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의장 “20대 국회, 백년역사 앞에 떳떳한가…국회개혁 제도화”

  • 뉴스1
  • 입력 2019년 12월 30일 20시 48분


코멘트
문희상 국회의장 /뉴스1 DB
문희상 국회의장 /뉴스1 DB
문희상 국회의장이 30일 “제20대 국회가 100년의 역사 앞에서 과연 떳떳하고 당당할 수 있는지 확신이 서지않는다”고 비판했다. 또 “남은 20대 국회의 5개월을 일하는 국회를 위한 국회개혁에 집중해야 한다”며 ‘국회 개혁’과 ‘윤리특위 제도 개선’에 방점을 찍었다.

문 의장은 이날 오후 지난 한 해를 뒤돌아 본 소회를 담은 ‘희망통신 160호: 2019년이 저물어갑니다’를 통해 ‘역대 최악’ 평가를 받는 20대 국회를 향한 쓴소리를 던졌다.

그는 “올해 신년사에서 2019년은 3.1운동 100주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인 기념비적인 해라고 말씀드린 바 있다”며 “국회 역시 대한민국 임시의정원 개원 100주년에 큰 의미를 담아 기념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제20대 국회가 이 100년의 역사 앞에서 과연 떳떳하고 당당할 수 있는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문 의장은 “제20대 국회는 어느 정당도 의석 과반수를 차지하지 못하는 다당제로 출발했다. 국민의 뜻에 따라 협치를 해야만 하는 새로운 국회운영의 시험대가 마련됐다”며 “그러나 234명의 찬성으로 대통령 탄핵을 의결한 것 외에 협치는 고사하고 정상적인 국회운영마저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이어 “특히 하반기 국회는 극심한 혼란과 정쟁으로 점철됐으며 최악의 국회라는 오점만 남겼다”며 “다당제 국회에서는 협치가 이뤄지지 않고 어느 한 정당이 발목을 잡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게 현실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국민의 대의기관이라는 국회가 아무것도 못한다는 것은 국가와 민족 앞에 부끄럽기 짝이 없는 무책임한 일”이라며 “과연 뭘 하자는 것인지, 이게 도대체 뭔가하는 자책감에 빠져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토로했다.

문 의장은 “그 중에서도 마지막 12월 한 달은 30년 정치인생에서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앞서 선거법 개정안 및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 등 패스트트랙 법안을 자유한국당의 거센 반대 속에 상정하며 날선 비판에 부딪혀야 했다. 이 과정에서 아들인 문석균 더불어민주당 의정부갑 상임부위원장에 대한 ‘지역구 세습’ 논란이 일기도 했다.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71회국회(정기회) 제12차 본회의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이 2020년도 예산안을 상정 의결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날치기’ 피켓을 들고 ‘아들공천’을 외치고 있다. © News1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71회국회(정기회) 제12차 본회의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이 2020년도 예산안을 상정 의결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날치기’ 피켓을 들고 ‘아들공천’을 외치고 있다. © News1
이와 관련해 문 의장은 “소속 정당은 달랐어도 짧게는 4년 길게는 십 수 년을 오가며 인사를 나누던 동료 의원들이었다”며 “그러나 동료 의원이 했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도를 넘어선 인신공격에는 참담함을 금할 수 없었다”고 했다.

또 “그 모욕감과 자괴감,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이라며 “특히 가족과 지역구민까지 겨냥한 칼보다 날카로운 말들에 하루에도 열두 번씩 저는 죽고 또 죽었다. 속이 숯검정마냥 시커멓게 타서 알맹이는 없어지고, 껍데기만 돌아다니는 공허한 심정”이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도 “그럼에도 이제 다시 시작”이라며 “남은 5개월의 임기동안 속수무책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 다시 시작한다는 새로운 각오를 다져야 할 때”라고 심기일전했다. 그는 “누차 말씀드렸지만, 하반기 국회의 소명은 촛불혁명의 제도화”라며 “이제야 비로소 겨우겨우 두 가지 개혁입법의 첫발을 뗐다”고 선거법 개정안 및 공수처 설치법 통과를 평가했다.

문 의장은 “선거제도 개혁은 각 정당이 득표수에 비례해 의석수를 가져야 한다는 대원칙에 한 걸음 다가선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했고, 공수처 설치법에 대해서는 “특정 권력기관에 권력이 집중되는 것을 막고 고위공직자들의 부패를 차단하는데 기여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남은 20대 국회 및 국회의장 임기와 관련해서는 “새해 하루하루를 매일 새로 시작한다는 결기로 임해야 하겠다”고 당부했다. 이어 “무엇보다도 남은 기간 동안 정치개혁 중 국회개혁에 집중해 반드시 제도화하려고 한다”며 “국회개혁은 일하는 국회를 통해 신뢰받는 국회로 거듭나기 위해서 필수적인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그동안 실행과정에서 여러 오류를 보였던 국회선진화법에 대한 개선 필요성은 여야 모두 공감하리라 생각한다”며 “그 외에도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제도 개선, 인사청문회와 윤리특위 제도 개선 등 효율적인 국회운영을 위한 국회개혁 법안들이 논의돼야 한다”고 했다. 특히 “국회 윤리특위 제도 개선은 매우 시급하고 중대한 사안”이라며 “지금 우리 국회에는 윤리특위가 없는 비정상적인 상황입니다. 국민 눈높이에 턱없이 부족한 처신”이라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상대에 대한 고소·고발이 난무해 검찰수사에 의해 국회가 좌우되고 흔들리는 한심한 상황을 스스로 만들고 있다. 정치를 정치로 풀지 못하니, 사법부가 개입할 틈을 만들어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자모인모(自侮人侮·자기 스스로 업신 여긴 연후에 남이 업신 여긴다)를 깨닫고 정치를 바로 세워야 한다. 국회 윤리특위를 재가동하는 동시에, 상설화를 위한 국회법 개정을 반드시 실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경자년은 쥐의 해라고 한다. 희망과 풍요의 의미가 담겨있다고 한다”며 “저무는 2019년을 되돌아보며, 새해에는 우리 모두의 대한민국이 풍요롭고 희망 가득한 내일로 달려가기를 소원한다”고 마침표를 찍었다.

(서울=뉴스1)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