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나 상급부대 장교야” 사칭男에 민통선 뚫렸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6일 16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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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분만에 잡힌 20대 “복무했던 부대 가보고 싶어서”

최전방으로 들어가는 초입인 민간인출입통제선이 장교를 사칭한 20대 남성에게 한때 뚫렸던 사실이 알려졌다. 전방 경계 태세에 또다시 허점이 드러났다는 비판이 일 것으로 보인다.

6일 군 소식통에 따르면 20대 민간인 남성 A 씨는 차량에 탄 채 지난달 26일 오후 강원도의 한 사단이 담당하는 민통선 B 검문소에 도착해 “상급 부대 장교”라며 통과를 요구했다. A 씨는 윽박을 지르며 통과시켜 줄 것으로 강요했다고 한다. 검문소를 지키던 병사들은 A 씨를 의심했지만 그가 민통선 내 부대의 상세한 지명 등을 언급하는 등 장교 행세를 하자 일단 그를 통과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민간인이 민통선 내로 들어가려면 관할 군부대 등에 사전에 신원을 통보하고 확인을 거쳐 사전 출입 승인을 받아야 한다. A 씨는 이 같은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A 씨가 검문소를 통과한 직후 그의 행태를 수상히 여긴 병사들은 A 씨가 불러준 이름의 장교가 상급 부대에 실제로 근무하는지 확인한 뒤에야 해당 이름의 간부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곧바로 A 씨 수색에 나섰고 검문소 통과 28분 후쯤인 오후 5시 반경 검문소를 향해 돌아 나오는 A 씨를 붙잡았다.

군사경찰 등의 조사 결과 A 씨는 과거 민통선 내 부대에서 병사로 복무한 예비역이었다. 그는 “복무하던 부대에 가보고 싶어서 그런 것”이라고 진술했다. A 씨 진술과 민통선 내 행보를 담은 CCTV 등을 종합해 조사한 결과 대공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군은 병사들이 곧바로 이상 상황을 파악한 뒤 후속 조치를 신속하게 취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지난해 1월 1일에도 이번 사건이 일어난 민통선 경계 담당 부대의 관할 지역에서 군 감시망을 뚫고 민통선 내로 침입한 탈북자가 최전방 경계부대(GOP) 철책을 넘어 재입북한 사건이 발생한 만큼 경계 실패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군 관계자는 “향후 비슷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검문소 검문검색을 강화하겠다”라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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