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의대반 모집.’ 자주 가는 상가의 한 학원에 이런 플래카드가 붙어 있었다. 사교육 과열 지역도 아닌데 이런 학원이 있다고 신기해한 게 벌써 작년 일이다. 이제 초등 의대반은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한 학원이 됐다. 네 살부터 ‘닥수’(닥치고 수학) 인생을 시작하는 게 요즘…
“폐쇄회로(CC)TV라도 있으면 마음이 좀 놓일 거 같아요.” 20일 서울 금천구와 관악구에 걸쳐 있는 독산자연공원 등산로에서 만난 한 주민은 불안한 표정으로 “5년 전 근처로 이사온 후 매일 찾던 공원인데 처음으로 무서워 산책을 포기하고 내려가 동행을 구했다”고 말했다. 이 공원은 …
“보증금을 되찾겠다는 기대는 애초에 접었어요. 이 집에서 나가고 싶다는 생각뿐이에요.” ‘기업형 전세사기’를 저지른 것으로 경찰 수사에서 밝혀진 부동산 임대업체 ‘제임스네이션’의 피해자 A 씨. 지난달 정부로부터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받은 직후 그는 ‘무기력함’을 호소했다. 4개월 …
“상임이사(임원) 전원에게 사표를 제출받았다. 제 거취도 정부 뜻에 따르겠다. … 모든 열정을 바쳐 LH를 혁신해 나가겠다.”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이달 11일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고개를 숙였다. 철근 누락 단지 5곳을 알고도 발표하지 않은 것을 뒤늦게 알았다는…
“어쩐디야. 애들한테 미안해서….”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참여 대원들이 모두 떠난 후 텅 빈 야영장을 바라보던 인근 주민은 기자에게 안타까운 목소리로 말했다. 전북 부안군 새만금 내 여의도 면적 3배 부지에 설치됐던 2만5000여 개의 알록달록한 텐트는 8일 태풍 ‘카눈’ …
“저라고 좋아서 은둔하는 게 아니거든요.” ‘은둔형 외톨이’의 취재 과정에서 기자와 만난 청년 중 ‘은둔·고립 생활이 만족스럽다’고 말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청년재단과 은둔·고립 청년 4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재고립 설문’에서도 주관식 문항에는 밖으로 나오고 싶어하는 심정이 …
“국토교통부에서 하던 수자원 관리를 무리하게 일원화한 것이 화를 키웠다.” 14명이 목숨을 잃은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침수 참사 등 전국적인 이번 수해 원인으로 ‘물 관리 일원화’가 지목됐다. 18일 당정은 이같이 말하며 지난해 1월 국토부에서 환경부로 넘어간 하천 관리 …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불과 5개월 앞두고 출제 기조를 바꾸면 학생들의 유불리가 바뀌는데, 그게 바로 ‘불공정’ 아닌가요?” 27일 기자와 인터뷰한 고3 학부모 최모 씨(48)는 윤석열 대통령의 ‘수능 발언’ 이후 잠을 못 이룬다고 했다. 그는 “딸이 한 문제라도 더 맞히기 위해…
태어났지만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유령 아이’ 2236명이 처음으로 드러났다. 이 중 23명을 추려 살펴봤는데 이미 여러 아이가 목숨을 잃었다. 모든 어른이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과연 위험에 처한 아이는 2236명뿐일까. 출생신고가 의무화되면 아이들은 안전해질까. 아이가 태어나면…
“법을 강화하면 뭐 합니까. 법원이 제자리인데.” 법원이 기업의 기술 유출 범죄를 ‘솜방망이’ 처벌로 다루는 데 대한 업계의 우려 목소리다. 국내 반도체기업 관계자는 “걸려도 대부분 집행유예로 풀려나거나 벌금형에 그치다 보니 주변에서 잘못된 유혹에 시달릴까 걱정된다”고 했다. 또 다른…
“저였어도 그냥 맞고 있었을 겁니다.” 지난달 말 한 남성 경찰관이 서울 노원구의 나이트클럽 앞에서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리던 40대 여성에게 발길질을 당하는 영상이 공개됐다. 이 영상을 본 한 경찰은 “성추행 시비가 생기는 것보다 맞는 게 낫다”며 자신이 그 상황에 처했더라도 똑같이 …
26일 제주발 대구행 아시아나항공 비상구 개방 사건으로 기내 안전 문제가 또다시 불거졌다. 대형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그와 관련된 수많은 경미한 사고와 징후들이 존재한다는 ‘하인리히 법칙’을 인용하면서, 항공사들의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촉구하고 있다. 항공사뿐만 아니라 승객들의 안전의…
“뺀질이 판사들이 관행을 악용하고 있다.” 이른바 ‘웰빙 판사’들이 늘면서 재판 지연과 질 하락 문제가 가속화하고 있다는 본보 기획 시리즈 ‘법조일원화 10년, 흔들리는 사법부’ 기사가 나가자 한 고법 부장판사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판사들이 매달 판결문을 주 …
지난달 막을 내린 2023 상하이 모터쇼에 출시된 중국 전기차들의 굴기는 충격을 넘어 공포에 가까웠다. 상상도 못 했던 아이디어들로 무장한 차들이 상용화의 길에 들어서 있었다. 전기차 배터리를 5분 안에 교체하는 기술, 2000만 원 미만으로 살 수 있는 전기차, 조수석이 대시보드 아…
“오피스텔 60채를 모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사들인 줄 알았다면 전세 계약을 안 했을 겁니다.” 인천 ‘미추홀구 건축왕’ 남모 씨(61) 일당에게 전세사기 피해를 당한 A 씨는 2년 전 계약 당시를 돌이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살던 집이 경매에 넘어가 낙찰자가 나타나면 보증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