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도발 없이 지나간 성탄절… “김정은 1월 1일 중대 결심 할 수도”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26일 14시 46분


코멘트
북한이 경고했던 ‘크리스마스 선물’ 없이 25일(현지 시간) 성탄절이 조용히 지나가자 워싱턴은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숨죽이며 지켜보던 미국인들은 이날 오후가 지나면서 사실상 우려가 사라지자 트위터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이를 비꼬거나 풍자하는 내용의 글을 잇 따라 올리고 있다.

미국 네티즌들은 ‘북한성탄선물(#NorthKoreaChristmasgift)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100여 건의 패러디물을 쏟아냈다. 창 밖을 내다보는 딸의 사진을 올리며 “김정은의 크리스마스 선물이 오기를 기다리는 중”이라는 제목을 달거나 자신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올리며 “북한에서 오는 것보다 더 좋은 선물을 받았다”는 식이다. “북한이 우리한테 미사일을 쏘더라도 크리스마스 이브를 즐길 것”이라며 파티 사진을 올리는가 하면 여행을 떠나는 비행기 안에서 “북한이 핵미사일 쏘기 전에 빨리 도망간다”는 설명을 달아놓기도 했다. 현지 언론이 그만큼 관련 보도를 쏟아내며 미국인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북한이 설정한 연말 시한까지 닷새가 남은 가운데 북한의 향후 움직임을 쉽게 예단할 수 없다는 점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긴장감을 유지하며 관련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데이비드 이스트번 국방부 대변인은 북한의 이후 동향과 미국의 대응을 묻는 언론의 질의에 “미국은 전 세계 파트너 및 동맹들과 함께 크리스마스에도 우리를 지킬 준비가 돼 있다”고 답했다.

미국 내 상당수 전문가들의 예상과 달리 북한이 성탄절에 맞춰 도발하지 않은 것은 직전 한중 정상회담 및 시진핑 주석의 발언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은 선거에 개입하기를 원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선물이 아름다운 꽃병일 수도 있다”는 등 다소 뜬금없는 가능성을 언급하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도발 자제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보낸 것도 막판에 김 위원장을 신중하게 만들었을 가능성이 있다.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도 한국과 일본은 물론 예정에 없던 중국 방문까지 이어가며 북한에 대화하자는 의사를 거듭 전달했다.

위협적인 수사와 대형로켓의 엔진시험으로 추정되는 ’중대 시험‘ 등으로 위기감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북한의 수법에 쉽게 넘어가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확산 전문가인 비핀 나랑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이날 트위터에 “북한이 미사일을 오늘, 내일, 혹은 다음주에 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며 “문제는 북한의 핵능력이 멈춘 적이 없으며 계속 증강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수미 테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구원은 의회전문매체인 더 힐에 “김정은은 1월 1일 핵과 미사일 개발 ’모라토리엄‘의 종식을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