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흔들기’ 본격 시작?…與 지도부서 공개 사퇴 요구는 처음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19일 20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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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 동아일보 DB
윤석열 검찰총장. 동아일보 DB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또 다시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설훈 최고위원이 윤 총장의 사퇴를 압박해 파문이 일고 있다. 총선 직후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 우희종 공동대표가 윤 총장의 거취 문제를 제기한 적은 있지만 여당 지도부에서 공개적으로 윤 총장 사퇴를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설 최고위원은 19일 최고위원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임기 보장과 상관없이 갈등이 이렇게 일어나면 물러나는 것이 상책”이라며 “적어도 책임 있는 자세를 갖춘 사람이라면, 나라면 물러나겠다”라고 말했다. 앞서 설 최고위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윤 총장하고 추 장관하고 서로 다투는 모양으로 보인다고 하는 것은 지극히 안 좋은 사태이기 때문에 조만간 결판을 져야 한다”고 했다.

법사위 소속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대검이 검찰청법에 따른 감찰사건임에도 불구하고 법적 근거도 없는 비직제기구인 중앙지검 인권감독관에게 배당한 것이 배당권, 지휘권 남용”이라며 “반드시 ‘대검의 감찰무마’ 사건에 대한 조사와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윤 총장을 압박했다.

여당의 ‘윤석열 흔들기’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뇌물수수 사건 재판 당시 검찰의 위증 교사 진정사건과 관련된 법무부와 검찰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시작됐다. 한 전 총리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건넨 고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의 동료 수감자가 검찰의 회유와 압박이 있었다는 진정을 내자 법무부는 이 진정 사건을 대검찰청 감찰부에 이첩했다. 하지만 윤 총장이 당시 검찰 수사팀에 대한 징계시효가 났고 인권침해 의혹 사건이라는 이유로 이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로 배당하자 추 장관은 전날(18일) 한 전 대표의 또 다른 동료 수감자에 대한 조사를 대검 감찰부가 직접 조사하라고 지시하며 충돌하고 있다. 추 전 장관은 이와 관련해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여당 의원들로부터 “검찰에 순치됐냐”는 등 질타를 받았다.

이를 두고 ‘조국 사태’ 이후 검찰에 등을 돌린 여권이 총선 이후 본격적으로 윤 총장 흔들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미래통합당 배준영 대변인은 논평을 내 “‘법대로’를 외치며, 강제로 원구성을 한 여당이, 왜 검찰청법에 임기가 2년으로 정해진 총장을 흔드는가”라며 “윤 총장이 만일 사퇴하면, 조국 사태, 윤미향 및 정의기억연대 회계부정 의혹,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등이 어떻게 될지 참 궁금하다”고 비판했다.

검찰은 일단 말을 아끼며 확전을 피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검사들 사이에선 “윤 총장을 적폐수사의 칼로 쓰다가 이제와서 볼 일 다 봤으니 버리려는 행태”라는 비판이 나왔다.

논란이 확산되자 민주당 박성준 원내대변인은 “(윤 총장 사퇴 촉구는) 당 차원 논의까진 아니고 설 최고위원의 개인적 견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여권은 “한 전 총리가 검찰 강압 수사의 피해자”라는 인식이 강한 만큼 이번 진정사건과 ‘제2의 조국 사태’로 평가를 받고 있는 무소속 윤미향 의원 사건 등을 검찰이 어떻게 처리하는지에 따라 윤 총장에 대한 압박의 강도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선 윤 총장이 계속 여권과 각을 세우며 임기까지 버틸 경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1호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런 가운데 21일 청와대에서 열리는 ‘제6차 공정사회반부패정책협의회’에 추 장관과 윤 총장이 참석하는 만큼 문재인 대통령이 법무부와 검찰 간 갈등에 대해 언급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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