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기간 25명은 모일 수 있고 26명은 안 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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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8월 26일 07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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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지난 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 취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정안은 선거운동 기간에 선거에 영향을 주는 집회나 모임도 25명이 넘지 않을 경우 허용하는 내용을 담았다.

◇선거기간 모든 집회·모임 금지→25명 초과 집회만 금지

1일 서울 합정역 일대에 정당 현수막이 걸려 있다. 2023.8.1/뉴스1
1일 서울 합정역 일대에 정당 현수막이 걸려 있다. 2023.8.1/뉴스1
기존의 공직선거법 제103조 제3항은 ‘누구든지 선거기간 중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하여 향우회·종친회·동창회·단합대회 또는 야유회, 그 밖의 집회나 모임을 개최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난해 7월 헌법재판소는 7월 해당 조항이 “구체적인 집회나 모임 상황을 고려해 상충하는 법익 사이의 조화를 이루려는 노력을 전혀 기울이지 않았다”며 위헌 결정을 내렸다.

국회는 103조를 ‘누구든지 선거기간 중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하여 향우회·종친회·동창회·단합대회·야유회 또는 참가 인원이 25명을 초과하는 그 밖의 집회나 모임을 개최할 수 없다’는 내용으로 개정했다. 향우회 등 5개 모임을 제외하고 25명까지 집회와 모임을 허용한 것이다.

헌재는 집회·모임을 제한하는 기준을 구체화하라고 주문한 것과 달리 개정안은 단순히 모임 인원만을 제한해 위헌 결정 취지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25명은 모일 수 있고 26명은 불가능한 이유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모임의 성격과 인원을 판단할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있다.

개정안은 향우회·종친회·동창회·단합대회·야유회와 그 밖의 집회·모임의 성격을 구분해야 한다. 향우회 등 5개 모임은 인원과 상관 없이 금지하고, 그 밖의 집회·모임은 25명까지 허용하기 때문이다. 기존 공직선거법은 집회·모임을 일괄 금지해서 기준을 따질 필요가 없었다.

집회에 25명이 모인 시점을 판단하기 위해 집회에 다녀간 총 인원수를 따져야 하는지, 특정 시점의 인원수를 따져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도 명확하지 않다.

선거운동을 현장에서 단속해야 하는 선거관리위원회부터 난색을 표했다. 허철훈 선관위 사무차장은 24일 법사위 안건 심의 과정에서 “(인원 제한 기준을) 판단할 때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할지, 옥외집회는 일시적으로 참석한 사람을 집회 모임 참석자로 포함할지 판단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선관위 관계자도 “신고를 받고 현장에 간 시점에서 인원이 25명을 초과하지 않거나, 동창들이 모인 동호회는 어떻게 판단할지 등 고민할 것들이 많다”며 “현장에서 단속할 때 실랑이가 벌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의원들도 “헌재 취지에 맞나” 의문 제기했지만…본회의 통과

김도읍 국회 법사위원장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점식 여당 간사에게 사회권을 위임한 후 퇴장하고 있다. 2023.8.24/뉴스1
김도읍 국회 법사위원장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점식 여당 간사에게 사회권을 위임한 후 퇴장하고 있다. 2023.8.24/뉴스1
의원들 사이에서도 지적이 쏟아졌다. 지난달 13일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에서 법안을 처리할 당시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일반 유권자의 집회의 자유,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된다는 헌재 결정의 취지를 단순히 인원수 문제로 축소시킨 게 과연 합당한가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법사위 심사 과정에서도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은 “향우회·종친회·동창회·단합대회·야유회는 30인 미만이어도 선거에 영향을 미치고 다른 이름으로 모임을 30인 미만으로 하면 그것은 선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건가”라고 반문했다.

김도읍 법사위원장도 “법이 동창회·향우회·종친회 이렇게 집회나 모임의 성격, 목적성을 두고 열거하다가 갑자기 숫자로 제한한다”며 “이게 법 체계상 맞나. 너무 어색하다”고 지적했다.

법사위 야당 간사인 소병철 민주당 의원은 “충분히 일리 있는 지적”이라면서도 “그러나 정개특위에서 이렇게 했을 때는 헌재에서 위헌이라고 한 부분을 최소한으로 받아들이기 위한 고육지책이거나 굉장한 고민의 산물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법사위에서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공직선거법 개정안 처리는 7월을 넘겼다. 개정안에 함께 담겨있던 현수막 설치 규제 등도 7월31일 개정 시한을 넘겼고, 8월1일부터 입법 공백 상태가 발생했다.

개정안은 결국 여야 원내 지도부가 인원 기준을 25명으로 합의한 끝에 지난 24일 오후 법사위와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전문가들도 “25명 괜찮고 26명 안 될 이유 없어”

전문가들도 현재 개정안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장승진 국민대 정치학과 교수는 “25명은 괜찮고 26명은 안 될 이유가 없는데 굉장히 자의적인 것”이라며 “헌재의 결정 취지는 선거운동의 자유나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는 것이 맞는다는 것인데 그 취지를 반영한 개정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학과 교수도 선거법 개정에 대해 “고민과 통찰이 필요한 문제들인데 데드라인이 닥치니까 불쑥 법안을 내놓은 것 같다”며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개정안에 대해 헌법소원이 제기될 경우 또 한 번 위헌 판단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법안을 반대했던 한 법사위원은 “왜 인원 제한이 25명이냐고 (헌재에) 문제를 제기한다면 또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내년 총선과 이후 지방선거를 치르면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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