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관영매체로도 야당 비난…남북관계 ‘주도권 관리’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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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10월 30일 14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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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평양시군민연합집회 및 군중 시위 모습. (평양 노동신문=뉴스1)
지난 12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평양시군민연합집회 및 군중 시위 모습. (평양 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30일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남측의 야당을 비난하고 나선 것은 다소 이례적 행보다. 북한이 남북관계를 관리하면서 대남 영향력을 높이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을 거론하며 이 사건과 관련해 북한을 비판하는 국민의힘을 직접 겨냥했다.

통신은 보도에서 야당과 ‘보수 세력’을 ‘미친병자들’이라고 규정하며 “정권 강탈 야욕에 환장이 돼 가중되는 민생 악화와 악성 전염병 사태에는 아랑곳없이 사회적 혼란 조성에만 피눈이 돼 날뛰고 있어 북남 사이에 불안과 불화의 구름이 걷히지 못하고 있다”라고 비난했다.

북한의 특히 야당이 북한의 공무원 피격 사실에 대해 ‘인권’ 문제를 언급하고 나선 것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통신은 박근혜 정부 때 우리 군이 월북을 시도한 민간인을 총격한 사건을 언급하며 “우리 공화국에 들어오려고 군사분계선 지역의 강을 헤엄쳐 건너던 자기 측 주민에게 무차별적인 기관총 사격을 가해 즉사시키는 주제에 감히 누구의 인권에 대해 떠들 체면이 있는가”라고 반발했다.

북한이 매체 보도를 통해 국내 정치 문제를 언급한 것이 처음은 아니다.

선전용으로 활용하는 이른바 ‘선전매체’를 통해서는 연일 국내 정치 사안에 대한 보도를 내고 있다. 북한은 주로 보수 측에 대해 남북관계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취지의 비난을 가하곤 한다. 맹비난과 조롱에 가까운 언사를 구사하는 등 비난의 강도도 높다.

이 매체들은 북한 당국의 공식 입장으로 해석되진 않고 있다. 그러나 국내 정치, 남북관계 상황에 맞게 논조도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전날인 29일 북한은 선전매체인 ‘메아리’를 통해 야당의 부정부패 의혹들이 여당에 의해 드러나고 있다며 “남조선에서 현 당국과 집권여당을 집요하게 물어뜯던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세력이 역풍을 맞고 궁지에 몰리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특히 윤건영, 고민정 의원 등 민주당 의원의 실명을 거론하며 이들이 ‘보수 저격수’로 나서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최근 비교적 대남 유화 행보를 보이고 있는 북한이 여당에 대한 ‘지지’ 의사를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간의 서신 교환,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에 대한 김 위원장의 사과, 김 위원장의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일 열병식 계기 대남 유화 메시지 등으로 이어지고 있는 북한의 기조가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북한은 또 이달 중순 선전매체인 ‘메아리’를 통해 정의당을 비난하는 기사를 보도한 바 있다. 당시 메아리는 김종철 신임 정의당 대표가 취임 후 더불어민주당에 대해 각을 세우는 메시지를 내자 “믿기 어려울 정도의 속도로 당의 진로를 좌에서 우로 급선회하며 보수세력에게 추파를 던지고 있다”라고 비난했다.

특히 “얼마 전까지만 해도 범여권 세력으로 불리던 정의당이 지금은 집권 세력이 강하게 추진하는 검찰개혁, 포괄임금제 폐지를 비롯한 주요 정책들을 사사건건 물고늘어지는가 하면 악성전염병 재확산과 관련하여서도 ‘정부의 우유부단한 대응에 의해 빚어진 결과’라며 국민의힘과 2중창을 하고 있다”라며 국내 정치의 전개 상황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북한이 ‘범여권’인 정의당을 비난한 것은 다소 이례적으로, 국내 언론에서도 당시 북한 매체의 기사가 화제가 된 바 있다. 여당에 유리한 논조의 기사가 ‘정점’에 이른 것이라는 해석이 뒤따랐다.

이날 북한 당국의 공식 입장으로 해석되는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의 보도까지 나오는 등 북한의 의도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남 영향력 확대 등이 반영된 행보라는 분석을 내놨다. 결과적으로는 남측 정부의 행보에 영향을 미치고 싶은 속내가 내포됐다는 분석도 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공무원 피격 사건이 국내 정치에서 계속 정쟁화되고, 국제사회에서 대북 인권 규탄 분위기가 고조되면 남북관계 복원도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대진 교수는 “서해 사건에 대해 국제조사를 주장하는 측을 ‘보수 패당’으로 엮은 것”이라며 “남남갈등 유발로 문제의 본질을 희석하려는 시도로도 보인다”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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