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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밑줄 긋기]거울 촉각 공감각](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19/01/26/93869562.1.jpg)
나는 다른 면에서도 남달랐다. 무언가에 흥분할 때마다 그 기분이 마음의 경계를 넘어 온몸에 벅차올랐다. 손가락 끝이 마치 불붙은 원통형 폭죽이라도 된 것처럼 손을 펄럭이곤 했다. 사촌들은 그것을 ‘버드 파워’라고 불렀고, 나중에는 행운의 부적처럼 대했다. 타인의 감정과 신…
![[책의 향기/밑줄 긋기]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7-소돔과 고모라1](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19/01/19/93767480.1.jpg)
샤를뤼스 씨가 커다란 뒝벌처럼 윙윙거리며 문을 지나가는 순간, 이번에는 진짜 뒝벌 한 마리가 마당 안으로 들어왔다. 난초꽃이 그토록 오래 기다려 왔으며, 또 그렇게 희귀한 꽃가루를, 그것 없이는 난초꽃이 숫처녀로 남아 있을 그런 꽃가루를 가져온 벌이 아니라고 누가 알겠는가? …
![[책의 향기/밑줄 긋기]그리하여 흘려 쓴 것들](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19/01/12/93659430.1.jpg)
비밀 없는 마음이 간신히 비밀 하나를 얻어 천천히 죽어갈 때. 물새와 그림자 사이에서, 파도와 수평선 너머로. 저녁노을은 하늘과 땅의 경계를 지우며 색색의 영혼을 우리 눈앞으로 데려온다. 손가락과 손가락 사이에서 액체가 흘러내린다. 우리는 우리로부터 달아나면서 가까워지고 있다.…
![[책의 향기/밑줄 긋기]행복한 자살 되세요, 해피 뉴 이어](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19/01/05/93562386.1.jpg)
고독은 크레바스 속으로 떨어지는 것과 같아. 다쳐서 고통스럽고 아픈데 크레바스에서 다시 올라가려면 도움이 필요하지만 어디에도 너를 보거나 네가 외치는 소리를 듣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하지만 너를 에워싼 얼음은 깨지기도 쉽다는 말을 해주고 싶어. 죽음만이 진정한 평화를 …
![[책의 향기/밑줄 긋기]가족이니까](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18/12/28/93483483.1.jpg)
고양이들과 지낸 기간이 길어지면서 엄마는 수시로 녀석들에게 말을 건넨다. … 고양이들의 울음소리와 엄마의 말소리가 오가는 장면을 지켜보면 서로 주거니 받거니 대화를 나누는 것만 같다. 연로하신 부모님은 서로 별다른 대화가 없고, 나도 결혼해 독립하면서 집은 더 적막해졌다. …
![[책의 향기/밑줄 긋기]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18/12/21/93409818.1.jpg)
한해살이풀이 죽은 자리에 다시 한해살이풀이 자라는 둑과 단단히 살을 굳힌 자갈과 공중을 깨며 부리를 벼린 새들의 천변을 마주하면 적막도 새삼스러울 것 없었다. 다만 낯선 소리라도 듣고 싶어 얇은 회벽에 귀를 대어보면 서로의 무렵에서 기웃거렸던 우리의 허언들만이 웅성이고 있었다.…
![[책의 향기/밑줄 긋기]히피](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18/12/14/93297600.1.jpg)
사랑이 없는 삶은 살아갈 가치가 없으니까. 사랑 없이 산다는 건, 열매를 맺지 않는 나무가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또 꿈꾸지 않고 잠자거나, 때로는 아예 잠들지 못하는 것과 같아. 이중으로 잠긴 캄캄한 방 안에서 열쇠가 있다는 걸 알지만 문을 열고 나가고 싶은 마음 없이….…
![[책의 향기/밑줄 긋기]종이 동물원](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18/12/07/93201275.1.jpg)
“으르라앙.” 짖는 소리가 났다. 고양이 울음소리와 신문지 바스락거리는 소리의 중간쯤에 해당하는 소리였다. “저자오저즈.” 엄마가 말했다. 이건 종이접기라는 거야. 그때는 몰랐지만, 엄마의 종이접기는 특별했다. 엄마가 숨을 불어넣으면 종이는 엄마의 숨을 나누어 받았고, 엄마의 …
![[책의 향기/밑줄 긋기]자신을 행성이라 생각한 여자](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18/11/30/93107655.1.jpg)
이제 아내는 보이지 않았다. 아주 잠깐 그는 저 별들 사이에 있는 그녀를 거의 부러워할 뻔했다. 자기 처지에도 불구하고 그는 작은 낯선 생물들이 그녀 몸의 길들지 않은 영역을 달리며 산맥과 협곡과 그 신비롭고 알려지지 않은 땅의 다양한 서식지들을 탐험하는 장면을 상상했다. …
![[책의 향기/밑줄 긋기]마가리 극장](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18/11/23/93000335.1.jpg)
영사실은 영화만 트는 곳이 아니라 영화를 관람하는 사람들의 은밀한 이야기까지 본의 아니게 들을 수 있는 곳이었다. 영화를 보러 오는 사람들은 그 사실을 모르는 게 분명했다. 관람석 뒤편의 2층에 자리한 영사실은 밖에서 보면 그저 작은 창을 통해 온갖 영상들이 빛을 타고 쏟아져 …
![[책의 향기/밑줄 긋기]네가 이 별을 떠날 때](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18/11/16/92909106.1.jpg)
아이는 의외로 쉽게 말했다. 맞는 말이다. 지구로 온 아이, 사막으로 간 생텍스와 밀항자, 뛰쳐나가버린 아버지, 항구의 노동 속으로 자신을 밀어붙인 어머니, 바다를 선택한 나. 그런 나를 남편으로 선택한 아내. 이 모두의 공통분모는 하나다. 낯선 곳으로의 불안한 이동. 아…
![[책의 향기/밑줄 긋기]유빙의 숲](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18/11/10/92812605.1.jpg)
아주 멀리서 가까스로 도착한 전류들이 제 몸에 잦아들곤 할 때, 눈 덮인 풍경 속으로 해가 넘어갈 적에, 어미와 새끼가 다정히 물속을 흐르는 것을 볼 때마다 상어의 마음이 뜨거워졌다. 쉬지 않고 내리는 눈에 마음을 대면 사르르 녹아버릴 것 같은 열기였다. 2010년 등단한…
![[책의 향기/밑줄 긋기]맥베스](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18/11/02/92708825.1.jpg)
그녀는 맥베스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 “자기야.” 그녀는 속삭였다. “그를 죽여야 해.” 그가 눈을 떴다. 어둠 속에서 두 눈이 그녀를 향해 반짝였다. 그녀는 손을 놓았다. 그의 뺨을 쓰다듬었다. 그때와 똑같은 결단을 내렸다. “덩컨을 죽여야 해.” ‘해리 홀레 시리…
![[책의 향기/밑줄 긋기]당신을 위해서라면 죽어도 좋아요](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18/10/26/92607185.1.jpg)
칼리 딜래넉스에게는 뭔가가 있음이 분명했다. 그의 죽음을 필요로 하는 뭔가가―불길한, 너무 오래 살아남도록 만든, 혹은 생활에 치여 너무 오래 죽어 있도록 만든, 그래서 깨어 있을 때조차 썩은 내를 풍기게 만든 뭔가가. ‘위대한 개츠비’의 저자이자 20세기 미국을 대표하는…
![[책의 향기/밑줄 긋기]작별](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18/10/19/92482472.1.jpg)
옆구리가, 어떤데요? 많이 녹아서 그래요. 그가 길게 팔을 뻗어 코트 위로 그녀의 등을 안았다. 손끝으로 그녀의 왼쪽 옆구리를 짚었다. 여기가요?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큰 소리로 말했다. 만지지 말아요. 그가 놀라며 얼른 손을 떼었다. 만지면 더 녹아요. 어느 겨울날 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