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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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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몽돌 해수욕장[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466〉

    몽돌 해수욕장[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466〉

    네가 돌이 됐다고 해서 찾아왔다나는 아무 돌이나 붙들고안아봤다거기 있는 돌을 모두 밟았다돌을 아프게 해보았다(중략)절대 뒤를 보면 안 돼다시 사람이 될 거야움켜쥐면 말하는 돌너는 누구인가돌을 집어네 위에 올려놓고손을 모은다―손미(1982∼ )첫 문장 하나만으로도 오래 기억될 시다. 시…

    • 2024-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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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밤 산책[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465〉

    밤 산책[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465〉

    저쪽으로 가 볼까그는 이쪽을 보며 고개를 끄덕인다얇게 포 뜬 빛이이마에 한 점 붙어 있다이파리를서로의 이마에 번갈아 붙여 가며나와 그는 나무 아래를 걸어간다―조해주(1993∼ )

    • 2024-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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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몸속에 살고 있는 수없이 많은[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464〉

    우리 몸속에 살고 있는 수없이 많은[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464〉

    할머니는 이제 없지만 엄마의 몸속에 할머니가 다시 살고 있는 것 같다 엄마가 나를 낳아 내 몸속에 엄마가 다시 산다면 내 몸속에는 할머니도 있고 엄마도 있는 것이다 그러니 내 눈빛은 나만 보는 것이 아니고 내 목소리는 나의 목소리만은 아닐 것이고 내 팔다리에도 엄마의 엄마의 엄마가………

    • 2024-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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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곳[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463〉

    그곳[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463〉

    거울이 말한다 보이는 것을 다 믿지는 마라 형광등이 말한다 말귀가 어두울수록 글눈이 밝은 법이다 두루마리 화장지가 말한다 술술 풀릴 때를 조심하라 수도꼭지가 말한다 물 쓰듯 쓰다가 물 건너간다 치약이 말한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변기가 말한다 끝났다고 생각한 지점에서, 다시 …

    • 2024-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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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개의 별을 노래하자[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462〉

    한 개의 별을 노래하자[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462〉

    한 개의 별을 노래하자. 꼭 한 개의 별을십이성좌 그 숱한 별을 어찌나 노래하겠니꼭 한 개의 별! 아침 날 때 보고 저녁 들 때도 보는 별우리들과 아-주 친하고 그중 빛나는 별을 노래하자아름다운 미래를 꾸며 볼 동방의 큰 별을 가지자한 개의 별을 가지는 건 한 개의 지구를 갖는 것아롱…

    • 2024-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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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느덧나무[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461〉

    어느덧나무[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461〉

    작고 붉은 꽃이 피는 나무가 있었다 어김없이꽃이 진다고 해도 나무는 제 이름을 버리지 않았다 어김없이 어느덧흐릿한 뒤를 돌아보는 나무 제가 만든 그늘 속으로 들어갈 수는 없었다 어느덧나무 어느덧나무 제 이름을 나지막하게 불러보는 나무를 떠나간 사랑인 듯 가지게 된 저녁이 있었다 출가한…

    • 2024-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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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환자실에서[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459〉

    중환자실에서[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459〉

    탁자 위맑은 유리컵에 담긴물이 자꾸 먹고 싶어입을 벌리다가나는 내 육신이 불쌍해졌다주인을 잘못 만나이 무슨 고생인가나는 내 육신에게 진정 사과했다미안하다미안하다미안하다―정채봉(1946∼2001)

    • 2024-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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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음[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458〉

    마음[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458〉

    문학평론가‘사랑’을 낭만의 범주에 놓던 날이 있었다. 사랑에 빠진 나를 사랑해서 사랑을 찾던 때. 조금은 어렸을 때. 아직 사랑에 베이지 않았을 때. 그때는 사랑 옆에 열정이나 설렘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사랑도 사랑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랑도 사랑이라는 것을 커가면서 배웠다. 특히…

    • 2024-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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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요한 역할[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457〉

    중요한 역할[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457〉

    ‘남천’은 나무 이름이다. 햇볕에 강하고 추위도 잘 견딘다는, 실내에도 어울리고 울타리에 심어도 좋다는 남천나무 말이다. 그런데 그 나무를 못 봤어도 괜찮다. 우리 안에서 남천은 수만 개의 서로 다른 이름으로 재탄생할 수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들은 남천 대신 다정한 눈동자를 떠올…

    • 2024-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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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광의 세계[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456〉

    역광의 세계[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456〉

    버려진 페이지들을 주워 책을 만들었다 거기 한 사람은 살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한 페이지도 포기할 수 없어서밤마다 책장을 펼쳐 버려진 행성으로 갔다 나에게 두개의 시간이 생긴 것이다 처음엔 몰래 훔쳐보기만 할 생각이었다 한 페이지에 죽음 하나 너는 정말 슬픈 사람이구나 언덕을…

    • 2024-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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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울음이 있는 방[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455〉

    울음이 있는 방[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455〉

    1한 여인이 운다네다 큰 한 여인이 운다네이곳은 물소리가 담을 넘는 오래된 동네나 태어나 여직 한번도 옮긴 적 없다네그런 동네에 여인의 울음소리 들리네처음엔 크게 그러다 조금씩 낮게산비알 골목길을 휘돌아 나가네햇빛도 맑은 날 오늘은 동네가 유난히 조용하네한 우물 깊어지네(하략) ―최…

    • 2024-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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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꽃은 저물 무렵[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454〉

    저 꽃은 저물 무렵[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454〉

    화장실에 꽃을 두고 왔다모래사장에 짐을 내려놓고서야 생각났다매리골드는 처음이잖아이러니까 그리운 게 나쁜 감정 같네누굴 주려던 건 아니지만두고 온 꽃을 가지러 갈까?이미 늦은 일이야그냥 평생 그리워하자꽃을 두고 왔어내가 말했을 때우리 중 평론가만이 그걸 가지러 갔다(중략)이제 그만 돌아…

    • 2024-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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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속[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453〉

    계속[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453〉

    선생님 제 영혼은 나무예요제 꿈은 언젠가 나무가 되는 것이에요아이가 퉁퉁 부은 얼굴로주저앉아 있다가일어나 교실 밖으로 나간다영혼이란 말은 언제부터 있어서너는 나무의 영혼이 되어버렸나영혼은 그림자보다 흐리고영혼은 생활이 없고영혼은 떠도는 것에 지쳤다영혼은 다정한 말이 듣고 싶다영혼은 무…

    • 2024-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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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울음소리[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451〉

    내 울음소리[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451〉

    한나절은 숲속에서 새 울음소리를 듣고 반나절은 바닷가에서 해조음 소리를 듣습니다 언제쯤 내 울음소리를 내가 듣게 되겠습니까. ―조오현(1932∼2018)‘내 울음소리’는 현대 시조이다. ‘시조’라는 말을 듣고 나면 조금 더 보인다. ‘한나절은 숲속에서’, ‘반나절은 바닷가에서’ …

    • 2024-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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