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베트남대사 초치해 ‘긴급 회항’ 엄중 항의

  • 뉴시스
  • 입력 2020년 3월 1일 17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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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 격리 국민 200여명…조속한 격리 해제 요청"
"美, 여행경보 상향 직후 통보…韓 대응 높이 평가"
"진단 시약 中 싹쓸이 사실 아냐…공급 협조 요청"

외교부는 베트남 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급속 확산을 이유로 사전 예고 없이 한국 항공사 여객기의 하노이 공항 착륙을 불허한 사태에 대해 강력 항의했다고 1일 밝혔다.

외교부에 따르면 구홍석 외교부 아세안국장은 이날 오후 3시에 응우옌 부 뚜 주한베트남대사를 초치해 전날 베트남 측의 갑작스러운 공항 변경 통보로 인해 이미 항행 중이던 하노이행 아시아나 729편이 긴급 회항하게 된 데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하고 재발방지를 요구했다.

구 국장은 베트남의 조치로 우리 국민들이 많은 혼란과 불편을 겪었을 뿐만 아니라 심각한 안전상의 문제가 야기될 수도 있었음을 지적하고, 우리 측이 그간 각 급에서의 외교채널을 통해 수차례에 걸쳐 양국 간 충분한 사전협의 필요성을 강조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일이 발생한데 대해 엄중 항의했다.

아울러 구 국장은 우리 국민 다수가 베트남 내에서 격리돼 있는 점을 강조하면서 조속한 격리조치 해제를 요청했으며 베트남 내 체류 중인 우리 국민들이 부당한 처우를 받지 않도록 베트남 정부가 최선의 노력을 경주해 줄 것을 재차 당부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베트남 정부는 전날 오전 8시30분(한국시간 오전10시30분) 하노이 노이바이 공항 대신 차로 3시간가량 떨어진 꽝닌성 번돈 공항을 이용하라는 방침을 전달했다. 이에 이미 이륙했던 하노이행 아시아나항공 OZ729편이 40분 만에 회항해야 했다.

정부는 신남방정책 핵심 파트너인 베트남이 한국인 무사증(비자) 입국 중단을 결정한 데 이어 일방적으로 한국발 비행기의 하노이 공항 착륙 불허 방침을 세우자 대사를 초치해 엄중 항의한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는 현지 우리 국민에 대한 영사조력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주베트남대사가 전날 하노이 공항을 방문해 지원이 필요한 물품을 확인하고 공항·당국에 협조를 요청했고 현지에 있던 승객들은 모두 귀국한 상태라고 밝혔다.

외교부 고위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그 비행기가 못 갔기 때문에 공항에서 발이 묶인 승객들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페리 운항으로) 1대씩 보내서 오늘 새벽에 286명이 귀국했다”며 “지금은 공항에는 잔류하는 분이 안 계시는 걸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앞서 강경화 장관이 팜 빙 밍 베트남 부총리 겸 외교장관과 전화 통화를 갖고 한국인을 대상으로 과도한 입국 제한 조치를 자제해달라고 요청했음에도 연이어 혼선이 빚어지자 정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베트남은 한국에서 출발하는 모든 외국인을 자가격리키로 한 데 이어 지난달 29일자로 한국에 대한 무사증 입국을 임시 중단하기로 했지만 하루 전날인 지난달 28일 저녁부터 하노이에 도착한 한국인 승객들을 군사시설에 강제 격리하기도 했다.

이 고위관계자는 “시설의 격리 받고 있는 분이 200명 조금 넘는 숫자로 파악하고 있다”며 “이 분들에 대해서는 대사관과 영사관에서 계속 연락해서 영사 조력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외교부는 미 국무부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대구·경북 지역에 대해 여행경보를 4단계 여행금지로 상향 조정한 직후에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강 장관이 1일 오전(한국시간) 미 국무부의 코로나19 대응을 책임지고 있는 스티븐 비건 부장관과 가진 통화에서도 관련 내용이 설명됐을 것으로 보인다.

이 고위관계자는 “미국 측 각급 관계자들은 공통적으로 한국이 철저한 검사를 시행하고 결과에 대해서 투명하고 신뢰할 수 있도록 조치하는 것에 대해서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지난달 28일부터 승객들이 미주노선 항공기에 탑승하기 전에 건강상태 문진, 발열 체크를 하고 있다”며 “일부 미국 공무원은 이를 ‘코리아 모델’이라며 높게 평가했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미국에 대해 한국의 적극적 전수조사 및 전방위적인 방역 노력을 강조함으로써 입국 제한 조치를 최대한 신중히 검토해줄 것을 요청했다.

중국에 대해서는 비자 심사 강화를 유지하는 한편, 각 지방정부별 입국 제한 조치를 유형화해 상대적으로 과도한 조치를 취한 경우에는 자제를 촉구할 방침이다.

외교부는 입국 금지·제한 국가가 1주일 만에 급격하게 증가함(13→79곳)에 따라 한국과 교류가 활발한 22개 국가·지역 공관에 우리 기업인의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라는 지시를 내보냈다.

아울러 코로나19 진단시약 공급 차질 우려에 대해서도 조치를 취했다. 이 고위관계자는 “외교부 차원에서도 그런 소식을 듣고 (해당 제약사인) 로슈 본사와 중국 관계당국을 접촉해 우리에 대한 공급이 원활히 계속될 수 있게 협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향후 공급 물량을 중국이 다 싹쓸이 했다는 건 사실과 다르다”며 “물량이 수요에 비해서 부족하다거나 구입하고자 하는 국가들이 많아서 업체 측에서 고민이 있는 건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날 오후 기준으로 한국에 대한 입국금지 국가·지역은 36곳, 입국 절차 강화는 43곳, 여행경보 상향은 5곳, 감염병 경보 발령은 5곳, 안전공지는 34곳으로 집계됐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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