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에 김정은 생모 고영희 신격화 비석…‘선군조선의 어머님’

  • 뉴시스
  • 입력 2019년 12월 30일 11시 02분


코멘트

금강산 독자개발 통해 체제 자신감 강화와 생모 신격화 본격 착수

북한 금강산에 김정은 북한 노동당 국무위원장의 생모 고영희를 지칭한 것으로 보이는 ‘선군조선의 어머님’이라는 표현이 새겨진 비석이 건립돼 있다고 일본 산케이 신문 인터넷판이 29일 보도했다.

신문은 북·일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선군’은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상징하는 말이라며 이러한 비석의 건립은 김정은이 김정일로부터 지도적 위치를 물려받은 것을 강조하는 동시에 체제의 안정에 자신감을 강화하고 어머니의 신격화에 본격 착수했음을 보여주는 것일 수 있다고 풀이했다.

금강산 관광지의 만경교 인근 광장에 받침대와 함께 세워져 있는 이 비석에 대해서는 일본 정부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비문에는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이 1997년 10월12일 김정은 및 고씨와 함께 방문, 금강산을 “인민들의 문화정서생활에 기여하는 명승지로 더 잘 다듬어 대내외에 널리 소개 선전하는 것에 대하여 교시했다”고 적혀 있다.

북한에서 최고 지도자의 “역사”를 전하는 비의 건립은 노동당의 중요한 사업으로, 김씨 일가의 최고 지도자 3대 이외에는 김일성 주석의 아내 김정숙에 대한 언급은 있었지만 김정은의 생모에 대해서는 없었다.

고영희는 1994년 김일성 사망 후 사실상 국모 역할을 했고, 2002년 내부 자료에서 ‘존경하는 어머님’으로 표기됐다. ‘위대한 선군 조선의 어머님’이라는 기록영화도 제작됐었지만 가장 격식 높은 비의 신격화는 확인되지 않았다.

신격화가 진행되지 않았던 배경에는 귀환한 재일 조선인이기 때문일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었다.

김정은은 지난 10월 한국이 건설한 금강산 관광시설에 대해 “너절한 시설”이라고 혹평한 바 있다. 이와 관련 한국 언론들은 아버지인 김정일이 추진한 사업을 김정은이 비판하는 이례적 사태라고 전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비문에 따르면 김정은은 한국을 배제하고 독자 개발에 초점을 맞춰 금강산을 세계에 널리 소개 선전하라는 아버지의 가르침을 실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비문의 내용을 둘러싸고 일본 정부 관계자는 고영희가 김정일, 김정은 최고지도자 부자와 함께 금강산을 방문한 것으로 여겨지는 1997년 10월12일이라는 날짜에 주목한다. 같은해 7월 김일성의 복상 기간이 끝나고 4일 전인 10월8일 당 중앙위원회와 중앙 군사위원회가 김정일을 국방위원장으로 추대했다고 선언했다.

비의 건립은 금강산 독자 개발의 의의와 고영희의 권위를 동시에 끌어올리는 효과를 갖는다. 김정은 정권이 그리는 방향이 관광 자원의 독자 개발에 의한 외화 수입 증강과 어머니의 신격화에 의한 정통성 전설의 완성을 서두르는 것이라고 읽힐 수 있다.

고영희는 김정은과 형 김정철, 여동생 김여정의 생모이다. 오사카 출신 재일 조선인으로 1970년대 초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3번째 아내가 됐다. 1990년대 후반 유방암을 앓아 2004년 사망했다. 당시 51세 또는 52세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