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지난해엔 조명탄 2130발…北때문이라고 말 못하는 軍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19일 18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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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해상수색 때 2130발·올해 459발 쏴
“언제든 사용가능하다”던 軍, NLL 인접 ‘0발’
軍 내부 “북한 반발 의식해 수색자원 총동원 안 해”

한달 가까이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이모 씨(47)의 시신을 수색하며 조명탄을 쏘지 않고 있는 군이 지난해 2000발이 넘는 조명탄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군은 “(조명탄은) 언제든 사용가능하다”고 해명했으나 현 정부 출범 이후 조명탄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사용된 적은 없었다. 조명탄 미사용에 대해 군이 ‘북한 탓’을 못하고 궁색한 변명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국민의힘 윤주경 의원, 군 소식통 등에 따르면 군은 전남 영광, 독도, 제주 인근 등 3차례 해상 실종사고에서 총 2130발의 조명탄을 썼다. 당시 조명탄은 CN-235 수송기, P-3 해상초계기 등에 실려 해상에서 투하됐다. 2018년 8번의 실종사고에서도 977발이 사용됐는데 모두 동해와 남해였다. 올해도 우도 어선화재와 강릉 해군실종 사고 때 총 459발의 조명탄이 해상에 투하됐다. 해상 야간수색 시 조명탄 사용은 필수였던 셈이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6일 정례브리핑에서 군과 해경이 이 씨 시신수색 당시 조명탄을 한 발도 쓰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 “조명탄은 필요하면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 NLL 등 접경지역에선 조명탄이 한 발도 사용되지 않았다. 2017년 북한에 나포됐다 송환된 391흥진호 사건이나 2018년 서해 NLL 부근에서 중국어선이 전복됐을 때도 야간 수색이 이뤄졌지만 조명탄을 쏘지 않았던 것. 한 군 관계자는 “언제든 조명탄을 쓸 수 있다는 합참의 해명은 NLL과 먼 해역에만 적용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합참 관계자는 이날 “야간에 함정의 탐조등과 광학장비를 활용해 수색활동을 실시했다”며 가용가능한 모든 자원을 동원했단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 역시 보조수단만 가지고 ‘반쪽 수색’을 했다는 말들이 많다. 군 안팎의 설명을 종합하면 어둠 속에서 1kW 탐조등을 이동시키며 해상수색을 할 땐 가시거리가 1km도 안 된다고 한다. 또 해상 광학장비도 수색용이 아닌 적 함정 탐지를 위해 장착돼, 파고가 높거나 부유물이 뜬 해상에서 사람 한 명 크기의 작은 물체를 보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에 군이 해상수색 때 투하해온 K-610 조명탄은 한 번 점화되면 축구장 하나 넓이에 이르는 범위를 촛불 181만 개와 맞먹는 밝기(181만 촉광)로 밝혀준다. 또 다른 군 관계자는 “접경지역에서 북한 반발을 의식해 모든 수색자원을 총동원하지 않았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수색을 주도하는 해경은 “남북 간 불필요한 긴장과 우발적 충돌을 우려해 조명탄을 사용하지 않았다”며 북측 반발을 우려한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해경도 인정한 ‘조명탄 미사용’의 이유를 군이 ‘북한 눈치 보기’에 대한 비판을 의식해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의원은 “우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최우선시 해야 할 군은 가용할 수 있는 수단을 모두 동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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