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원자력 전담 기관이…” 한수원, 文정부 이후 1000억 써가며 태양광 설치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7월 20일 16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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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배 국민의힘 의원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초당적정치개혁 의원모임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3.7.3 뉴스1


원자력발전소를 운영하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문재인 정부 이후 1000억 원 넘게 들여 태양광 설비를 설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2036년까지 2조5000억 원을 들여 태양광을 추가 설치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여권에선 “원자력 전담 기관이 정작 태양광 발전에 힘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국민의힘 이종배 의원이 한수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수원은 2017년 5월부터 올해 5월까지 54개의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하는데 총 1015억 원을 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설치한 태양광 시설을 수리하는데도 2018~2023년 5월까지 32억6500만 원을 지출했다. 수리비로만 연평균 6억 원이 들어간 셈이다.

한수원이 지속적으로 태양광을 설치하는 것은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RPS)’ 제도 때문이다. RPS는 한수원, 한국전력 등이 총 발전량의 일정 비율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도록 의무화한 제도다. 당초 10%였던 법정상한은 문 정부 들어 25%로 대폭 상향됐다. 이종배 의원실 관계자는 “정부는 올해 법정상한 달성 시기를 기존 2026년에서 2030년으로 4년 늦췄지만 여전히 한수원 등에 부담이 되고 있다”며 “한수원이 목표치 달성을 위해 지난해 신재생에너지를 사는 데 쓴 돈은 4266억 원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RPS 제도에 따라 한수원은 앞으로도 태양광 설비를 늘려갈 예정이다. 한수원은 올해부터 2036년까지 총 2조5067억 원을 들여 태양광을 설치할 계획이다. 한수원이 추가 설치할 태양광 설비는 총 4.64GW(기가와트)로 원전 4기 용량과 맞먹는다.

태양광 발전이 늘어나면 원전 출력을 줄이게 돼 원전의 성능과 수명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력이 한꺼번에 공급되면 블랙아웃(대정전)이 발생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올 봄에는 태양광 발전량 급증으로 한수원이 23회에 걸쳐 원전 출력을 줄였다.

이 의원은 “원자력발전사인 한수원마저 문 정부의 잘못된 에너지 정책으로 원전 안전을 위협하는 태양광 발전에 힘쓰고 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원자력 발전의 환경친화성을 인정하고 우리나라의 기술력과 기후에 맞는 에너지정책 기조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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