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軍, 北 최전방 도발 우려에 DMZ 유해발굴 중단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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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백마고지 발굴 인원 긴급 철수
北, ICBM-핵실험 도발 외에도 군사분계선-NLL 군사행동 가능성
9·19군사합의 파기 나설 수도
VOA “北 ICBM, 쏜 곳서 800m 거리…평양 북부 ‘신리 미사일기지’서 제작”

군이 비무장지대(DMZ) 내에서 실시하던 유해발굴사업을 잠정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무력시위에 이어 핵실험까지 나설 것이란 징후가 포착되는 등 한반도 긴장 수위가 고조되자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진행하던 유해발굴사업까지 중단시킨 것. 이달 한미 연합훈련과 김일성 생일(15일) 110주년, 인민군 창건일(25일) 등을 전후해 전방 지역에서 국지 도발 등 북한의 추가 도발이 임박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 北 위협 고조로 DMZ 유해발굴 일시 중단


31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군 당국은 이틀 전인 지난달 29일 DMZ 내 백마고지 일대 인원들을 긴급 철수시켰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이 백마고지에서 4일로 예정된 유해발굴사업 개토식(開土式)을 준비하고 있었다. 군의 이번 철수 조치는 ICBM 발사로 ‘레드라인(금지선)’을 넘은 북한이 어떠한 형태로든 곧 중대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병들이 작업을 위해 최전방에 투입되는 만큼 혹시 모를 우발적 상황 등을 염두에 두고 철수 결정을 내렸다는 것. 정보 당국도 각종 첩보 등을 통해 최근 전방 일대에서 북한군의 일부 특이 동향을 포착해 군과 내용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유해발굴사업은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안보상황을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재개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DMZ 일대 유해발굴 작업 시작은 2018년 9·19군사합의가 계기가 됐다. 군 당국은 9·19군사합의 이듬해인 2019년 4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DMZ 화살머리고지에서 유해 발굴을 실시했다. 지난해 9월부터 110일 동안은 백마고지에서 유해를 발굴했다. 남북은 9·19군사합의에서 공동 유해발굴에 나서기로 했지만 북한은 아직 한 번도 유해 발굴에 참여하지 않았다.

유해발굴 인원까지 철수시킬 만큼 한반도 긴장감이 고조된 가운데 정부는 북한의 추가 도발 징후까지 포착해 감시 중이다. 북한이 ICBM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신형 미사일 시험발사나 핵실험은 물론이고 군사분계선(MDL),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에서 군사 행동을 통해 긴장을 고조시킬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일성 생일을 기념한 대규모 열병식 준비, 12일부터 시작되는 한미 연합훈련을 구실로 남북 접경지역 내 국지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 北 ICBM, 신리 미사일 기지서 제작


이런 가운데 북한이 지난달 24일 시험 발사한 ICBM이 평양 북부에 있는 신리 미사일 기지에서 제작된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위성사진 등에 의해 2020년 노출된 이 기지는 그간 중·장거리 미사일 조립시설로 추정됐는데 이번 ICBM 발사를 계기로 그 실체가 파악됐다는 것.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31일 민간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당시 ICBM 발사가 이뤄진 지점이 평양 순안비행장 남쪽 활주로와 신리 미사일 지원시설을 연결하는 중간 도로였다고 보도했다. 이 발사지점은 신리 지원시설에서 직선거리로 약 800m 떨어져 있다.

보도에 따르면 신리 미사일 지원시설이 실제 북한의 탄도미사일 프로그램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이번에 확인됐다. 이 시설은 중심부에 3개 건물이 있고 그 옆으로 철로가 연결된 별도의 건물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ICBM 관련 시설 인근에서 시험발사를 한 것도 이번에 처음 확인된 사실이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dmz#유해발굴사업#잠정 중단#북한#icbm#무력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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