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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을 머금은 씨앗[내가 만난 명문장/오세혁]

    꽃을 머금은 씨앗[내가 만난 명문장/오세혁]

    “꽃들은 왜 하늘을 향해 피는가 / 그리고 왜 지상에서 죽어가는가”―김성규 ‘절망’ 중필자는 이십 년 가깝게 연극을 하면서 살고 있지만 누군가가 연극을 왜 하냐고 물으면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그 대신 말없이 이 시를 들려준다. 꽃은 뿌리를 땅에 내리고 살아간다. 하지만 고개는 늘 …

    • 2025-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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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좋은 점을 보세요[내가 만난 명문장/정은숙]

    좋은 점을 보세요[내가 만난 명문장/정은숙]

    “어떤 사람의 나쁜 점을 보면 좋은 점이 안 보여요. 하지만 좋은 점을 보면 나쁜 점도 같이 보여요.” ―이성복 ‘무한화서’ 중호두알은 까먹으면 끝이다. 이런 호두알 까먹기처럼 살 수는 없어서, 생명력 넘치는 이야기를 갈망하게 됐다. 책을 통해 제자가 됐다고 자처하며 이성복 시인에게 …

    • 2025-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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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는 휴식이 아니다[내가 만난 명문장/김상혁]

    시는 휴식이 아니다[내가 만난 명문장/김상혁]

    “시 읽는 사람을 공원 벤치가 쉬게 할 수 있을까/단 1분이라도”―김복희 ‘가변 크기’ 중시집 ‘보조 영혼’의 첫 작품에서 고른 문장인데 아리송하면서도 매력적이라 자꾸 들여다보게 된다. 뉘앙스로 느껴지는 바 시집을 읽는 사람에게 벤치란 ‘단 1분’의 휴식도 제공하지 못한다. 풍광 좋은…

    • 2025-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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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람 아닌 자리[내가 만난 명문장/백민석]

    사람 아닌 자리[내가 만난 명문장/백민석]

    “사람이었던 자리에서 사람 아닌 자리로 밀려나는 경험을 하게 되었을 때 사람은 어떤 눈과 어떤 목소리를 덧입게 되는 것일까요.” ―이제니 ‘새벽과 음악’ 중삶의 어떤 요소가 빼어난 작품을 창작하는 데 지렛대 역할을 하는지 잘 모르겠다. 지난 세기에 문학을 시작한 필자는 작가의 불행이,…

    • 2025-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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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의 모양[내가 만난 명문장/안희연]

    사랑의 모양[내가 만난 명문장/안희연]

    “산다는 게 참 끔찍하다. 그렇지 않니?”―권여선 ‘봄밤’ 중 첫 문장은 단추와 같다. 글이라는 외투 전체를 생각하면 첫 문장은 지극히 작은 부분에 불과하지만 그 단추가 없다면 이야기는 시작되지 않는다. 필자는 책을 펼칠 때마다 이야기의 단초가 될 단추를 매만지며, 이 책이 나와 잘 …

    • 2025-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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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껍질이 필요한 이유[내가 만난 명문장/김목인]

    껍질이 필요한 이유[내가 만난 명문장/김목인]

    “껍질이 딱딱한 이유는 단단한 뼈를 가질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류한창 ‘갑각류’ 중작가가 없는 조용한 전시장에서 이 절묘한 문장을 만났다. 전시 소식은 관람 1시간 전 작가와 문자메시지를 나누다가 슬쩍 알게 됐는데, 쑥스러움이 많은 그는 장소나 제목을 남기지 않았다. 결국 검색을 …

    • 2025-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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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고 중요한 것에 말걸기[내가 만난 명문장/장문석]

    크고 중요한 것에 말걸기[내가 만난 명문장/장문석]

    “자녀를 교육할 때 나는 작은 미덕들이 아니라 큰 미덕들을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절약이 아니라 돈에 대한 관대함과 무관심을 가르쳐야 한다. 신중함이 아니라 용기와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를 가르쳐야 한다. 기민함이 아니라 솔직함과 진리에 대한 사랑을, 외교술이 아니라 이웃에 …

    • 2025-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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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움직임이 일으키는 착각[내가 만난 명문장/김리윤]

    움직임이 일으키는 착각[내가 만난 명문장/김리윤]

    “움직임이라는 단어를 보았을 때 그때까지 스스로 의식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제가 이 주제에 대해 알고 싶어 하고 나의 움직임이라는 것을 해결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박솔뫼 ‘극동의 여자 친구들’ 중나의 움직임은 그 자체로는 감각되지 않고, 흔적을 더듬어 추측하는 방…

    • 2025-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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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할 필요 없는 일[내가 만난 명문장/조승리]

    할 필요 없는 일[내가 만난 명문장/조승리]

    “넌 아무 말도 할 필요 없다.” 아저씨가 말한다. “절대 할 필요 없는 일이라는 걸 꼭 기억해 두렴. 입 다물기 딱 좋은 기회를 놓쳐서 많은 것을 잃는 사람이 너무 많아.”―클레어 키건 ‘맡겨진 소녀’ 중클레어 키건은 아일랜드 작가로 간결한 문장 속에 무수한 감정을 담아내는 글을 쓴…

    • 2025-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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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는 고통의 낭비자[내가 만난 명문장/김재혁]

    우리는 고통의 낭비자[내가 만난 명문장/김재혁]

    “우리는 고통의 낭비자. 우리는 얼마나 고통을 미리 내다보는가,/고통의 슬픈 지속을, 혹시 끝나지 않을까 하면서. 그러나/고통은 우리의 겨울 나뭇잎, 우리의 짙푸른 상록수,/우리의 은밀한 한 해의 계절 중의 한 계절 ―, 그런 시간일 뿐/아니라 ―, 고통은 장소요 주거지요 잠자리요 땅…

    • 2025-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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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다렸다가 좀 보세요[내가 만난 명문장/김소연]

    기다렸다가 좀 보세요[내가 만난 명문장/김소연]

    “레오는 인간이 만드는 것들이/자연에 존재하는 것보다/더 아름답다고 생각한다”―루이즈 글릭 ‘협동 농장의 겨울 요리법’ 중이 문장은 ‘노래’라는 시의 중간 즈음 등장한다. 잊고 싶지 않아서 이 페이지의 귀퉁이를 접었다. 이 구절을 처음 읽었을 때 나는 레오의 생각에 동의하지 못한 채로…

    • 2025-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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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존 지옥에서 벗어나는 방법[내가 만난 명문장/구병모]

    현존 지옥에서 벗어나는 방법[내가 만난 명문장/구병모]

    “살아 있는 사람들의 지옥은 미래의 어떤 것이 아니라 이미 이곳에 있는 것입니다.”―이탈로 칼비노 ‘보이지 않는 도시들’ 중실은 이 뒤로 이어지는 문장들이 진짜다. 현존하는 지옥에서 벗어나는 두 가지 방법을 말하는 구절이 나오기 때문이다. 단테 이후로 우리는 지옥이란 ‘이곳에 들어오는…

    • 2025-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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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욕망의 특성[내가 만난 명문장/이훤]

    욕망의 특성[내가 만난 명문장/이훤]

    “우의 가슴팍에 귀를 갖다대고는 했다. 빠르고 선명하며 성급한 내 심장과 달리 부정맥이 있고 점점 약해지는 중인 우의 심장은 태평하고 느긋하기 짝이 없었다. 게다가 종종 뛰는 것을 까먹고는 해서 우의 심장소리는 불규칙하고 둔한 리듬을 만들어냈다. 둥… … … 둥… 둥… 둥… … … 둥…

    • 2025-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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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희망을 노래해야 하는 이유[내가 만난 명문장/정끝별]

    희망을 노래해야 하는 이유[내가 만난 명문장/정끝별]

    “미안하지만 나는 이제 희망을 노래하련다.” ―기형도 ‘정거장에서의 충고’ 중 “육체는 슬프다, 아아! 그리고 나는 모든 책을 다 읽었구나”(말라르메 ‘바다의 미풍’)라고 말할 수는 없겠다. 다만 육체가 슬퍼지는 나이가 되도록 읽을 만큼 읽었으니, 나를 키운 건 팔 할이 ‘내가 만난…

    • 2025-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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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간 육체는 작은 생태계[내가 만난 명문장/김사월]

    인간 육체는 작은 생태계[내가 만난 명문장/김사월]

    “나마스테(namaste)!” 처음 요가원에 갔을 때 당황스러웠던 점은 의미도 모르는 동작의 이름을 들으며 엉거주춤 따라 해야 했던 것이다. ‘다운도그’는 엎드린 개 자세 같은 것으로 유추할 수 있었지만 ‘수리야나마스카라 A’는 도대체 무엇인지 상상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초보자는 그런…

    • 2025-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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