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계 비판에도…법무부, ‘휴대전화 비번 공개법’ 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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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11월 13일 17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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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 장관.
추미애 법무부 장관.
법무부가 13일 반헌법 논란에도 ‘피의자 휴대전화 비밀번호 공개’ 관련 법안 제정을 추진 중인 사실을 공식화했다.

법무부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자기부죄금지원칙 및 양심의 자유, 사생활 보호와 조화로운 합리적 방안 마련을 위해 법원의 공개 명령시에만 공개 의무를 부과하는 등 절차를 엄격히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고 했다.

이어 “형사처벌만이 아니라 이행강제금, 과태료 등 다양한 제재방식을 검토하는 방안, 인터넷 상 아동 음란물 범죄, 사이버 테러 등 일부 범죄에 한정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향후 각계의 의견 수렴과 영국, 프랑스, 호주, 네덜란드 등 해외 입법례 연구를 통해 인권보호와 조화를 이루는 방안도 모색할 계획임을 밝혔다.

해당 법안을 추진한 이유에 대해선 “‘n번방 사건’, ‘한동훈 검사장 사례’ 등을 계기로 디지털 증거에 대한 과학수사가 중요해지고 인터넷상 아동 음란물 범죄, 사이버테러 등 새로운 형태의 범죄에 관한 법집행이 무력해지는 데 대한 대책 마련 고민이 있었다”고 했다.

한동훈 검사장.
한동훈 검사장.
앞서 법무부는 지난 12일 “(추 장관이) 외국 입법례를 참조해 채널A 사건 피의자인 한동훈 검사장처럼 피의자가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악의적으로 숨기고 수사를 방해하는 경우 법원의 명령 등 일정 요건 아래 그 이행을 강제하고 불이행 시 제재하는 법률 제정을 검토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에 당사자인 한 검사장은 즉각 입장문을 내 “당사자의 방어권은 헌법상 권리인데, 헌법과 인권보호의 보루여야 할 법무부장관이 당사자의 헌법상 권리행사를 ‘악의적’이라고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이를 막는 법 제정 운운하는 것에 대해 황당하게 생각한다”며 “반헌법적 발상”이라고 반발했다.

각계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이날 이종배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원내대책회의에서 “인권 유린의 우려가 쏟아지는 이 법을 추진하는 이유는 눈엣가시인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 잠금을 풀기 위해서”라며 “법무부장관으로서 법치주의 근본을 상실한 것”라고 꼬집었다.

장혜영 정의당 원내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기존 형사법에서 보장하는 자백 강요 금지, 진술거부권, 자기방어권, 무죄 추정 원칙을 뒤흔드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SNS에 “장관님, 차라리 고문을 합법화하세요”라며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법적으로’ 빼내는 방법은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밖에 없거든요”라고 비꼬았다.

조혜선 동아닷컴 기자 hs87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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