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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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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헌팅턴비치에 가면 네가 있을까[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40〉

    헌팅턴비치에 가면 네가 있을까[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40〉

    《헌팅턴비치에 가면 네가 살던 집이 있을까 네가 돌아와 차고 문을 열던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네가 운전하며 달리던 가로수 길이 거기 있을까 네가 없어도 바다로 내려가던 하얀 언덕길이 거기 있을까 바람처럼 스쳐간 흑인 소년의 자전거 바큇살이 아침 햇살에 빛나고 있을까 헌팅턴비치에 가면…

    • 2022-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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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에게 묻는다[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39〉

    나에게 묻는다[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39〉

    《꽃이 대충 피더냐.이 세상에 대충 피는 꽃은 하나도 없다.꽃이 소리 내며 피더냐.이 세상에 시끄러운 꽃은 하나도 없다.꽃이 어떻게 생겼더냐.이 세상에 똑같은 꽃은 하나도 없다.꽃이 모두 아름답더냐.이 세상에 아프지 않은 꽃은 하나도 없다.꽃이 언제 피고 지더냐.이 세상의 꽃들은 모두…

    • 2022-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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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리[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38〉

    오리[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38〉

    오리만 더 걸으면 복사꽃 필 것 같은좁다란 오솔길이 있고,한 오리만 더 가면 술누룩 박꽃처럼 피던향이 박힌 성황당나무 등걸이 보인다그곳에서 다시 오리,봄이 거기 서 있을 것이다오리만 가면 반달처럼 다사로운무덤이 하나 있고 햇살에 겨운 종다리도두메 위에 앉았고오리만 가면오리만 더 가면어…

    • 2022-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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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우물[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36〉

    달우물[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36〉

    폭풍이 씻어간 밤하늘이검은 수정처럼 깨끗하다바다는 모른다모른다 하고흩어진 폐허가 아직잔설 같다그 위로샘물같이 솟아오르는 만월!찢어진 날개를물에 적신다타는 물줄기를 따라물을 들이킨다달빛이 얼음보다 차다,차다!―조예린(1968∼)

    • 2022-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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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시 목련[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35〉

    다시 목련[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35〉

    사월이 오면목련은 왜 옛 마당을 찾아와 피는 것일까어머님 가신 지 스물 네 해무던히 오랜 세월이 흘러갔지만나뭇가지에 물이 오르고잔디잎이 눈을 뜰 때면어머님은 내 옆에 돌아와 서셔서어디가 아프냐고 물어보신다하루 아침엔 날이 흐리고하늘에서 서러운 비가 나리더니목련은 한잎 두잎 바람에 진다…

    • 2022-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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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빛멍[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34〉

    빛멍[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34〉

    돌이켜보아도 무례한 빛이었다. 최선을 다해 빛에 얻어맞고 비틀거리며 돌아오는 길이었다. 응고되지 않는 말들, 왜 찬란한 자리마다 구석들이 생겨나는가. 너무 깊은 고백은 테두리가 불안한 웅덩이를 남기고. 넘치는 빛들이 누르고 가는 진한 발자국들을 따라. 황홀하게 굴절하는 눈길의 영토를 …

    • 2022-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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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림자[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32〉

    그림자[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32〉

    금방 시드는 꽃 그림자만이라도 색깔 있었으면 좋겠다어머니 허리 휜 그림자 우두둑 펼쳐졌으면 좋겠다찬 육교에 엎드린 걸인의 그림자 따듯했으면 좋겠다마음엔 평평한 세상이 와 그림자 없었으면 좋겠다―함민복(1962∼)

    • 2022-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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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솥밥[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31〉

    한솥밥[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31〉

    기껏 싸준 도시락을 남편은 가끔씩 산에다 놓아준다/산새들이 와서 먹고 너구리가 와서 먹는다는 도시락애써 싸준 것을 아깝게 왜 버리냐/핀잔을 주다가/내가 차려준 밥상을 손톱만 한 위장 속에 그득 담고/하늘을 나는 새들을 생각한다내가 몇 시간이고 불리고 익혀서 해준 밥이/날갯죽지 근육이 …

    • 2022-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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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녁이면 돌들이[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30〉

    저녁이면 돌들이[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30〉

    저녁이면 돌들이/서로를 품고 잤다저만큼/굴러 나가면/그림자가 그림자를 이어주었다떨어져 있어도 떨어진 게 아니었다간혹,/조그맣게 슬픔을 밀고 나온/어린 돌의 이마가 펄펄 끓었다잘 마르지 않는 눈빛과/탱자나무 소식은 묻지 않기로 했다―박미란(1964∼)

    • 2022-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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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화[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29〉

    매화[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29〉

    창가에 놓아둔 분재에서 오늘 비로소 벙그는 꽃 한 송이뭐라고 하시는지다만 그윽한 향기를 사방으로 여네이쪽 길인가요?아직 추운 하늘문을 열면햇살이 찬바람에 떨며 앞서가고어디쯤에 당신은 중얼거리시나요.알아들을 수 없는 말씀 하나가매화꽃으로 피었네요.매화꽃으로 피었네요.이쪽 길이 맞나요?―…

    • 2022-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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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 달력 첫날[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28〉

    새 달력 첫날[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28〉

    깨끗하구나/얼려서 소독하는 겨울 산천/너무 크고 추웠던/어릴 적 예배당 같은 세상에/새 달력 첫날/오직 숙연하다천지간 눈물나는 추위의/겨울 음악 울리느니/얼음물에 몸 담그어 일하는/겨울 나룻배와/수정 화살을 거슬러 오르는/겨울 등반대의 노래이리라추운 날씨 모든 날에/추운 날씨 한평생에…

    • 2022-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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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 내린 아침[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27〉

    눈 내린 아침[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27〉

    설핏치맛자락 스치는 소리댓가지 풀썩거리는 소리문풍지 흔들리는 소리들은 듯한 밤어머니살그머니 다녀가셨나 보다.장독대 위에백설기 시루 놓여있는 걸 보니한경옥(1956∼)

    • 2021-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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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마음 의원[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26〉

    한마음 의원[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26〉

    흰 달이 돌던 밤의원에 누워 있는 너의 머리에 수건을 얹어 주었다거기에 내가 들어 있지 않았다밖에서 아이들이 공을 찼고너는 머리통을 움켜쥐었다다큐멘터리에서는방금 멸종된 종족을 보여 주었다우리는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까안 사랑하는데여기 있어도 될까머리와 머리가 부딪혀 깨지는데흰 달이 …

    • 2021-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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