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문자폭탄’ 충돌… “끙끙앓는 의원 많다” vs “선출직은 감당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4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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趙 “강경파에 70만 당원 목소리 묻혀 박주민-김종민-김용민 성공 방정식
피해모임 결성해 입장 제시할 것”
尹은 “당심-민심 괴리없어” 반박… 지도부도 문자폭탄 문제 안삼아
대선 후보경선 주요 쟁점될 듯

친문(친문재인) 열성 지지층의 ‘문자폭탄’을 두고 더불어민주당 내부 갈등이 장기화되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당 지도부가 미온적으로 대처하면서 ‘문자폭탄’이 대선 경선에서도 논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당 내 비주류로 꼽히는 조응천 의원은 29일 CBS 라디오에서 “70만 권리당원의 목소리가 강성 지지층 2000명에 묻히고 있다”며 ‘문자폭탄’ 문제를 다시 한번 거론했다. 조 의원은 “어제(28일)도 수백 개의 ‘문자폭탄’이 왔다. 수백 개면 평소보다 많이 안 온 것”이라며 받은 문자의 내용을 공개했다. 조 의원은 “당신이 쓰레기라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면 성공입니다, 축하합니다” “다 같이 탈당하고 민주당 이름 더럽히지 마라” “기를 쓰고 뛰어가 봐야 발끝의 때에도 못 미치는 인간이라는 걸 인정하는 것” 등 ‘문자폭탄’의 내용을 직접 읽기도 했다. 이어 “(문자폭탄에) 끙끙 앓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의원들이 많다”며 “(모임을 결성해) 단체로 입장을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조 의원은 14일에도 “당 쇄신을 가로막는 폭력적 언행을 수수방관할 것이냐”며 열성 지지층의 행동에 대한 당 지도부의 대응을 촉구한 바 있다.

조 의원은 또 친문 강경파로 꼽히는 박주민, 김종민 의원을 거론하며 “그동안 전당대회에서 성공 방정식이 있었다”고 했다. 열성 지지층의 마음을 사기 위한 강경한 발언으로 인기를 얻어 최고위원에 당선됐다는 의미다. 박 의원과 김 의원은 각각 2018년, 2020년 최고위원 선거에서 친문 열성 지지층이 대거 포진한 권리당원의 몰표에 힘입어 최고위원 선거 1위를 기록했다.

조 의원은 다음 달 2일 치러지는 전당대회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한 김용민 의원을 향해서도 “그 성공 방정식을 따라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날 김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담벼락에 대고 욕이라도 하라”는 발언을 인용해 강성 지지층의 문자폭탄을 “권장해야 할 일”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조 의원은 “잘못된 길로 가고 있는 정부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비판하고 목소리를 내라는 뜻이지 자기 당 소속 의원들한테 문자폭탄 보내고 위축시키라는 뜻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반면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문자폭탄’에 대해 “선출직이라면 그 정도는 감당해야 한다”고 했다. 윤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과거 노무현 대통령이 어려운 시절에도 ‘대통령 욕해서 주권자인 국민의 속이 풀린다면 얼마든지 하셔라, 그게 온당하다’는 취지의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 의원은 또 “당심과 민심이 특별하게 괴리돼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 역시 친문 진영의 이런 태도에 맞춰 ‘문자폭탄’이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태도다. 도종환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문자폭탄’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고, 윤호중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문자폭탄도 국민의 목소리”라는 태도다.

이에 따라 여권에서는 2017년에 이어 이번 대선 후보 경선에서도 이 문제가 쟁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후보 시절 ‘문자폭탄’에 대해 “경쟁을 흥미롭게 만들어주는 양념 같은 것”이라고 했다가 논란이 된 바 있다. 여권 관계자는 “당 지도부가 나서서 열성 지지층의 극단적인 행동을 막지 않으면 결국 대선 주자들이 곤혹스럽게 되고, 대선 본선에서도 불리한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문자폭탄#조응천#윤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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