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포인트

연재

관계의 재발견

기사 85

구독 73

날짜선택
  • 그냥, 생각이 나서[관계의 재발견/고수리]

    그냥, 생각이 나서[관계의 재발견/고수리]

    옛 친구의 전화를 받지 못했다. 설거지하는 사이에 부재중 전화가 와 있었다. 잊고 지냈던 이름. 둘 다 결혼한 후로 연락이 끊어진 지 오래였다. 한때는 당연했던 이름이 낯설게 느껴졌다. 갑자기 어쩐 일일까. 앞치마에 물기를 닦아내고 휴대전화를 들었지만, 선뜻 다시 전화할 수 없었다. …

    • 2021-09-1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모르는 사람의 그늘을 읽는 일[관계의 재발견/고수리]

    모르는 사람의 그늘을 읽는 일[관계의 재발견/고수리]

    올여름, 모르는 사람을 울려버린 적이 있다. 생일 케이크를 사려고 들른 베이커리 카페는 북적거렸다. 점원들은 분주하게 빵을 포장하고 커피를 내렸다. 무덥고 바쁘고 시끄럽고 답답한 여름. 위생모와 마스크와 장갑까지 착용한 점원들은 눈만 빼꼼 보여선지 더욱이 무뚝뚝해 보였다. 그날따라 나…

    • 2021-08-2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나는 이 세상에 잘 살려고 왔어”[관계의 재발견]

    “나는 이 세상에 잘 살려고 왔어”[관계의 재발견]

    “어떻게 살고 싶어요?” 지인은 대답했다. “나는 잘 죽고 싶어요. 그러려고 매 순간 노력하며 살아요.” 그는 매일 일터에 나가 저녁까지 일을 하고, 집에 돌아와 밥을 먹고, 산책을 하고, 일기를 쓰고, 책을 읽다가 잠이 든다.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 다시 일터로 향한다. 성실하고 충…

    • 2021-07-3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자세자세 타일러 주시오[관계의 재발견]

    자세자세 타일러 주시오[관계의 재발견]

    우리 집 다섯 살 어린이들과 기차를 탔다. 유아동반석을 검색해 ‘유아동반/편한대화’ 객차를 예매했다. 해당 객차는 다소 시끄러울 수 있으며, 지나친 소음이 다른 고객의 대화에 방해가 되지 않아야 한다는 안내를 숙지하고 기차에 올라탔다. 주말 오전 기차는 만석이었다. 어린이들과 기차를 …

    • 2021-07-0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아드린느를 위한 발라드[관계의 재발견]

    아드린느를 위한 발라드[관계의 재발견]

    나에겐 작은 비밀이 있다. 오후 2시경이 되면 어김없이 ‘아드린느를 위한 발라드’가 들려온다. 우리 집 가까이 사는 누군가가 피아노를 연주한다. 그는 매우 끈기 있고 성실한 연주자임에 틀림없다. 날마다 음계를 틀리고 더듬거리면서도 끝까지 연주를 해내므로. 나는 오후마다 그가 연주하는 …

    • 2021-06-1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시간을 쓰는 사람, 모으는 사람[관계의 재발견]

    시간을 쓰는 사람, 모으는 사람[관계의 재발견]

    함께 작업하는 동료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그는 약속 시간을 좀 더 앞당길 수 있는지 물었다. 나는 괜찮다고, 혹시 급한 일이 생겼다면 약속을 미뤄도 된다고 했다. 그런데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그게 아니라, 나눌 얘기가 더 많을 것 같아 시간을 저금하고 싶어서요.” 더 많은 시간을…

    • 2021-05-2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아가, 꽃 봐라[관계의 재발견]

    아가, 꽃 봐라[관계의 재발견]

    돌배기 아기들을 데리고 나가는 일은 고생스러웠다. 안 그래도 왜소하고 내성적인 내가 대형 세탁기만 한 쌍둥이 유아차를 밀면 모두의 시선을 끌었다. 엘리베이터라도 탈라치면 시간이 걸리는 데다 자리를 차지해서 눈치를 봐야 했고, 비좁고 울퉁불퉁한 오래된 동네 길을 오를 때면 진땀을 흘려야…

    • 2021-05-0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책 빚을 책 빛으로[관계의 재발견]

    책 빚을 책 빛으로[관계의 재발견]

    책 한 권 살 수 없는 가난한 청춘을 보냈다. 돈을 모으느라 돈과 시간이 없었다. 넘치는 야망을 껴안기에 현실은 너무 좁고 작았다. 떠나고 싶지만 떠날 수 없어서 도서관에 있던 여행책을 모조리 읽어버렸던 나는, 가난하고 뜨거운 청년이었다. 그러나 나에겐 책 잘 사주는 선배가 있었다. …

    • 2021-04-1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우연한 연결[관계의 재발견]

    우연한 연결[관계의 재발견]

    겨우내 책을 만들었다. 겨울이 깊어질수록 날씨는 추웠고 해는 짧았다. 사람들은 자유롭게 만날 수 없었다. 이런 때일수록 사소한 일상을 돌보는 사유와 기록이 절실하다고 생각했다. 마침 어느 책방의 제안으로 일반인들의 글을 모아 에세이집을 만들기로 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라는…

    • 2021-03-2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애틋한 뒷모습의 기억[관계의 재발견]

    애틋한 뒷모습의 기억[관계의 재발견]

    우연히 지하철 역사에서 작별하는 모녀를 보았다.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키가 작은 두 사람은 마치 한 사람처럼 포개어져 있었다. 포옹하는 둘에게는 시간도 포개진 듯 느리게 흘렀다. 이윽고 손을 흔들며 멀어지는 두 사람. 먼저 돌아선 쪽은 딸이었다. 안 그러면 엄마는 떠나지 않을…

    • 2021-03-0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