 바이올린 소나타 작품 5-12 제목으로 알려졌죠. 하지만 이밖에도 헨델, 살리에리, 마르티네스, 제미냐니 등이 작곡한 수많은 ‘라 폴리아’가 있습니다. 폴리아란 바로크시대에 유명했던 음악 형식 이름이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21, 24, 26일 서울 예술의전당 리사이트홀 객석에서는 예전에 보지 못한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LG와 함께하는 제11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 참가한 젊은 바이올리니스트들이 전 세계에서 온 심사위원들로부터 특별한 ‘멘토링’을 받는 자리를 가진 것입니다. 이 사흘은 각각 1,…
지난주 수요일부터 나흘 동안 매일 파가니니(사진)의 바이올린 독주곡 ‘24개의 카프리스(광시곡)’를 들었습니다. ‘LG와 함께하는 제11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가 올해 바이올린 부문으로 열리고 있는데, 1차 예선 과제곡 중 ‘24개의 카프리스 중 두 곡(연주자가 임의 선택)’이 포함돼 …
맑은 것도 아니고, 흐린 것도 아니고. 따뜻해진 것도 아니고, 한겨울처럼 추운 것도 아니고. 매년 이 계절은 희뿌연 마음의 혼돈을 불러옵니다. 그렇지만 봄은 분명 문턱에 있습니다. 이런 때 저는 두 종류의 새를 떠올립니다. 우연히 둘 다 영국 새입니다. 작곡가 랠프 본윌리엄스(1872…
저는 합창부가 유명한 고등학교를 다녔습니다. 강당에서 우렁찬 합창으로 부르던 노래를 때로는 합창부 친구들 네 명이 교실에서 중창으로 불렀습니다. 한 파트를 여러 명이 부르던 노래를 파트마다 한 명이 부르니 웅장한 맛은 덜했지만 깔끔하니 나름의 색다른 묘미가 느껴졌습니다. 이런 것을 ‘…
“도는 도마도(토마토), 레는 레몬주스에, 미는 밀감을 넣어, 파는 팥을 만들어….” 어릴 때 친구들과 부르던 ‘도레미송’입니다.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 나오는 ‘도레미송’을 우리말로 번안한 것이죠. 전학 온 친구가 다른 가사로 불러 놀랐던 기억도 있습니다. 영화에서는 마…
저는 러시아 혁명 전까지 200년 이상 러시아 제국의 수도였던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와 있습니다. 21일에는 마린스키 극장에서 발레 ‘안나 카레니나’를 관람하며 이 문화대국의 깊은 전통을 실감했습니다. 톨스토이의 대하소설 ‘안나 카레니나’는 알지만 발레는 잘 모르셨다고요? 이번에 본 …
1848∼1849년 전 유럽을 뒤흔든 시민혁명은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민주화나 자치권 부여 같은 요구사항이 대부분 실현되지 못했고, 유럽의 정치적 지형에도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이 ‘겉만 요란했던’ 혁명은 그보다 반세기 전의 프랑스 혁명과 나폴레옹 전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