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피해자들 만난 박진 “진정성 갖고 조속히 문제 풀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9월 2일 16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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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 외교부 장관이 2일 오후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이춘식(98)씨의 집인 광주 광산구 우산동 한 아파트를 찾아 이씨의 손을 잡고 있다. 광주=뉴시스
박진 외교부 장관이 2일 오후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이춘식(98)씨의 집인 광주 광산구 우산동 한 아파트를 찾아 이씨의 손을 잡고 있다. 광주=뉴시스
박진 외교부 장관이 2일 광주를 찾아 일제 강제징용자 피해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일본과 외교 교섭을 통해 우리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문제를 해결 하겠다”고 밝혔다. 2018년 10월 대법원에서 일본 기업들에 대해 배상판결을 받은 이후 피해자들이 외교부 장관과 마주한 건 4년 만에 처음이다.

광주 광산구에 사는 일본제철 강제징용 피해자 이춘식 할아버지는 이날 박 장관에게 일본제철 가마이시제철소 강제징용 등을 겪은 숱한 고통을 전하며 “장관이 직접 신경 좀 써 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이 할아버지는 박 장관에게 2018년 대법원 손해배상 소송에서 강제동원 기업을 상대로 승소한 언론 보도 사본을 건네 보여주기도 했다. 이 할아버지의 딸은 박 장관에게 “100세 넘어 연로하신 아버지께서 늘 ‘재판에서도 승소했는데 왜 아직까지 (배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느냐’고 말씀하신다. 일본에서 사과를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박 장관은 “직접 이야기를 들으니 책임감과 사명감이 강해진다”며 위로했고, 추석을 맞아 세상을 떠난 부모님을 대신해 명절 인사를 하고 싶다며 이 할아버지에게 큰 절을 올리기도 했다.

이후 미쓰비시중공업 강제징용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의 자택을 방문한 박 장관은 할머니로부터 자필 편지를 받았다. 양 할머니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일본에 가면 중학교 보내준다고 하기에 갔는데 전부 거짓말이었다”며 “죽도록 일만 했지, 돈은 1원 한 장 받지 못했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근로정신대가 뭔지도 몰랐다”며 “결혼해서도 하루도 편한 날이 없이 남편의 구박을 들었고, 시장에 나가면 사람들이 몇 놈이나 상대했나고 놀렸다”고 울분을 전했다. 이어 “그동안 흘린 눈물이 배 한 척 띄우고도 남았을 것”이라고도 했다.

양 할머니는 또 “돈 때문이라면 진작 포기했다. 나는 일본에서 사죄 받기 전에는 죽어도 죽지 못하겠다”며 “미쓰비시가 사죄하고 돈도 내놓아야 한다. 다른 사람이 대신 주면 나는 무엇이 되겠냐. 나를 얼마나 무시하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대법원 승소 판결이 난 뒤 몇 년째 우리 정부는 무슨 말 한마디 못하고 있다”며 “무엇이 무서워서 말을 못하는 것이냐. 우리나라 대통령에게 내 말을 전해주길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박 장관은 두 피해자를 면담한 뒤 취재진에게 “두 분의 말씀을 하나도 빼지 않고 귀담아 듣고 또 당시의 상황 또 지금 현재 마음에 담고 계신 이야기를 생생하게 잘 들었다”며 “앞으로 오늘 피해자 분들을 직접 만난 것을 바탕으로 최대한 조속히, 진정성과 긴장감을 갖고 임해 강제징용 문제를 풀겠다”고 강조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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