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드워드 신간 ‘격노’에 그려진 文대통령…결정적 순간들

뉴스1 입력 2020-09-16 14:33수정 2020-09-16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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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정상회담을 하기 앞서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18.5.27/뉴스1
‘워터게이트 사건’ 특종기자인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WP) 부편집장의 신작 ‘격노’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추진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 책에는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북미대화까지의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2018년 6월12일 1차(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역할과 북미 간 대화 위기과정에서의 막후 역할이 상세하게 다뤄진다.

저서에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 남북 고위급 대화를 통해 터진 물꼬, 정의용 당시 국가안보실장의 백악관 브리핑으로 전환된 미국 내 분위기, 좌초 위기의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한 문 대통령의 설득 과정이 나온다.

“문 대통령 올림픽 대화 제안, 남북 2년만의 공식 대화 갖는 계기”
2017년 7월 북한의 군사도발이 이어지며 긴장이 흐르던 한반도 상황에서 문 대통령은 베를린 구상(2017년 7월6일), “한반도에서 또다시 전쟁은 안된다”는 8·15 광복절 경축사, “북한 붕괴를 원치 않는다”(9월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평화에 대한 일관된 메시지를 발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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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드워드는 “한국의 새로운 대통령으로 취임한 진보성향의 문 대통령은 남북통일 가능성까지 암시하면서 북한과의 긴밀한 관계를 원한다는 신호를 발신했다”라며 “2018년 2월 초 예정된 평창 동계올림픽과 관련해 미결문제는 ‘북한’이었다. 북한이 참여할 것인가, 아니면 문제를 일으킬 것인가”라고 서술했다.

이어 “2018년 1월 북한에 올림픽 관련 대화를 공식적으로 제안했으며, 이는 남북이 2년 만에 처음으로 공식적인 대화를 갖는 계기가 됐다”라며 “북한은 평창 올림픽에 선수 대표단을 보내겠다고 발표했다”고 말했다.

남북은 2018년 1월9일 25개월 만에 남북 고위급 회담(판문점 평화의집)을 개최했고, 북측은 고위급 대표단 등이 포함된 대규모 대표단을 평창 올림픽에 파견하겠다고 밝혔다.

평창 동계올림픽 참석을 계기로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과 등 북한 고위급 인사가 방남하면서 남북 대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당시 미국의 상황은 쉽지 않았다. 우드워드는 “트럼프 대통령은 기회의 장이 열리고 있음을 감지하고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을 순방하도록 했는데, 이 방문의 진정한 목적은 한국에서 북한 인사들과의 비밀접촉을 하는 것이었다”라며 “그러나 펜스 부통령은 방한 기간 중 북한의 핵 개발 의도를 비난했고, 북한 인사들과의 접촉은 예정된 시간 2시간 전에 취소됐다”고 밝혔다. 첫 번째 위기였다.

“정의용 백악관 브리핑, 빅뉴스였다…전례가 없는 일”
2018년 3월5일 정의용 당시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원장은 대북특사를 다녀왔다. 계기는 북측 고위급 인사의 평창 올림픽 파견에 대한 답방이었다. 이후 정 실장은 방북 결과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설명하기 위해 백악관을 방문했다.

우드워드는 “긴장을 완화하고 미국이 직접 북한과의 대화에 관여하길 원했던 문 대통령은 평창 올림픽이 끝난 지 채 2주일이 지나기도 전인 3월5일 정 실장을 북한에 파견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도록 했다”라며 “3일 후 정 실장은 백악관을 방문해 트럼프 행정부 핵심 인사들에게 김 위원장이 약속했던 내용들을 브리핑했다”고 서술한다.

저서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정 실장과의 접견 하루 전, 백악관에서 허버트 R 맥매스터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행정부 인사들과 정 실장 등 한국 정부 대표단이 회동 중이라는 사실을 보고받고 “그냥 지금 보는 게 어떤가”라며 곧바로 정 실장 등을 오벌오피스(집무실)로 초청했다.

정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이 Δ비핵화 Δ추가 핵미사일 실험 보류 Δ한미 연합훈련 지속 가능 Δ북미 정상 간 만남 등 4가지 사안을 약속했다고 설명했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김 위원장의 약속에 대한 신뢰도에 의문을 제기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만나겠다”며 정 실장에게 직접 브리핑할 것을 요청했다.

지난해 6월 발간된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그 일이 일어났던 방’)에서도 이 대목이 나온다. 정 실장의 브리핑에 대해 맥매스터 보좌관이 기자회견에 참석하길 거부할 정도로 참모들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기자실을 직접 찾아가 “한국의 안보실장이 중요한 발표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드워드의 ‘격노’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맥매스터 보좌관에게 정 실장과 함께 발표문을 검토할 것을 지시했고, 매슈 포틴저 백악관 국가안보부보좌관과 함께 1시간 이상 발표문을 작성했다.

우드워드는 “정 실장은 어두워진 이후에 미국 관리는 한 명도 배석하지 않은 채 두 명의 다른 한국 고위인사들(서훈 국정원장·조윤제 주미대사)과 함께 웨스트윙(오벌 오피스 위치한 건물) 밖에서 TV카메라 앞에 섰고 4가지 사항을 밝히면서 김 위원장의 만남 요청에 동의한다고 발표했다”고 했다.

그는 정 실장의 브리핑에 대해 “이 발표는 ‘빅 뉴스’였다”라며 “어떠한 현직 미국 대통령도 그때까지 북한의 지도자를 만난 적 없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북미회담 무산 위기에…“분쟁은 오래가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조율”
북미정상회담은 한 차례 더 위기에 직면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5월17일 김 위원장이 합의를 이루지 않을 경우 리비아의 전 지도자 무아마르 카다피와 같은 운명을 맞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이에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같은 해 5월24일 담화를 발표하고 “미국이 우리를 회담장에서 만나겠는지, 아니면 핵 대 핵의 대결장에서 만나겠는지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심과 처신 여하에 달려있다”고 경고했다.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애석하게도 최근 성명에서 보인 당신(김 위원장)의 엄청난 분노와 적대감으로 오랫동안 계획된 회담을 갖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는 내용의 편지를 썼다. 북미정상회담 취소 통보다.

우드워드는 “그러나 이러한 분쟁은 오래가지 않았다”라며 “문 대통령은 5·26 판문점(2차 남북정상회담)에서 북미 간 회동할 수 있도록 조율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을) 취소한 지 며칠만에 다시 추진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5월29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단히 기대된다. 전세계가 집중하고 있는 행사”라며 “나는 진심으로 우리의 회담이 더 많은 것을 이끌어낼 것이라고 바란다”는 편지를 썼다.

저서는 6·12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에서 개최된 북미정상회담에서 “미북 정상은 취재진 앞에서 12초간 악수를 했고, 그 이후 카메라를 향해 돌아섰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말도 안 된다’고 스스로 말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재진들에 대해 “인생에서 본 것 중 가장 큰 규모다”라며 “심지어 할리우드 아카데미 시상식보다도 많은 취재진들이 있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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