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발끝 때’ 문자폭탄 공개한 조응천…“강성 친문의 성공방정식”

  • 뉴시스
  • 입력 2021년 4월 29일 14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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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문자폭탄’ 논쟁 격화일로…“쇄신파 필요” 세력화하나
조응천 "'탈당해라' 문자에 맷집 약하면 위축돼"
친문 윤건영 "선출직이라면 그 정도는 감당해야"
김용민 "당원의 적극적 의사표시…오히려 권장을"
비주류 세력화?…조응천 "자기 이름 걸 10~20명"

친문 강성 지지층, 이른바 ‘문파’의 문자폭탄을 둘러싼 더불어민주당 내 논쟁이 격화일로다.

재보선 참패 후 ‘조국 엄호’ 반성문을 쓴 2030 초선 의원들에게 욕설 문자폭탄이 쏟아지자 비주류에서 당 차원의 대응을 요구했지만, 친문 주류 의원들은 의사표현의 한 갈래라며 감싼 것이다. 갑론을박이 이어지며 문자폭탄에 비판적인 쇄신파의 ‘세력화’ 조짐마저 나타나는 양상이다.

조응천 “‘탈당해라’ 문자에 맷집 약하면 위축돼”

소장파 재선인 조응천 의원은 2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문자폭탄에 대해 “(문파들은) ‘탈당해라’ 이런 식으로 나온다”며 “그러면 그냥 만성이 된 사람들은 ‘그런가 보다’라고 하는데 맷집이 약한 의원들은 위축되고 하면 목소리가 줄어들게 된다”면서 비판을 이어갔다.

이어 “저번에 (2030) 초선들이 하루 이틀 만에 항복선언하지 않았나”라며 “그분들은 아마 처음 당했으니까. 그리고 하루 종일 문자가 오니까 휴대폰을 사용 못 할 정도로 오면 처음에는 완전히 질릴 것이다. 나도 처음 당할 때는 ‘이게 뭐지’ 했다”고 밝혔다.

소속 의원들이 문자폭탄을 의식하는 배경에 대해선 권리당원 50%, 국민 여론조사 50%의 당내 경선을 통과해야 하는 총선 공천 구조를 언급하며 “그러면 권리당원들, 특히 강성지지층을 아마 의원들이 전부 다 신경을 쓸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의원은 나아가 자신에게 쏟아진 문자메시지 내용의 일부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조금만 다르면 ‘검은 머리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다’(라고 한다.) 그러면 ‘나는 흰머리 짐승인데’ 이런다”고 했다.

또 “당신이 쓰레기라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면 성공입니다, 축하합니다”, “그쪽 일당들하고 다 같이 탈당하고 더민주 이름 더럽히지 말아라”, “기를 쓰고 뛰어가봐야 그 발끝의 때도 못 미치는 인간이라는 걸 오지게 인정하는 것. 응, 니 얘기야” 등의 문자 내용도 공개했다.

‘검은머리 짐승’ ‘쓰레기’ ‘발끝 때’ 문자내용 소개도

강성 초선인 김용민 의원이 ‘담벼락에 대고 욕이라도 하라’는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2009년 육성을 인용해 문자폭탄을 엄호한 것을 정면 반박하기도 했다.

조 의원은 발언 취지가 당시 이명박(MB) 정부를 비판한 것임을 언급하며 “잘못된 길로 가고 있는 정부에 대해서 어떤 식으로든 비판하고 목소리를 내라는 뜻이지 자기 소속 의원들한테 문자폭탄 보내고 위축시켜라, 이런 뜻은 아니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아울러 “그러니까 김용민 의원은, 혹은 박주민, 김종민 (의원 등을 보면) 그동안 전당대회에서 성공방정식이 있다”며 “계속 1위를 했지 않는가”라며 강성 지지층 지지로 지도부에 입성하거나 출마한 자당 의원들을 실명 비판했다.

그는 지난 27일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여러분들이 문자행동을 하면 할수록, 그리고 여러분들의 강력한 힘에 위축되는 의원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재집권의 꿈은 점점 멀어져간다”면서 문자폭탄을 비판한 바 있다.

친문 “선출직이라면 감당해야” “오히려 권장할 일”

반면 친문 주류는 이날도 문자폭탄 엄호를 이어갔다.

문재인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의원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과거 노무현 대통령이 어려운 시절에도 ‘대통령 욕해서 주권자인 국민의 속이 풀린다면 얼마든지 하셔라, 그게 온당하다’는 취지의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며 “선출직이라면 그 정도는 감당하고 가야 된다”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당심과 민심 간 괴리 문제에 대해선 “특별히 괴리돼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며 “민주당에 다양한 구성원이 있다. 색깔은 다양할 수 있다. 그 중에 몇몇 색이 도드라져 보일 수 있지만, 그렇다고 다른 색을 죽이거나 지울 순 없다”고 반박했다.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한 김용민 의원도 전날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편으로는 문자폭탄, 강성 지지자라고 표현될 수도 있지만 나는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시하는 지지자들이라고 생각한다”며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그런 적극적인 의사 표시는 권장되어야 된다”고 말했다.

이에 진행자가 ‘오히려 권장돼야 한다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그는 “맞다. 특히 국회의원 같은 경우에는 그런 국민의 목소리 그리고 당원의 목소리를 계속 청취해야 한다”고 답했다.

비주류 세력화?…조응천 “자기 이름 걸 10~20명”

이처럼 강성 지지층의 문자폭탄을 둘러싼 시각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비주류 쇄신파의 ‘세력화’ 가능성도 감지된다.

조응천 의원은 “내 주위에 그래도 끙끙 앓으면서 얘기를 나누는 의원들이 많다. 수십 명까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계속 의견을 나누고 또 뜻을 같이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단체로 입장을 제시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나는 그걸 목표로 하고 있다”며 “소위 말하는 비주류, 혹은 쇄신파가 생겨야 내년 대선에 우리가 희망이 생긴다”고 말했다. 쇄신파의 규모와 관련해선 “적어도 10명에서 20명의 이상은 일단 자기 이름을 걸고 할 사람을 모아야 되겠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앞서 비주류 성향 중진 이상민·노웅래·변재일·안규백·안민석·정성호 의원 6인방은 지난 15일 입장문을 내고 “자기 생각과 조금이라도 다른 의견에 대해서는 불문곡직하고 적대시하는 것은 당의 발전을 저해하는 행위”라고 강성 당원들을 정면 비판한 바 있다. 이들은 원색 비난을 받았던 2030 초선 의원들과 관련해선 “돌 맞을 일이 있다면 저희 중진의원들이 더 큰 책임으로 대신 맞겠다”고 감쌌다.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도 지난 20일 기자들과 만나 “의견 표현의 방식이 폭력적이거나 상례를 벗어난다면 옳지 않다”고 비판한 뒤 “신경 안 쓰면 아무것도 아니다. 내가 겪어본 바로는 (휴대전화 번호를) 1000개쯤 차단하면 (문자가) 안 온다더라”고 웃어넘기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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