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 보트에 또 뚫린 軍…태안 밀입국선 ‘13번’ 포착하고도 추적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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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6월 5일 16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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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국방부 청사.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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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과 5월 중국을 출발해 충남 태안에 도착한 밀입국 소형선 2척을 해안경계를 담당하는 군부대가 포착하고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은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군 당국은 해안레이더와 감시카메라 등으로 이들 선박을 수차례 탐지했음에도 이를 낚싯배나 레저용 보트 등으로 판단하고 방관했다.

지난해 6월 북한 목선 사건을 계기로 경계태세를 강화하겠다고 약속한 지 1년도 되지 않아 또다시 비슷한 일이 반복된 셈이라 논란이 예상된다.

5일 합동참모본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국발 밀입국 선박은 지난 4월19일과 5월21일 각각 태안에 도착했다. 두 선박은 모두 소형선박으로, 중국 산둥반도 위해항을 출발해 370㎞ 거리를 항해한 끝에 우리나라에 도착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러한 사실은 지난 5월 정체불명 선박이 주민신고로 발견되면서 처음 알려졌다. 군과 해경은 합동조사를 거쳐 해당 선박에서 중국인이 하선했던 사실을 확인했고, 이후 4월에도 유사한 밀입국 사건이 발생했단 점을 파악했다.

합참 관계자는 이날 “5월21일과 4월19일 발생한 밀입국 사건에 대해 각각 현장을 확인한 결과 해안경계 작전에 여러가지 문제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태안 앞바다에 나타난 ‘모터보트’…軍 13번이나 포착

이번 밀입국 사건은 지난달 23일 태안 일리포 해안에서 버려진 흰색 모터보트를 주민이 발견하면서 처음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이 선박을 통해 중국인 8명이 밀입국했다.

합참 조사에 따르면 육군 해안대대는 사건 당일인 5월21일 오전 8시45분~9시 사이 해안레이더를 통해 해당 보트로 추정되는 표적을 6차례 포착했다. 소형선박이 군 감시장비를 통해 최초로 확인된 순간이었다.

하지만 레이더 운용병은 당시 이를 인식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군은 이후 오전 9시40분부터 11시 사이 해안감시카메라를 통해 밀입국 선박을 4차례 포착했지만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일반 레저용 보트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론 태안 의항 방파제 앞에서 군 열영상장비(TOD)가 밀입국 선박을 3차례 포착했다. 밀입국자 일부가 이곳에서 11시23분쯤 하선했다. 하지만 군은 이 역시 통상적인 낚싯배로 판단하고 조치를 하지 않았다.

밀입국 선박이 하루 동안 레이더, 감시카메라, TOD 등 군 감시장비를 통해 총 13번이나 포착됐지만, 군은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한 셈이다. 선박에 대한 추적도 이뤄지지 않았다.

◇4월에도 똑같이 밀입국…한달 넘어서야 뒤늦게 확인

이 사건에 앞서 4월에도 유사한 밀입국 사건이 발생한 사실이 군·해경 조사결과 확인됐다. 주민신고로 발견됐던 고무보트를 추가 수사하는 과정에서다. 이 고무보트도 중국 위해항을 출발, 4월19일에 태안 앞바다에 도착했다.

합참 조사결과, 당시 군은 오전 7시30분~8시50분 사이 해안레이더로 밀입국 선박을 3차례 포착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당시 레이더 운용병이 인식하지 못했고 보고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 밖에 해안감시카메라는 저장기간(30일) 만료로, TOD는 해당 시간대 영상녹화 기능 고장으로 당시 상황을 확인할 수 없는 상태였다. 합참 관계자는 “TOD 기능상 녹화영상 특정 부분을 임의로 삭제할 순 없다”며 “젠더 고장으로 당일 오전 5시23분부터 10시까지 고장 난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조사가 이뤄진 시점은 이달 초다. 사건이 발생하고 한달을 훌쩍 넘은 탓에 조사 과정에도 문제가 발생한 셈이다.

합참 관계자는 “합참 정비검열실 검열단을 두 차례 파견해 현장감시 및 경계실태 전반에 대한 현장조사를 실시했다”며 이를 통해 이러한 사실을 추후에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안 경계 작전에 대해서 문제점을 확인했다”며 “이와 관련해 지휘 책임이 있는 해당 사단장 포함해 주요 직위자 및 임무수행상 과오가 있는 관련자에 대해서는 엄중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건이 발생한 4월19일과 5월21일 모두 해상에선 해군 함정·초계기·헬기 등도 작전을 수행하고 있었지만, 소형 선박인 탓에 밀입국선을 탐지하지 못했다.

◇軍 “밀입국 양상 변화…감시·경계체계 보완”

합참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군 감시 및 경계체계를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1년 전 강원도 삼척항에서 벌어진 북한 목선 사건 때와 비슷한 답변이다.

합참 관계자는 “최근 밀입국은 중국 현지에서 소형선박으로 야간에 출발, 최단거리로 주간 시간대에 사전에 확인된 지역에서 발생하는 양상”이라며 “군은 전 해안지역에 대한 정밀분석으로 취약지역에 대한 해안감시장비를 추가로 운용하겠다”고 밝혔다.

군 당국은 구체적인 보완책으로 Δ무인항공기(UAV)·드론을 활용한 수색정찰 강화 Δ해안 지역 순찰조 보강 Δ레이더·감시카메라·TOD 운용체계 최적화 Δ운용요원 전문성 향상 등을 제시했다.

또 연안에서 활동하는 모터보트, 고무보트 등 소형선박을 확인할 수 있도록 감시·확인체계를 강화하고, 해경 등 유관기관과 함께 제도적 보완대책을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합참은 “군은 이번 사안에 대해서 매우 엄중하게 인식하고 제반 경계나 감시, 추가적인 조치에 대해서 대비책을 마련해 면밀히 경계작전에 임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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