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정보 유출’ 의심땐 진상조사후 내사… 檢내부 “수사팀 외압”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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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형사사건 공개금지’ 훈령 개정안 어제부터 시행

수사정보 유출로 의심되는 언론 보도에 대해 각 지방검찰청의 인권보호관이 진상조사한 뒤 내사에 착수할 수 있는 법무부 훈령 개정안을 17일부터 시행했다고 법무부가 밝혔다.

법무부가 이날 발표한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에 따르면 각 검찰청의 인권보호관은 의도적인 수사정보 유출이 의심되거나, 이로 인해 사건 관계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될 가능성이 큰 경우 진상조사에 착수하게 된다. 인권보호관은 진상조사를 마친 뒤 검사나 수사관의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를 확인해야 한다고 판단한 경우에는 수사 전 단계인 내사에 나설 수 있다. 진상조사 결과에 따라 감찰조사와 징계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인권보호관은 진상조사 결과부터 기관장에게 보고하고, 기관장은 이를 근거로 ‘유출 의심자’에 대해 감찰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법무부는 일선 검사들의 의견을 반영해 초안의 “‘의도적인 수사정보 유출’이 의심되는 경우 내사에 착수한다”는 내용을 최종안에서 “‘선(先)진상조사 후(後)내사’로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구자현 법무부 검찰국장은 브리핑을 통해 “여론몰이형 수사정보 유출을 방지하며 유죄 예단 방지를 통해 국민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수사팀에 대한 외압이라는 점은 똑같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부장검사는 “초안과 최종안은 문구만 다를 뿐 본질은 같다. 장관이 언론보도를 보고 ‘유출이 의심된다’고 한마디하면 수사팀은 인권보호관에 의한 조사를 받아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권력의 입맛에 맞지 않는 수사를 하는 검사들은 ‘유출 의심자’로 진상조사를 받게 되고, 그동안 수사는 ‘올스톱’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검사도 “검찰 내부의 진상조사는 통신 자료 임의제출, 대면조사 등 강제수사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진행된다. 내사든 진상조사든 수사팀에는 다를 것이 없다”고 말했다.

‘수사정보의 의도적 유출이 의심되는 경우’라는 진상조사 착수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도 논란이 될 수 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14일 규정 개정 방침을 밝히면서 ‘라임자산운용 펀드 사기’ ‘월성 1호기 원자력발전소 조기 폐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 보도 등을 수사정보 유출 의심 사례로 거론했다. 이때 박 장관은 “수사정보 유출을 확인했느냐”는 질문에 “기사 내용과 흐름을 봤을 때 유출이 아닌가 추정을 가지고 있다”고 답했다.

법무부는 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재직 당시인 2019년 12월 시행된 이 훈령의 내용이 모호해 사실상 사문화됐다는 지적에 따라 규정 내용을 보다 명확하게 다듬었다. 대표적으로 기소 전 수사정보를 공개할 수 있는 예외적인 상황에는 ‘오보가 존재하거나, 취재 요청 내용 등을 고려할 때 오보가 발생할 것이 명백한 경우’ ‘보이스피싱, 디지털성범죄, 감염병 관리에 관한 범죄, 테러 등이 우려되는 경우’ 등이 명시됐다.

검찰 내부에서는 “여전히 ‘오보가 발생할 것이 명백한 경우’ 등 공개 기준이 모호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법무부의 개정안 내용이 일선 검찰청에 보냈던 초안 내용과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는 비판도 있다. 한 검사는 “초안과 최종안의 다른 점은 ‘선(先)내사’를 하느냐 ‘선(先)진상조사 후(後)내사’를 하느냐 정도”라며 “인권보호관의 업무가 많아 내사까지 맡기 어렵다는 점 등 실무진 의견은 반영되지 않았다”고 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배석준 기자 eulius@donga.com
#수사정보#형사사건#공개금지#훈령 개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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